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 전쟁 이제 그만 끝내자”…테슬라-BYD 휴전 합의



전기차 업계 1~2위 업체인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가 중국에서 가격 인하 전쟁을 잠시 멈추는 데 합의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가격 전쟁 휴전 합의가 다른 나라에도 확산될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7월 6일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 니오, 샤오펑(Xpeng) 등 16개 기업들이 상하이에서 열린 오토포럼에서 '비정상적인 가격 책정을 피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서약에는 전기차 회사뿐 아니라 중국제일자동차(FAW·이치), 둥펑자동차(DMC), 상하이자동차(SAIC), 베이징자동차(BAIC)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는 대부분 외국 자동차 브랜드와 합작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100% 외국 자본인 기업은 테슬라가 유일했다.

이들은 전기차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 생태계를 구축하고, 고객에게 고품질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전쟁이 심화된 것은 지난해 말 테슬라가 판매 촉진을 위해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부터다. 테슬라는 지난 1월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낮추며 판매가 인하 경쟁을 촉발시켰다. 이후 중국 내 테슬라의 최대 경쟁자로 손꼽히는 BYD를 포함해 전기차 주요 브랜드들도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일제히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 테슬라 가격은 올해 5월 기준 6.6% 낮아졌고, BYD는 6.1% 저렴해졌다. 베이징자동차 산하의 전기차 브랜드 아크폭스(Arcfox)는 인하폭이 13.8%로 가장 컸다. 이와 같은 흐름이 계속되면서 기존 전기차 구매 고객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가격이 인하되기 이전 전기차를 구매했던 테슬라 소유주들이 직접 판매점에 들이닥쳐 불만을 토하는 일이 잦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약이 ‘가격 전쟁의 종식 가능성을 예고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서약의 구속력이 약하다는 점에서 실제 ‘가격 인하 전쟁의 종식’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어 사실상 가격 인하 전쟁이 끝 무렵에 다다랐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안나 첸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몇 달 동안 꽤 견고한 전기차 수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아마 가격 전쟁 종결을 이미 예상했을 것"이라며 "자동차 회사들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모델 출시에 힘 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는 약 484만6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다. 이 중 BYD는 전년 동기 대비 101.6% 늘어난 102만5000대로 1위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66.6% 증가한 69만1000대로 2위다. 상하이자동차그룹(SAIC)과 폭스바겐은 각각 3~4위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판매량이 1.7% 늘어 7위를 차지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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