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에코프로의 시간]
올해 한국의 주식 시장은 에코프로가 지배했다. 연초만 해도 이 회사의 주가는 10만원대에 불과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2007년부터 10여 년간은 1만원 박스권을 넘기는 일도 쉽지 않았다. 황제주에 등극하기까지 에코프로의 26년사는 성장주의 치열한 생존 일기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과 숙제도 남겼다. <한경비즈니스>는 5회에 걸쳐 ‘에코프로의 시간’을 연재한다. | PART2 | 성장주 그리고 욕망<① 황제주 에코프로, 우연한 합작>에 이어서
2021년 시장은 성장주를 찾는 데 혈안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동학개미 운동이 한창인 때였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 주식 매수 열풍이 불면서 주식 투자 관련 도서가 불티나게 팔리고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주요 기업의 주가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떨어지자 이를 일생일대의 기회로 여기는 개미 투자자들이 투자에 뛰어들던 시기였다.
당시 미국에서는 ‘돈나무 언니’로 유명한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미국 성장주 상장지수펀드(ETF)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가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의 2차전지 대장주인 테슬라가 담긴 ETF다. 한국에서도 성장주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후보군을 탐색하고 있었다.
주요 대상은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였다.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의 약자를 합친 말로, 초고령 사회와 기술 혁명 트렌드에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을 일컫는 신조어였다.
특히 테슬라가 쏘아 올린 전기차 물결이 2차전지 관련주를 밀어올렸다. 에코프로도 후보 중 하나였고 ‘10조원대 잭팟’은 에코프로를 대중에 각인시키는 데 충분한 트리거가 됐다.
(▶성장주는 현재의 기업 가치보다 미래의 기업 가치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이다. 반대는 가치주로, 기업의 현재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이다. 시장 지표인 주가수익률(PER)을 볼 때 가치주보다 성장주의 PER이 높다. 일반적으로 상승장에서는 성장주가 유리하고 하락장에서는 가치주가 유리하다. 또한 기술 혁신과 관련된 산업에 포함된 기업들은 현재 이익보다 미래 예상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기술 혁신 시기에는 성장주 투자가 유리하다. 성장주의 조건에는 ‘신고가’가 포함된다. 상장 이후 최고가를 뜻하는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는 종목일수록 성장주일 확률이 높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 에코프로그룹주는 2020~2021년 52주 신고가를 연신 경신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 상승장, 4차 산업혁명과 전기차 시대, 성장주 중에서도 에코프로그룹이 관심 받은 이유다.)
돈을 향한 열망은 식을 줄 몰랐다. 개인의 주식 매수 열풍에 코스피는 3000선을 돌파했다. 전문가는 물론 재야의 고수들도 개인의 열망에 한배를 탔다. 이때 개인들의 큰 지지를 받은 이가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다. 박순혁 전 이사는 2022년 2차전지 기업인 금양의 기업 홍보(IR)를 맡으면서 K-배터리 산업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시작했다. ‘삼프로TV’, ‘선대인TV’, ‘815머니톡’ 등 주로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상을 설파했는데 떴다 하면 조회 수가 폭등할 정도로 개인 투자자 사이에 큰 인기를 누렸다.
그는 “전기차의 심장이 배터리이고 그 배터리 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로 K-배터리가 가지고 있다”며 “K-배터리의 성장에 동업자로 참여해 그 성장의 열매를 같이 누릴 절호의 기회가 바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공개적으로 추천한 LG에너지솔루션·포스코케미칼 등 8개 종목은 동학개미 운동과 2차전지의 성장성을 타고 상승 랠리를 펼쳤다. 그 중심에 에코프로그룹주가 있었다.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의 주가는 매일 같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에코프로는 올해 초 10만원대에서 4월 초 70만원대까지 급등했다.
박 전 이사는 “성장이 끝난 게 아니라 아직도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며 “언제 사도 되는 기업”이라고 이들 종목을 추천했다. 그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이유는 작년이나 올해나 계속 똑같은 논리로 성장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코프로 신화’에 개미들의 멘토에서 개미들의 우상으로 박 전 이사가 굳건한 지지를 받는 동안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경고음이 울렸다. 성장은 굳건하지만 주가는 과열됐다는 의견이었다. 타이거자산운용은 고객 레터를 통해 낮은 성과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상승은 ‘시장의 쏠림과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쏠림, 그리고 절박함. 시장이 지지부진할 때 새로운 희망이 될 만한 주식이 나오면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은 항상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더더욱 극명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좁고 정보 공유의 속도가 빠른 데다 시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인구의 4분의 1이 한꺼번에 보는 1000만 관객 영화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한국 주식 시장은 일본· 미국과 비교해 좋지 않았다. 부동산도 코인도 투자처로 썩 마땅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스타를 찾는 심리적 토대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또 세계 1위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게 한국 사람들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졌다. 성장성이란 단어는 한국에서 마법의 단어다. 세계 1위, 성장성, 숫자로 뒷받침되는 실적에 독립군같은 유튜버까지…. 에코프로는 이 모든 요건을 충족시켰는지도 모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절박함도 엿보인다고 분석한다. 반도체·바이오 등 한국을 먹여 살릴 미래 산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반도체보다 시장이 커질 2차전지 산업의 핵심 기업’이라는 표현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실제 3년, 5년 후에도 굳건히 버텨 줄 산업을 꼽으라면 K-콘텐츠를 다루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2차전지 정도밖에 자신있게 말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이 많다.)
<③ 성장주 후보와 배터리 아저씨>에서 계속
<에코프로의 시간>
① ‘황제주’ 에코프로, 우연한 합작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09526b
② ‘황제주’ 잭팟의 서막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46215b
③ ‘성장주’ 후보와 배터리 아저씨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46216b
④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충돌…위기의 순간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46217b
⑤ ‘개미 대 공매도’ 왕관의 무게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46218b
⑥ ‘황제주’ 에코프로, 주가 결정 지을 3가지 키워드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09702b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올해 한국의 주식 시장은 에코프로가 지배했다. 연초만 해도 이 회사의 주가는 10만원대에 불과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2007년부터 10여 년간은 1만원 박스권을 넘기는 일도 쉽지 않았다. 황제주에 등극하기까지 에코프로의 26년사는 성장주의 치열한 생존 일기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과 숙제도 남겼다. <한경비즈니스>는 5회에 걸쳐 ‘에코프로의 시간’을 연재한다. | PART2 | 성장주 그리고 욕망<① 황제주 에코프로, 우연한 합작>에 이어서
2021년 시장은 성장주를 찾는 데 혈안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동학개미 운동이 한창인 때였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 주식 매수 열풍이 불면서 주식 투자 관련 도서가 불티나게 팔리고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주요 기업의 주가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떨어지자 이를 일생일대의 기회로 여기는 개미 투자자들이 투자에 뛰어들던 시기였다.
당시 미국에서는 ‘돈나무 언니’로 유명한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미국 성장주 상장지수펀드(ETF)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가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의 2차전지 대장주인 테슬라가 담긴 ETF다. 한국에서도 성장주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후보군을 탐색하고 있었다.
주요 대상은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였다.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의 약자를 합친 말로, 초고령 사회와 기술 혁명 트렌드에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을 일컫는 신조어였다.
특히 테슬라가 쏘아 올린 전기차 물결이 2차전지 관련주를 밀어올렸다. 에코프로도 후보 중 하나였고 ‘10조원대 잭팟’은 에코프로를 대중에 각인시키는 데 충분한 트리거가 됐다.
(▶성장주는 현재의 기업 가치보다 미래의 기업 가치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이다. 반대는 가치주로, 기업의 현재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이다. 시장 지표인 주가수익률(PER)을 볼 때 가치주보다 성장주의 PER이 높다. 일반적으로 상승장에서는 성장주가 유리하고 하락장에서는 가치주가 유리하다. 또한 기술 혁신과 관련된 산업에 포함된 기업들은 현재 이익보다 미래 예상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기술 혁신 시기에는 성장주 투자가 유리하다. 성장주의 조건에는 ‘신고가’가 포함된다. 상장 이후 최고가를 뜻하는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는 종목일수록 성장주일 확률이 높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 에코프로그룹주는 2020~2021년 52주 신고가를 연신 경신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 상승장, 4차 산업혁명과 전기차 시대, 성장주 중에서도 에코프로그룹이 관심 받은 이유다.)
돈을 향한 열망은 식을 줄 몰랐다. 개인의 주식 매수 열풍에 코스피는 3000선을 돌파했다. 전문가는 물론 재야의 고수들도 개인의 열망에 한배를 탔다. 이때 개인들의 큰 지지를 받은 이가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다. 박순혁 전 이사는 2022년 2차전지 기업인 금양의 기업 홍보(IR)를 맡으면서 K-배터리 산업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시작했다. ‘삼프로TV’, ‘선대인TV’, ‘815머니톡’ 등 주로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상을 설파했는데 떴다 하면 조회 수가 폭등할 정도로 개인 투자자 사이에 큰 인기를 누렸다.
그는 “전기차의 심장이 배터리이고 그 배터리 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로 K-배터리가 가지고 있다”며 “K-배터리의 성장에 동업자로 참여해 그 성장의 열매를 같이 누릴 절호의 기회가 바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공개적으로 추천한 LG에너지솔루션·포스코케미칼 등 8개 종목은 동학개미 운동과 2차전지의 성장성을 타고 상승 랠리를 펼쳤다. 그 중심에 에코프로그룹주가 있었다.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의 주가는 매일 같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에코프로는 올해 초 10만원대에서 4월 초 70만원대까지 급등했다.
박 전 이사는 “성장이 끝난 게 아니라 아직도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며 “언제 사도 되는 기업”이라고 이들 종목을 추천했다. 그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이유는 작년이나 올해나 계속 똑같은 논리로 성장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코프로 신화’에 개미들의 멘토에서 개미들의 우상으로 박 전 이사가 굳건한 지지를 받는 동안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경고음이 울렸다. 성장은 굳건하지만 주가는 과열됐다는 의견이었다. 타이거자산운용은 고객 레터를 통해 낮은 성과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상승은 ‘시장의 쏠림과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쏠림, 그리고 절박함. 시장이 지지부진할 때 새로운 희망이 될 만한 주식이 나오면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은 항상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더더욱 극명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좁고 정보 공유의 속도가 빠른 데다 시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인구의 4분의 1이 한꺼번에 보는 1000만 관객 영화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한국 주식 시장은 일본· 미국과 비교해 좋지 않았다. 부동산도 코인도 투자처로 썩 마땅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스타를 찾는 심리적 토대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또 세계 1위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게 한국 사람들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졌다. 성장성이란 단어는 한국에서 마법의 단어다. 세계 1위, 성장성, 숫자로 뒷받침되는 실적에 독립군같은 유튜버까지…. 에코프로는 이 모든 요건을 충족시켰는지도 모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절박함도 엿보인다고 분석한다. 반도체·바이오 등 한국을 먹여 살릴 미래 산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반도체보다 시장이 커질 2차전지 산업의 핵심 기업’이라는 표현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실제 3년, 5년 후에도 굳건히 버텨 줄 산업을 꼽으라면 K-콘텐츠를 다루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2차전지 정도밖에 자신있게 말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이 많다.)
<③ 성장주 후보와 배터리 아저씨>에서 계속
<에코프로의 시간>
① ‘황제주’ 에코프로, 우연한 합작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09526b
② ‘황제주’ 잭팟의 서막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46215b
③ ‘성장주’ 후보와 배터리 아저씨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46216b
④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충돌…위기의 순간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46217b
⑤ ‘개미 대 공매도’ 왕관의 무게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46218b
⑥ ‘황제주’ 에코프로, 주가 결정 지을 3가지 키워드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09702b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