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인의 다크호스 애널리스트 [2023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2023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 & 애널리스트]

한경비즈니스는 지난 25년간 한국 최고의 애널리스트를 선정했다. 그 역사는 한국 자본 시장의 변화이자 경제와 산업을 전망하는 증권가의 브레인 ‘애널리스트’를 위한 기록이기도 했다.

그간 증권사는 흥망성쇠를 겪었지만 애널리스트는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 시련의 시기였다. 안팎으로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꺾이는 일만 가득했다.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전과 같지 않은 지금에도 애널리스트를 업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또 여전히 애널리스트를 목표로 삼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시장에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싶어서,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싶어서, 미래를 내다보고 싶어서 애널리스트에 뛰어들었다. 그들이 펴낸 보고서 안에는 치열한 오늘을 사는 애널리스트의 고민이 담겨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위상도 연봉도 전과 같지 않지만 애널리스트가 좋아 이 일에 뛰어든 1990년대생 애널리스트들에게 주목했다. 파트 2는 그들의 현주소와 고민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다.

위 왼쪽부터)양승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하희지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 배기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아래 왼쪽부터)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이동주 SK증권 애널리스트,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박성국 교보증권 애널리스트, 정혜지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이진영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이정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거침없는 사고와 깊이 있는 분석으로 무장한 신예들은 향후 베스트 애널리스트 명단을 장식할 ‘미래의 주연’이다. 2023년 상반기 ‘다크호스’ 애널리스트는 1990년대생 중 각자의 분야에서 10위권 내에 첫 진입한 애널리스트로 선정했다. 총 37명의 주인공을 소개한다.메리츠증권 8인 배출로 1위


2023년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중 각자의 분야에서 10위권 내에 첫 진입한 애널리스트는 26개 섹터에서 총 37명이 나왔다. 이 중에는 첫 데뷔에 톱10에 오르는 등 저력을 보여준 이들도 있다.

업종별로 보면 엔터테인먼트·레저와 인터넷·소프트웨어 부문에서 각각 4명씩 다크호스가 최다 배출됐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5위), 박성국 교보증권 애널리스트(7위),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8위), 차유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10위)가 엔터테인먼트·레저 부문 톱10에 자리했다. 모두 1990년대생이다.

6년 차 이현지 애널리스트는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유망 기업들을 발굴해 시장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느껴 애널리스트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쉽고 재미있게 산업과 기업의 스토리를 풀어 내는 애널리스트로 호평 받는다.

1996년생 박성국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1월 애널리스트로 데뷔한 1년 차다. 숫자를 기반으로 산업의 장·단기 업황을 전망하는 일이 멋있어 보여 이 길에 오른 그는 성실함과 꼼꼼함이 무기다. 박 애널리스트가 올 초 펴낸 ‘콘서트가 풀캐파로 돌아간다’는 그의 날카로운 시각이 돋보이는 보고서다.

박수영 애널리스트도 지난해 시작한 샛별이다. 증권사에서 리서치라는 조직이 일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는 조직이라고 판단해 이 업을 시작했다. 올해 3월 발간한 ‘#요즘_이야기’는 주가 측면에서 시기적절한 보고서로 투자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제시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인터넷·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산업 트렌드와 투자 전략을 발 빠르게 읽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업종이다. 이를 입증하듯이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1위),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4위),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5위), 윤예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7위) 등 1990년대생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그중에서도 강석오 애널리스트는 1990년대생 애널리스트 중 유일하게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다. 이제 2년 차인 그는 업황 부진 속에서 옥석 가리기에 집중하며 펀드매니저에게 높은 점수를 얻었다. 앞으로도 산업의 명암을 솔직하게 그려내는 애널리스트가 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그의 왕좌를 쫓는 이는 임희석 애널리스트와 김하정 애널리스트다. 임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다니며 이를 차트로 보여 줄 수 있는 데이터를 찾아내는 것이 강점이다. 지난 3월 펴낸 ‘판호실록 : 중국 재개방 시대의 투자’는 그의 강점이 녹아든 보고서로, 시장에 없던 10년간의 중국 게임 시장 데이터를 제시해 호평을 샀다.

증권사별로 보면 메리츠증권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메리츠증권은 총 8명의 1990년대생 애널리스트가 10개 섹터에서 다크호스로 활약했다.

이 중 문경원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유틸리티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 올해로 4년 차의 맹활약이다. 조아해 애널리스트는 은행·신용카드 부문에서 지난해 하반기 6위에서 4위로 2단계 뛰어오르며 톱3를 노크하고 있다.

배기연 애널리스트는 조선·중공업·기계(4위)와 운송(6위) 등 2개 부문에서 다크호스에 선정됐다. 1991년생인 배 애널리스트는 MBTI 유형 중 N(직관형) 성향이 두드러지는 애널리스트로, 산업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아이디어가 강점이다. 1년 차 양승수 애널리스트의 무기는 체력이다. 탐방이 곧 정보라고 생각하는 그는 발로 뛰며 데이터를 탐색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 밖에 이정연 애널리스트, 황수욱 애널리스트, 박수연 애널리스트, 장재혁 애널리스트가 톱10에 오르며 메리츠증권의 ‘다크호스 배출왕’의 타이틀을 지켰다. 특히 박수연·장재혁 애널리스트는 올해 이 회사 자체 애널리스트 양성 프로그램 최종 승격 시험 통과 후 보고서를 발간하며 정식 애널리스트에 데뷔한 샛별로, 첫 조사에서 쾌거를 이뤘다.‘시장의 신뢰’ 찾는 미래의 주연


신한투자증권도 메리츠증권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강석오 애널리스트를 앞세우며 신용분석, 석유화학, 글로벌 ETF 등 7개 섹터에서 7인의 다크호스를 배출했다.

1990년생인 박우열 애널리스트는 데이터를 다루고 글을 쓰는 게 좋아 애널리스트를 선택했다. 매달 ‘ETF 내비게이터’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시장의 반응이 꽤 좋다. 상장지수펀드(ETF)의 팩터·스타일·매크로 민감도 등의 특성을 종목 수준으로 분해 후 재합산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1994년생인 정혜진 애널리스트는 올해 5위로 신용 분석 부문에 첫 데뷔했다. 시니어도 어렵다는 섹터에서 성공적인 시작이다. 그를 키운 것은 협업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관련 기업 애널리스트의 정보나 의견이 큰 도움이 된다”며 “타 섹터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많은 선후배들과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데이터와 논리로 이야기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꿈이다.

석유화학 5위를 차지한 이진명 애널리스트의 별명은 ‘무거운 엉덩이’다. 부지런함을 강점으로 정유 화학 분야의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있다. 시장의 신뢰를 받는 애널리스트가 목표다.

하나증권과 KB증권에서는 각각 4명의 다크호스가 선정됐다. 하나증권에서는 조정현·김규상 애널리스트는 스몰캡에서 팀부문 1위를, 서현정 애널리스트와 윤예지 애널리스트는 유통과 인터넷·소프트웨어에서 각각 6위와 7위를 기록했다.

KB증권에서는 최효정 애널리스트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하우스 부문에서 2위를, 미디어 광고 부문에서는 최용현 애널리스트가 5위를 기록했다. 이어 임영주·정혜정 애널리스트가 각각 신용 분석과 철강 섹터에서 9위를 차지했다.

이어 SK증권·교보증권·다올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각각 2명씩 다크호스가 선정됐다. 이 중 SK증권의 이동주 애널리스트는 전기전자·가전 부문에서 7위에 올랐다. 지난해 14위에서 7계단 뛴 성적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시장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애널리스트가 좋아 이 일을 시작했다. 올해 4월 발간한 ‘반도체 소부장의 공식’은 그의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정교한 보고서로 시장의 호평을 샀다.

이 밖에 NH투자증권의 정지윤 애널리스트, 흥국증권의 이병근 애널리스트 등이 다크호스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모두 객관적인 시각과 날카로운 판단으로 향후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를 노리는 ‘미래의 주연’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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