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주’ 에코프로, 주가 결정 지을 3가지 키워드[에코프로의 시간⑥]
입력 2023-07-24 07:00:01
수정 2023-07-24 07:00:01
에코프로그룹의 시가 총액이 6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시가 총액이 5배 불어나며 카카오·네이버·셀트리온 등 시총 상위 기업 집단을 차례대로 제쳤다. 이제 에코프로그룹 앞에는 삼성(622조7430억원), LG(237조8593억원), SK(160조293억원), 현대차(126조6329억원), 포스코(93조5425억원) 등 5대 그룹뿐이다.
과열이냐 적정이냐를 둔 의견도, 향후 주가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많은 호재가 이미 선반영된 상태라는 우려와 여전히 수급이 괜찮고 성장성이 남아 있다는 기대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에코프로그룹 주가 전망이 엇갈리는 3가지 키워드를 정리했다. 1. 공매도 : 아직 1조원 남았다
에코프로그룹은 2차전지 시장뿐만 아니라 증권 시장에서도 많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공매도 싸움에서 개인 투자자의 승리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에코프로그룹주를 끌어올렸던 주체는 개인 투자자였다. 올해 개인들의 에코프로 순매수 규모는 무려 1조4580억원에 달한다. 반면 외국인들은 에코프로의 주가 폭등에 공매도를 지속해 왔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내다보고 베팅하는 투자 전략이다. 매도 물량이 나온다는 점에서 주가에 부담을 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17일 기준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액은 1조3095억원으로 전체 비율의 4.92%였다. 6월 28일 6.47%에 해당하던 공매도 비율이 7월 들어 낮아졌다.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액은 같은 날 기준 1조4472억원이었다.
에코프로그룹주의 ‘하락’에 베팅하던 외국인들이 최근 들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은 7월 기준 에코프로를 6139억원어치 순매수 중이다. 특히 에코프로가 황제주에 오른 7월 18일 한국거래소에서 외국인들은 하루 동안 에코프로를 249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전체 한국 증시 가운데 둘째로 높은 종목 순매수였다. 에코프로의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은 하루 동안 순매수 규모가 293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들이 에코프로그룹주를 빠르게 사들이는 배경은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쇼트 스퀴즈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공매도 거래를 한 투자자들이 예상외로 주가가 상승하자 주식을 다시 매수하는 현상을 말한다. 에코프로그룹주의 ‘추가 상승’을 주장하는 이들은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모두 공매도 잔액이 1조원 넘게 남았다는 데 희망을 건다.
에코프로그룹주의 상승을 미리 전망하며 ‘배터리 아저씨’로 불린 박순혁 전 금양 이사는 최근 한 경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번에 에코프로 주가가 치솟으며 공매도 수량은 1%포인트 정도 줄었지만 잔액은 여전히 1조2500억원 이상”이라며 “매수 대기 자금만 1조원이 넘는 만큼 에코프로 주가는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이 계속 상승하면 공매도 투자자는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 되갚아야(쇼트 커버링)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가가 더욱 폭등하는 쇼트 스퀴즈 현상이 또 발생할 수 있다. 2. 성장성 : 선반영 vs 더 간다 “논리적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숫자다.”
증권가가 최근 에코프로그룹주 양상에 대해 내린 평가다. 증권가에서 ‘논리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한 에코프로의 적정 주가 평균치는 42만5000원이었다.
전기차 수요 확대와 그에 부응한 설비 확장으로 내년에는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넘고 2025년에는 매출 17조5000억원, 영업이익 2조원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근거였다. 회사 성장성이 반영된 예측이었다. 하지만 실제 주가는 이를 비웃듯 목표가의 2배 이상으로 뛰었다. 2027년까지 회사가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코프로의 주가 흐름이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주가 전망을 사실상 포기한 채 관련 보고서도 꺼리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종목 과열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가가 너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가에 실적이나 미래 성장성, 시장에서의 존재감, 모간스탠리 지수 편입 등 앞으로의 호재가 담겼다고 하더라도 주가 상승세는 설명하기 힘들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다.
에코프로의 주가는 올해 초만 해도 11만원 선에 그쳤지만 6개월 사이 10배 정도 폭등했다. 최근 1개월 동안 에코프로는 46%, 에코프로비엠은 38% 뛰었다.
투자자들은 다음 호재를 기대하고 있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이다. MSCI는 8월 정기 변경으로 종목을 편출입한다. 통상적으로 편입 종목을 예상해 투자하면 기대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
에코프로는 지난 5월에도 MSCI 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가 커졌었다. 하지만 5월 리뷰에서 극단적 가격 상승 종목 편입 유보 조건에 의해 편입에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에코프로의 MSCI 편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패시브 자금 유입이 예상된 호재인 만큼 MSCI 지수 편입 발표일 전후까지 주가가 급등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새로 설정되는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에코프로 그룹주를 추가로 편입할 수밖에 없어 수급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수 편입을 계기로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질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회사들의 상장 역시 주요 이슈다. 에코프로그룹주 중 현재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종목은 지주회사인 에코프로와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 환경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에이치엔이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나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상장에 성공하면 지주회사인 에코프로가 가진 자회사들의 지분 가치가 올라가면서 재무적인 성과가 더해질 수 있다. 3. 한국 2차전지 경쟁력이 곧 미래
에코프로비엠은 2차전지용 양극재 세계 시장점유율 1위 회사다. 에코프로그룹 매출의 대부분이 에코프로비엠에서 나온다. 현재 연간 18만 톤 규모의 2차전지용 양극재를 생산하는데 2028년까지 생산 능력을 71만 톤으로 확대한다고 했다. 지금보다 규모가 4배 커지는 것이다. 4년 후 연매출 목표는 27조원 이상으로 잡았다.
회사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1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넘겼고 작년에는 5조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10조원을 목표로 한다. 1년 만에 매출이 5배, 2배씩 뛰는 셈이다. 전기차 수요가 폭발하면서 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이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전기차 시장은 최근 6년간 연평균 49%의 성장률을 보였다.
원천 기술이 중요한 양극재 시장에 선제 진입해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해 놓은 것도 주요 성공 비결로 꼽힌다. 배터리 소재에서 에코프로비엠이 주력 사업으로 삼는 양극재 비율은 30% 정도다. 에코프로비엠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하이니켈 양극재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와 NCM(니켈·코발트·망간)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력으로 납품처를 확대했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한국·중국·일본 등 상위 6개 회사가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점유율 5위인 SK온과 6위인 삼성SDI에 납품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와 지분율 각각 40%, 60%의 양극재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을 2020년 설립했다. SK온과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10조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2021년 맺었다. 이어 작년 7월 포드까지 총 3사가 모여 북미 생산 공장에 1조원 규모를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양극재 생태계를 수직 계열화한 것도 에코프로그룹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에코프로그룹은 2016년부터 약 2조9000억원을 투자해 수산화리튬·전구체·양극재·폐배터리 재활용, 이를 위한 고순도의 산소와 수소 공급 등 전 생산 공정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집적했다.
계열사 중 에코프로CNG가 다 쓴 폐배터리를 수거해 메탈을 뽑아내고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를 생산한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를 활용해 양극재까지 만드는 구조다. 최근 에코프로그룹은 이 생태계가 구축된 포항캠퍼스에 2조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 전구체 생산 능력을 현재 5만 톤에서 21만 톤으로, 원재료 추출 능력은 현재 3만6000톤에서 20만7000톤으로 6배 가까이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리튬 등 광물 가격 변동성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코프로가 최근 공개한 2분기 잠정 실적을 보면 매출은 2조132억원으로 전년 대비 63.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1% 줄어든 1664억원에 그쳤다. 시장 예상치보다 7.5%, 26% 낮은 수치다.
에코프로비엠 영업이익도 1147억원으로 전년보다 11.5%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1283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양극재 핵심 원자재인 리튬 가격 하락 여파 때문이다. 매출이 계속 늘고는 있지만 외상 거래가 많고 원자재 가격으로 재고 자산 평가 이익이 줄면서 실적이 부진해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해외 광산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주와 캐나다 지역의 광산·플랜트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광산 투자에 따른 실적 변동성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결국 에코프로의 미래 주가 가치는 한국 2차전지 산업의 시장 장악력에 달렸다고 분석한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에코프로의 성장성은 결국 한국 2차전지 기업들의 시장점유율 확대와 독보적인 경쟁력 확보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