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여신 공급 확대…수출 중소기업 지원에 초점”[ESG 리뷰]

최강ESG팀 - 한국수출입은행 ESG팀

[ESG 리뷰]


왼쪽부터 수출입은행 ESG팀 이은경 책임조사역, 양혜영 ESG팀장, 정웅철 책임조사역, 문채영 대리. 사진=서범세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확산과 함께 자금 중개자로서 금융회사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창립 45주년인 2021년 ESG 경영의 원년을 선언하고 국책 은행 최초로 ‘ESG 경영 로드맵’을 발표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수출합니다(We Export Sustainable Growth)’라는 비전 아래 우리 기업의 글로벌 ESG 경쟁력 강화 지원, 국가 탄소 중립 목표 달성 기여, 사회적 가치 창출 확대를 3대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수출입은행은 이를 위해 여신 지원과 자금 조달, 리스크 관리 등 업무 전반에 걸쳐 ESG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2년까지 ESG 경영 기반 구축을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ESG 경영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30년까지 ESG 여신 180조원 공급

수출입은행은 2021년 경영기획본부 산하에 ESG경영부를 신설했다. ESG경영부 내 ESG팀이 ESG 전략을 기획·총괄하며 전사적인 ESG 이행 현황 모니터링, 대내외 ESG 커뮤니케이션 등 업무를 담당한다. ESG 거버넌스를 강화하기 위해 중·장기 ESG 경영 전략과 이행 성과를 관리·감독할 ‘ESG위원회’도 이사회 내에 신설했다. ESG위원회는 ESG 사업 계획 수립을 심의하는 등 수출입은행의 ESG 경영 활동 전반을 관리·감독한다. 올해부터 ESG위원회의 논의 안건을 확대하는 등 실질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수출입은행은 2030년까지 ESG 여신 180조원 공급, ESG 채권 200억 달러 발행, 기관 탄소 배출량 50% 감축 등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우선 ESG 여신 180조원 공급을 위해 10개의 ESG 금융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ESG 제품 지원, 기업의 에너지 전환 지원, 탄소 저감 지원 등이다. 2022년 ESG 금융 지원 규모는 26조3000억원으로 연간 목표 대비 177%를 달성했다. 세부적으로는 환경(E) 분야 19조9000억원, 사회(S) 분야 6조4000억원 등이다.

수출입은행은 상대적으로 ESG 준비가 미흡한 중소·중견기업의 ESG 지원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SG 금융 프로그램에 중소·중견기업의 지속 가능 성장을 지원하는 별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022년 중소·중견기업에 ESG 금융 10조5000억원을 지원했다.

수출입은행은 2030년까지 200억 달러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2022년 한국계 최장 만기인 10년물 그린본드(10억 달러)를 포함해 총 16억2000만 달러를 발행했다. 올 초에는 블루 본드 10억 달러를 한국계 최초로 발행했다. 블루 본드는 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 용도를 친환경 선박 건조, 해양 재생에너지 등 해양 생태계 친화적 사업에 한정하는 특수 목적 채권이다. 블루 본드 발행을 통해 선박·해양 분야의 친환경 전환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수출입은행은 그린 본드, 소셜 본드 등으로 분산된 ESG 채권 발행 체계를 지속 가능 금융 프레임워크로 통합해 발행 유연성을 확보하고 발행 대금 사용에 대한 제삼자 검증·보고를 강화해 투자자의 그린 워싱 우려를 해소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ESG 품목을 생산한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기업의 ESG 경영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ESG 펀드를 조성해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21년 8000억원, 2022년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수출입은행은 2021년 하반기부터 펀드 운용사 선정 시 ESG 투자 정책 마련 여부, 운영 수준 등 책임 투자 요소를 평가에 필수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TCFD 보고서 올해 첫 발행

수출입은행은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부응하고 금융 지원에 따른 탄소 배출이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기후 변화가 수출입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등 기후 리스크를 포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외부 컨설팅을 통해 ‘기후 리스크 관리 체계’를 수립했다. 기후 리스크 관리 체계는 자산 포트폴리오 탄소 배출량(스코프 3), 고탄소 유의 영역 관리 및 기후 위기 상황 분석 등을 포함한다.

수출입은행은 스코프 3 탄소 배출량을 과학적·체계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지난 4월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탄소회계금융연합체(PCAF) 가입을 ESG위원회에서 의결했다. PCAF 가입이 완료되면 체계적인 기후 리스크 관리를 위한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수출입은행은 2021년 5월 글로벌 기후 변화 이니셔티브인 기후 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기후 변화 관련 정보(지배구조, 전략, 위험 관리, 지표·목표)를 담은 TCFD 보고서를 올해 처음 발간할 예정이다.

[인터뷰] “수출 경쟁력과 ESG 모두 고려…국제 감축 사업 추진도”
양혜영 한국수출입은행 ESG팀장

- 국책 은행으로서 ESG 경영 추진의 애로 사항은 없나.

“수출입은행은 공적 수출 신용기관(ECA)으로서 설립 이후 해외 건설·플랜트·선박 등 수출 주력 산업과 국가 기간 산업에 중점적으로 금융 지원을 해왔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지만 국가 수출 산업의 포트폴리오가 단기간에 친환경으로 변화하기는 어렵다. 특히 한국의 산업 구조상 제조업 중심의 고탄소 업종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신재생에너지 기술 수준과 정부 정책 등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 금융 지원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이 ESG라는 새로운 가치를 반영해 사업을 영위하고 이것이 수출 경쟁력 제고로 연결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국책 은행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가장 최근 주목하고 있는 ESG 이슈는 뭔가.

“전 세계적으로 유럽연합(EU) 공급망 실사법,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ESG 공시 의무화 등 ESG 규제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데, 한국 기업에는 또 다른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다. 해외 사업이 많은 특성상 해외 ECA 및 국제 기구와 교류하면서 글로벌 ESG 시장 흐름을 읽고 전사적으로 ESG 가치를 내재화하는 것이 ESG팀의 일차적 미션이고 궁극적으로는 수출입은행이 정책 금융회사로서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ESG 지원을 통해 기업의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든든한 금융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 최근 정부 정책을 반영한 사업은 있나.

“정부에서 국가 탄소 중립 목표를 위해 국제 감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올해부터 국제 감축 사업 전담 기관에 지정돼 정부 정책을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기후 대응 기금을 재원으로 앞으로 공모 등을 통해 다양한 범주에서 국제 감축 시범 사업을 발굴하면서 사업화하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또 정부의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에 따라 우선 공공기관 통합 공시 시스템인 알리오에 ESG 항목에 따른 공시를 시작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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