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분기 35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한 역대 최대치다. 에너지부문이 효자였다. 포스코에너지 합병의 시너지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에너지 합병 이후 액화천연가스(LNG)의 탐사·생산(E&P)부터 저장·발전을 아우르는 친환경 에너지 밸류 체인을 완성하는 중이다.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6367억원을 거둬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대우가 뿌린 씨앗…포스코가 수확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중 미얀마 해상 가스전 사업에서 거둔 것만 1100억원에 이른다. 미얀마 가스전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로 꼽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고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이 1967년 세운 대우실업이 모태다. 김 전 회장은 ‘세계 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처음부터 해외 수출에 중점을 뒀다. 1969년 한국 기업 최초로 시드니에 해외지사 설립을 시작으로 1975년 종합상사 시대를 열었다.
한때는 396개 해외 법인을 포함해 해외 네트워크가 589곳, 해외 고용 인력만 15만여 명에 달하며 재계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대우그룹은 1997년 11월 닥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의 파고를 피하지 못하고 급격히 몰락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해외 자원 개발 씨앗을 뿌린 것도 대우였다. 대우 시절이던 1985년 철도 차량 수주를 계기로 미얀마에 적합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던 중 김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웠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에게 사업 파트너를 소개받아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미얀마 가스전은 한국 민간 기업이 해외에서 개발한 최대 규모의 자원 개발 프로젝트로, 해외 자원 개발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통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무역 중심의 종합상사에서 자원 개발 중심의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물론 수익을 거두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우인터내셔널 때인 2000년 미얀마 A-1, A-3 광구 운영권을 따냈고 2013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탐사권을 획득하고 2013년 6월 첫 가스 생산에 이르기까지 13년이 걸렸다.
미얀마 가스전은 중국 국영석유회사와의 계약에 따라 2013년부터 2043년까지 30년간 중국에 판매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캐시카우로 거듭났다. 2014년에만 24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현재 미얀마 가스전은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한국 업체들은 성공률이 10∼20%에 불과해 위험 부담이 큰 탐사·개발 과정에 참여하기보다 경제성이 있는 광구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해 왔다. 미얀마 가스전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탐사부터 개발·운영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이러한 한국 자원 개발의 관행을 깬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제2 자원 개발 신화’ 도전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제2 자원 개발 신화’ 창조에 나섰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7월 25일 인도네시아 정부 기관과 국영 석유회사 페르타미나훌루에너지(PHE)와 함께 붕아 광구의 ‘생산물 분배 계약’을 체결했다.
생산물 분배 계약은 탐사 성공 시 생산되는 원유와 가스 일부를 계약자가 투자비 회수 목적으로 우선 거둬들인 뒤 잔여분을 정부와 계약자가 일정 비율로 나눠 가지는 방식이다. 동남아시아 등 주요 산유국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계약 형태다.
정부와 계약자 간 생산물 분배 비율은 원유 60 대 40, 가스는 55 대 45로 확정했다. 전체 생산량의 25%는 인도네시아 현지에 의무 공급하게 된다. 계약자 간 참여 지분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PHE가 각각 50 대 50이다.
이번 계약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붕아 광구 운영권을 포함해 기본 6년의 탐사 기간과 30년의 개발·생산 기간을 보장받게 됐다.
붕아 광구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부 해상에 있는 수심 50~500m에 이르는 대형 광구다. 총면적이 8500㎢로 서울의 14배에 달한다. 미얀마·말레이시아·호주에 이은 넷째 천연가스 사업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1년부터 PHE와 붕아 광구를 함께 조사해 천연가스 존재 가능성이 높은 지층을 찾았다. 지난 2월 PHE와 컨소시엄으로 붕아 광구 탐사권을 확보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붕아 광구가 인근에서 대규모 천연가스를 성공적으로 생산, 운영한 빠게룽안 가스전과 동일한 특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탐사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해당 광구에는 13억 배럴 규모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붕아 광구에서 탐사에 성공하면 △안정적인 천연가스 매장량 확보 △한국 도입을 통한 에너지 안보 기여 △LNG 연계 사업 강화로 이어지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재 미얀마와 호주의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2021년부터 탐사를 시작한 말레이시아 PM524 광구와 인도네시아 붕아 광구 개발이 더해지면 다양한 지역에서 매장량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사업의 안정성을 더욱 높이고 생산 규모도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외 자원 개발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으로 불리는 만큼 인도네시아 붕아 가스전이 잭팟을 터뜨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미얀마 가스전도 수익을 내기까지 13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 사업 부문 투자를 계속 이어 갈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견조한 에너지 부문 성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사업 중 철강, 식량 소재, 무역법인 등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각지에서 사업을 펼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불안한 국제 정세로 현지 사업 확장이 주춤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곡물 터미널은 전쟁 이후 안전 문제로 중단됐고 수단 제약 사업은 군벌 간 무력 충돌 발생으로 주재원들이 철수한 상황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 사업 확대로 상반기 실적 상승세를 이어 갈 방침이다. 2025년까지 3조8000억원을 투자해 LNG·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강화한다. 미얀마 가스전은 3단계 개발을 시작해 가스 승압 플랫폼 설치로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2022년 인수한 호주 세넥스에너지는 2025년까지 천연가스 생산량을 기존 40만 톤에서 120만 톤으로 3배 증산한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에서 신규 탐사도 이어 간다. 자원 영토를 지속 확장해 무역 중심 상사에서 탈피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자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분기 35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한 역대 최대치다. 에너지부문이 효자였다. 포스코에너지 합병의 시너지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에너지 합병 이후 액화천연가스(LNG)의 탐사·생산(E&P)부터 저장·발전을 아우르는 친환경 에너지 밸류 체인을 완성하는 중이다.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6367억원을 거둬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대우가 뿌린 씨앗…포스코가 수확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중 미얀마 해상 가스전 사업에서 거둔 것만 1100억원에 이른다. 미얀마 가스전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로 꼽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고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이 1967년 세운 대우실업이 모태다. 김 전 회장은 ‘세계 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처음부터 해외 수출에 중점을 뒀다. 1969년 한국 기업 최초로 시드니에 해외지사 설립을 시작으로 1975년 종합상사 시대를 열었다.
한때는 396개 해외 법인을 포함해 해외 네트워크가 589곳, 해외 고용 인력만 15만여 명에 달하며 재계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대우그룹은 1997년 11월 닥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의 파고를 피하지 못하고 급격히 몰락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해외 자원 개발 씨앗을 뿌린 것도 대우였다. 대우 시절이던 1985년 철도 차량 수주를 계기로 미얀마에 적합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던 중 김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웠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에게 사업 파트너를 소개받아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미얀마 가스전은 한국 민간 기업이 해외에서 개발한 최대 규모의 자원 개발 프로젝트로, 해외 자원 개발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통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무역 중심의 종합상사에서 자원 개발 중심의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물론 수익을 거두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우인터내셔널 때인 2000년 미얀마 A-1, A-3 광구 운영권을 따냈고 2013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탐사권을 획득하고 2013년 6월 첫 가스 생산에 이르기까지 13년이 걸렸다.
미얀마 가스전은 중국 국영석유회사와의 계약에 따라 2013년부터 2043년까지 30년간 중국에 판매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캐시카우로 거듭났다. 2014년에만 24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현재 미얀마 가스전은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한국 업체들은 성공률이 10∼20%에 불과해 위험 부담이 큰 탐사·개발 과정에 참여하기보다 경제성이 있는 광구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해 왔다. 미얀마 가스전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탐사부터 개발·운영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이러한 한국 자원 개발의 관행을 깬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제2 자원 개발 신화’ 도전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제2 자원 개발 신화’ 창조에 나섰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7월 25일 인도네시아 정부 기관과 국영 석유회사 페르타미나훌루에너지(PHE)와 함께 붕아 광구의 ‘생산물 분배 계약’을 체결했다.
생산물 분배 계약은 탐사 성공 시 생산되는 원유와 가스 일부를 계약자가 투자비 회수 목적으로 우선 거둬들인 뒤 잔여분을 정부와 계약자가 일정 비율로 나눠 가지는 방식이다. 동남아시아 등 주요 산유국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계약 형태다.
정부와 계약자 간 생산물 분배 비율은 원유 60 대 40, 가스는 55 대 45로 확정했다. 전체 생산량의 25%는 인도네시아 현지에 의무 공급하게 된다. 계약자 간 참여 지분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PHE가 각각 50 대 50이다.
이번 계약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붕아 광구 운영권을 포함해 기본 6년의 탐사 기간과 30년의 개발·생산 기간을 보장받게 됐다.
붕아 광구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부 해상에 있는 수심 50~500m에 이르는 대형 광구다. 총면적이 8500㎢로 서울의 14배에 달한다. 미얀마·말레이시아·호주에 이은 넷째 천연가스 사업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1년부터 PHE와 붕아 광구를 함께 조사해 천연가스 존재 가능성이 높은 지층을 찾았다. 지난 2월 PHE와 컨소시엄으로 붕아 광구 탐사권을 확보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붕아 광구가 인근에서 대규모 천연가스를 성공적으로 생산, 운영한 빠게룽안 가스전과 동일한 특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탐사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해당 광구에는 13억 배럴 규모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붕아 광구에서 탐사에 성공하면 △안정적인 천연가스 매장량 확보 △한국 도입을 통한 에너지 안보 기여 △LNG 연계 사업 강화로 이어지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재 미얀마와 호주의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2021년부터 탐사를 시작한 말레이시아 PM524 광구와 인도네시아 붕아 광구 개발이 더해지면 다양한 지역에서 매장량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사업의 안정성을 더욱 높이고 생산 규모도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외 자원 개발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으로 불리는 만큼 인도네시아 붕아 가스전이 잭팟을 터뜨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미얀마 가스전도 수익을 내기까지 13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 사업 부문 투자를 계속 이어 갈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견조한 에너지 부문 성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사업 중 철강, 식량 소재, 무역법인 등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각지에서 사업을 펼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불안한 국제 정세로 현지 사업 확장이 주춤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곡물 터미널은 전쟁 이후 안전 문제로 중단됐고 수단 제약 사업은 군벌 간 무력 충돌 발생으로 주재원들이 철수한 상황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 사업 확대로 상반기 실적 상승세를 이어 갈 방침이다. 2025년까지 3조8000억원을 투자해 LNG·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강화한다. 미얀마 가스전은 3단계 개발을 시작해 가스 승압 플랫폼 설치로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2022년 인수한 호주 세넥스에너지는 2025년까지 천연가스 생산량을 기존 40만 톤에서 120만 톤으로 3배 증산한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에서 신규 탐사도 이어 간다. 자원 영토를 지속 확장해 무역 중심 상사에서 탈피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자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