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을 누비는 로봇들[테크트렌드]

안전성·생산성 높일 수 있고 작업자 안전도 지킬 수 있어

사진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뛰고 달리는 스팟미니 로봇. (사진=연합뉴스)
건설은 우리의 편안한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수적인 산업이다. 집·공장·병원·도로·다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건축물을 만들거나 새 건물을 짓기 위해 기존 건축물을 해체·철거하는 것은 모두 건설을 통해 이뤄진다. 건설 현장은 사람에게는 작업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환경이다. 도처에 매몰 또는 추락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불도저나 굴착기와 같은 거대한 중장비와의 충돌 위험도 있다.

그래서 건설은 사람 대신 일할 수 있는 로봇의 도입 필요성이 큰 산업이기도 하다. 건설 로봇은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해 높은 생산성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건물 철거나 원전 해체와 같은 위험한 현장에서는 붕괴 사고나 방사능 노출의 위협에서 작업자의 안전을 지켜 줄 수 있다. 또한 고령화 추세에 당면한 선진국들이 겪는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일조할 수 있다.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더라도 작업자의 업무를 대행한 만큼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 로봇의 활동 영역은 확대되는 중2000년대 들어 카메라·라이다 등의 센서와 로봇 팔 등의 기구부 기술이 꾸준히 개선되는 동시에 소리나 이미지 정보를 분석, 활용하는 각종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다양한 건설 로봇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건설 로봇의 활용 영역이 건자재 운반이란 단순한 작업을 넘어 건축물을 시공하고 준공 상태를 검사하며 건축물을 철거·해체하는 최종 공정으로 확장되고 있다.자율 주행 중장비빌트 로보틱스(Built Robotics)는 사람이 운전하던 중장비를 스스로 이동해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자율 주행 모듈인 에코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에코 시스템은 위성항법장치(GPS)와 레이더, 360도 카메라와 수랭식 컴퓨터로 구성돼 있다. 굴착기와 불도저 등 각종 건설용 중장비에 에코 시스템을 장착하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무인화된 중장비로 탈바꿈한다. 작업자는 직접 탑승해 조종하는 대신 작업 현장에서 벗어난 안전한 곳에서 로봇의 작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시공패스트 브릭 로보틱스(Fast Brick Robotics)는 벽돌을 싣고 현장으로 이동해 벽돌을 쌓는 작업까지 할 수 있는 하드리안X(Hadrian X)를 상용화하고 있다. 하드리안 X는 최대 32m 길이로 확장할 수 있는 텔레스코픽 붐 암을 갖춘 트럭 형태의 로봇이다. 텔레스코픽 붐 암 내부에는 탄창처럼 벽돌을 운반하는 장치가 있고 암 끝단에는 벽돌을 집거나 놓을 수 있는 그립 방식의 엔드 이펙터가 달려 있다. 하드리안 X는 시간당 최대 500개의 벽돌을 최대 3층 높이로 쌓아 올릴 수 있고 최대 45kg의 고중량 벽돌도 다룰 수 있으며 50mm 간격의 이중벽도 만들 수 있어 사람이 하는 것보다 월등하게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각종 구조물의 기반을 이루는 철제 파일을 시공하는 작업에 특화된 로봇도 있다. 빌트 로보틱스가 만든 RPD35는 태양광 발전 설비의 토대가 되는 철제 파일 박는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로봇이다. RPD35는 굴착기의 차체에 360도 카메라와 GPS·레이더 등으로 구성된 동사의 자율 주행 모듈인 에코 시스템과 파일 운반용 거치대를 장착하고 매니퓰레이터 끝단에 삽 대신 말뚝 박는 해머형 엔드 이펙터를 장착한 중장비다. RPD35는 철제 파일을 작업 구역까지 운반한 다음 작업 구역 내에 있는 수십 개의 설치 지점을 측정하고 각 지점마다 철제 파일을 설치하는 작업 등 일체의 공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RPD 35는 약 10톤에 달하는 192개의 철제 파일을 한 번에 운반할 수 있고 하루에 최대 300개의 파일을 설치할 수 있어 사람이 수동식 기계로 작업하는 것보다 최대 5배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철제 파일에 끼여 다칠 위험이 큰 파일 설치 작업을 완전히 자율화함으로써 인명 사고의 위험을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건물의 골격을 구성하는 철근을 운반하고 철근 골조를 설치하는 공정에도 로봇이 참여하고 있다. 어드밴스트 컨스트럭션 로보틱스(Advanced Construction Robotics)가 개발한 아이언봇(Ironbot)은 최대 2.3톤의 철근을 운반해 골조 구성을 위해 철근을 격자 형태로 정렬, 배치하는 로봇이다. 아이언봇은 대형 갠트리 로봇에 철근을 배치하고 정렬하는 소형 갠트리 로봇들이 결합된 구조로 된 로봇이다. 같은 회사가 만드는 타이봇(Tybot)은 격자 형태로 배치된 철근들을 결속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타이봇도 갠트리 로봇의 몸체에 철근 결속 작업용 엔드 이펙터와 가로세로로 얽힌 철근의 교차점을 감지하고 엔드 이펙터를 철근의 교차점에 자율적으로 정렬시키는 듀얼 카메라 기반의 위치 감지 장치가 달려 있다. 여러 명의 작업자들이 동원되기 마련인 철근의 결속 작업을 수행하는 타이봇의 작업을 감독하는 사람은 한 명에 불과하다. 로봇이 건설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유력한 대안임을 입증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미장 등 실내 마감최근에는 미장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도 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오키보(Okibo)가 개발한 미장 작업용 로봇은 한정적인 자율 주행 기능을 갖춘 AMR에 소형 다관절 로봇 팔과 미장 작업용 분사기 방식의 엔드 이펙터를 결합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이 로봇은 엔드 이펙터에 달린 카메라 등의 센서를 통해 건설 현장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3D 모델링 기술을 이용해 천장이나 벽면의 표면 상태를 분석한 다음 페인트 등의 각종 마감재를 분사해 미장 작업을 수행한다.현장 모니터링, 준공 검사건설의 마무리 단계인 준공 검사도 로봇과 AI의 몫이 되고 있다. 드론과 로봇을 이용해 건설 공정의 진척도를 조사, 분석하는 건설 작업 트래킹 솔루션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독셀(DOXEL)의 건설 작업 트래킹 솔루션은 드론이나 로버형 로봇을 이용해 현장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서 시작한다. 360도 카메라, 라이다, 비전 AI 등을 탑재한 드론과 로버형 로봇은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실시간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스캔한다. 그런 다음 분석용 AI를 이용해 현장 상황에 대한 각종 데이터와 3D 도면을 비교해 공사 진행 수준을 분석, 평가한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얼마나 공사가 진행됐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해 공사 일정의 지연 여부를 알 수 있고 단계마다의 공사 품질을 평가하고 공정을 수정함으로써 비용이 많이 드는 재시공과 같은 일을 방지할 수도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폿(Spot)도 준공 검사용 로봇으로 활용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3차원 스캐너 등 검사용 장비를 장착한 스폿은 우수한 4족 보행 능력을 활용해 계단·경사지 등 다양한 지형으로 이뤄진 건설 현장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건설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시공 상태를 측정·분석하는 검사용 로봇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철거용도를 다한 건축물의 마지막 과정인 철거 공정을 수행하는 로봇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장비 전문 기업 브록(BROKK)은 다양한 원격 제어 철거 로봇들을 판매하고 있다. 브록의 철거 로봇들은 무한궤도 방식의 주행 플랫폼에 중소형 다관절 로봇 팔과 철거 작업용 수압식 브레이커를 엔드 이펙터로 구성돼 있다. 철거 로봇은 작업자의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작업 시간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인 수단이다. 작업자가 현장에서 벗어난 장소에서 원격으로 로봇을 관리하므로 한층 빠른 속도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