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슬러시드’ 29일 개최···부·울·경 스타트업 포함 국내외 1000여명 참관객 몰려
스타트업이 만드는 ‘지속가능한 도시’.. 인구소멸·기후위기·환경오염 등 도시문제 조명
29일 부산 유라시아플랫폼에서 개최된 ‘부산 슬러시드(BUSAN Slush’D)’에서 전 세계 도시문제의 혁신적인 해법들이 제시됐다.
국내 최초로 열린 부산 슬러시드는 핀란드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스타트업 행사 ‘슬러시(Slush)’의 스핀오프 이벤트로, 세계 각 지역이 당면한 스타트업 이슈를 논의하며 자발적인 생태계 협력을 추진한다.
국내에서는 코스포가 주관기관으로 나서 민간 차원에서 추진부터 기획, 운영까지 담당했다. ‘도시문제 해결을 통한 지역의 창업 생태계 활성화와 글로벌 진출(Glocalizing Busan Startups!)’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부·울·경을 포함한 전국 스타트업과 국내외 주요 투자자, 생태계 관계자 등 총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역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박재욱 코스포 의장의 환영사와 최성진 코스포 대표의 개회사로 문을 연 이날 행사에는 핀란드 슬러시 본부의 나탈리 링우드(Natalie Lingwood) 슬러시드 총괄과 발테리 메릴레이넨(Valtteri Meriläinen) 프로덕션 헤드, 이성권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 등이 참석해 축하의 말을 전했다.
컨퍼런스 세션인 '슬러시드 톡(Slush’D Talk)'에서는 국내외 창업가들이 키노트 발표를 통해 도시 활성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재생에너지 기업 페이브젠을 이끌고 있는 로렌스 캠벨 쿡(Laurence Kemball-Cook) 대표는 ‘스타트업이 일으키는 도시혁신’을 주제로 친환경 보도블럭 기술로 재탄생한 도시 사례를 소개해 호응을 얻었다. 김민지 코스포 동남권협의회장(브이드림 대표)은 ‘연대를 통한 로컬 스타트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로컬 창업가는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인적자본”이라며 “로컬 스타트업의 연대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창업가 커뮤니티가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르후스(덴마크)·웰링턴(뉴질랜드)·카라치(파키스탄) 등 글로벌 슬러시드 개최지 관계자들이 부산 슬러시드를 위해 부산을 찾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들은 부산 슬러시드 추진위원인 강지은 그루쉽코리아 대표와 함께 클라우스 뷔헤이지(Klaus Wehage) 10X 이노베이션랩 대표가 진행한 패널토론에 참여해 로컬 창업 생태계가 직면한 과제와 대응전략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빠르게 진화하는 스타트업 중심지와 달리 자금조달, 인재부족, 규제 등으로 난항을 겪는 지역 창업환경을 공유하고, 슬러시드를 매개로 각 지역 생태계가 연결되는 청사진을 그리며 상호 발전을 도모했다.
부산의 창업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선후배 창업가들의 열정과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 슬러시드와 부산상공회의소가 합작한 ‘슬러시드x99도씨(99℃)’ 세션에서는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이 선배 창업가로서 부산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연대와 협력을 독려했다. 박재욱 코스포 의장도 파이어사이드챗 코너에서 부산 창업가들과 로컬 스타트업 환경을 살펴보며 창업 경험을 나눴다. 이어 김철우 RTBP 대표, 차완영 마린이노베이션 대표, 서광훈 토즈 대표, 최재영 이유사회적협동조합 이사 등 부산의 변천을 함께한 창업가들이 부산의 지역적 특성에서 착안한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했다. 오래된 항구와 공장처럼 부산의 유휴공간을 활용하거나 해조류를 활용한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아이템이 눈길을 끌었다.
공개 IR 피칭 세션에 참가한 ‘슬러시드 텐(Slush’D 10)’은 다양한 혁신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사전 심사를 거쳐 선발된 부산의 초기 스타트업 5팀과 로컬 크리에이터 5팀은 부산의 특색을 극대화한 도시문제 솔루션을 제시하며 아이디어를 겨뤘다. 심사 결과 초기 스타트업 부문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솔루션을 제시한 ‘테라블록’, 로컬 크리에이터 부문은 바지선을 활용한 부유식 해상생태정원 프로젝트를 제안한 ‘키친파이브’가 우승을 차지했다.
두 팀의 우승 상금은 총 1000만원이며, 우승 특전으로 오는 11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슬러시에 방문해 글로벌 네트워킹의 기회를 누릴 예정이다.
이밖에 ‘슬러시드 밋(Slush’D Meet)’을 통해 지역 스타트업과 국내외 주요 투자자 및 생태계 관계자들의 일대일 만남도 이뤄졌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플랜에이치벤처스, 현대자동차 제로원, AWS코리아 등이 참여해 최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초기 스타트업, 로컬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지역 스타트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 유치를 위한 실질적인 조언을 전달했다. ‘슬러시드 쇼(Slush’D SHOW)’에서는 부산 기반 스타트업과 후원사 30여곳이 부스를 운영해 비즈니스를 홍보했고, ‘코스포 창업가 토크룸’에서는 동남권 선후배 창업가와 글로벌 생태계 관계자들이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박재욱 코스포 의장은 “국내외 여러 생태계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도움으로 부산 슬러시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번 기회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곧 도시를 살리는 일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길 바라며, 부산 슬러시드가 지역 창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교류와 연대의 허브로 성장해 나가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