일본 주가 호조의 이면과 한국의 공급망 재편 대응[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입력 2023-07-01 06:00:03
수정 2023-07-01 06:00:03
국제 투자가 몰리는 일본 시장
일시적 현상 우려 있지만
미·중 패권전과 글로벌한 공급망 재편성 과정에서
일본 산업 부활 전략이 성과 거둘 가능성도 있어
한국은 미·일 간의 첨단 기술 제품 공급망 협력 체제에서 새로운 기회 모색 필요
일본의 주가가 올해 들어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2만6000엔 수준이었던 닛케이지수는 6월 13일 3만3000엔 선을 돌파, 2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상승세와 함께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 회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주식에서 일본 주식으로 자금을 옮기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의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연율로 2.7%를 기록하는 등 견실한 회복세를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 경제의 회복세 부진, 미·중 마찰에 따른 중·장기적인 성장세의 둔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유럽의 금융 불안과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본을 선택하는 국제 투자가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일본 증시의 회복세가 지난 아베노믹스 초기의 주가 상승세처럼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은 있다. 최근의 일본 주가 상승세는 아베 정권 때와 같이 엔저가 급격히 진행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고 전반적으로 일본 경제와 국력의 신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앞으로 미·중 패권전과 글로벌한 공급망의 재편성 과정에서 첨단 기술력을 가진 일본 산업의 부활 전략이 일정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있다.
사실 반도체 분야의 부활에 주력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삼성전자·TSMC·마이크론 등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정부계 투자 펀드를 활용해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세계 1등 기업인 JSR의 매수에 나서고 있고 이는 일본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 소재 기업의 경쟁력 강화 위한 투자 지원과 함께 일본 내 생산 집중화를 유도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강점을 가진 반도체 관련 소부장 기업의 투자와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라피더스(Rapidus)의 설립을 유도하고 공장 건설 자금 지원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반도체 부활 전략은 미국의 지원과 협력과 함께 이뤄지고 있다. 라피더스에는 미국 IBM이 개발한 첨단 미세 가공 기술이 이전되고 있고 미·일 반도체 관련 기술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첨단 산업 생산 강화는 경제 안보라는 명목으로 반도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등에서도 강화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미국과 협력해 중국 중심의 제조업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일본이 차세대 제품 공급망의 축이 되도록 주력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반도체·배터리와 관련 소부장 분야에서 일본의 위상이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인지는 불확실성이 많고 라피더스의 성공 여부도 단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으로서는 미·일 간에서 강화되고 있는 첨단 기술 제품 공급망 협력 체제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부진과 대중 무역 적자화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첨단 기술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고 미·일 간의 첨단 기술 협력, 공급망 협력 추세에 맞게 한·미·일의 협력 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일본 소부장 기업이나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등과의 협력을 통해 파운드리를 포함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력을 강화해 첨단 반도체에 대한 접근이 제약된 중국과 차별화된 새로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각종 기계류·가전·스마트폰·전기차 분야 등에서 인공지능(AI) 칩 등의 차세대 반도체를 탑재한 제품 경쟁력의 강화가 향후 중요할 것이다. 반도체 파운드리와 함께 AI 칩 관련 팹리스 스타트업의 발전을 촉진할 필요도 있다.
또한 제품 혁신과 함께 첨단 반도체·배터리·소프트웨어·로봇 등을 활용한 제조 시스템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해 이러한 제조 시스템과 관련 소재·부품·장비를 수출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중국 등이 제품을 모방해도 차별화된 경쟁력과 함께 제조 시스템의 수출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할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