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사건 심각성에 따라 주가 추가 하락
ESG 평가 우수하면 하락 폭 작아
채용 비리, 경영권 분쟁, 하도급법 위반, 노동자 과로사, 갑질 횡포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한 부정적 사건이 발생하면 주가가 하락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ESG 경영 성과가 좋을수록 하락 폭이 작았다.
ESG 평가 및 투자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가 지난 6일 발간한 ‘ESG 평판 이벤트, 초과수익률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에 심각한 ESG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정상 수익률과 비교해 누적 평균 비정상 수익률(CAAR)은 최대 1.34%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평균 비정상 수익률(CAAR, Cumulative Average Abnormal Return)은 정상적 기대수익률에서 괴리되어 발생하는 누적 수익률을 의미한다.
서스틴베스트는 AI 기반 ESG 평판 측정 모형인 서스틴 레피(SUSTIN REPi)를 활용해 2020년 하반기부터 2023년 5월까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50개 기업을 분석하고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하락 폭은 ESG 부정 사건의 종류와 심각성에 따라 달랐다. 심각한(Bad) ESG 사건이 발생하면 CAAR은 6일 차에 가장 낮은 -1.34%까지 내려가고 이후 일부 하락분을 회복해 10일 차에 -1.01%를 기록했다. 부정적 사건(Poor)의 CAAR은 최대 -0.41%까지 하락하다 10일 차에 -0.24%로 반등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부정 이벤트를 심각한(Bad) 사건과 부정적(Poor) 사건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규모 횡령, 부당내부거래, 소비자 피해 사건 등 기업가치와 연관성이 크고 손해 규모가 큰 사건은 심각한 사건으로 분류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부정적 사건으로 본다.
심각한 사건에는 횡령 및 배임, 채용 비리, 상속세 탈루, 분식회계, 개인정보 유출,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등이 포함된다. 부정적 사건에는 노동자 과로사, 리콜, 경영공시 위반, 사고 늑장 대책, 뇌물 공여 등이 들어간다.
기업의 ESG 성과가 좋을수록 부정적 ESG 사건으로 인한 수익률 하락 폭은 작았다. 기업의 ESG 성과를 상/중/하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사건 발생 5일 후까지 상위 그룹은 0.32%의 초과 손실이 발생했지만, 하위 그룹은 0.99%의 초과 손실이 발생했다.
정다솜 서스틴베스트 선임연구원은 "ESG 성과 그룹에 따라 이벤트 발생에 대한 시장 반응 정도가 다른 것은 시장이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의 ESG 리스크 관리 능력을 신뢰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이 연구는 ESG 요소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 최근의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ESG 평판 이벤트와 수익률 간의 관계를 실증한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ESG 평판과 이를 활용한 투자전략 개발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