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기에 반드시 읽어야 할 경영서[서평]

비욘드 디스럽션, 파괴적 혁신을 넘어
김위찬·르네 마보안 지음│권영설 역│김동재 감수│한국경제신문│2만4000원
파괴와 혁신은 동의어가 아니다. “빠르게 움직이고 모든 것을 부숴라(Move fast, break things).”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페이스북을 만들 때 내세운 모토다. 실리콘밸리는 오랫동안 ‘파괴적 창조’를 사랑해 왔다. 실리콘밸리만일까. 지난 20여 년간 ‘파괴’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내세운 전투 구호였다. ‘이것을 파괴하라. 파괴하지 않으면 망한다.’ 기업 리더들은 계속해 기존의 산업과 기업을 파괴하는 것이 성장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겨 왔다. 많은 사람이 ‘파괴’를 ‘혁신’과 동의어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과연 파괴가 혁신과 성장의 유일한 방법일까.

전 세계에 400만 부 이상 팔린 ‘블루오션 전략’의 두 저자 김위찬·르네 마보안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오랫동안 이 질문을 탐구했다. 그리고 ‘블루오션 시프트’ 이후 6년 만에 이 책 ‘비욘드 디스럽션, 파괴적 혁신을 넘어’로 돌아오면서 ‘비파괴적 창조(nondisruptive creation)’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았다. 비파괴적 창조는 간단히 말하면 기존 산업을 파괴하지 않고도 새로운 시장·제품·서비스 등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승자와 패자의 게임, 블록버스터 vs 넷플릭스. 그동안 사람들이 지나치게 집중해 온 ‘파괴적 창조’는 어떤 것일까. 예를 들어보자. 넷플릭스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블록버스터를 비롯한 독립 비디어 대여점과 비교할 때 소비자들이 거부할 수 없는 가치를 제공했다. 소비자들은 블록버스터에서 DVD를 대여하는 대신 넷플릭스를 시청했고 그 결과 미국에서 가장 큰 비디오 대여점이었던 블록버스터는 현재 단 한 곳의 매장만 남아 있다. 이처럼 파괴적 창조는 새로운 시장을 혁신하기는 하지만 기존 산업을 파괴하거나 대체하고 일자리를 없애는 등 사회적 조정 비용을 발생시켰다. 즉 긍정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도 가져온 것이다.

패자 없는 혁신, 위니아 만도. 비파괴적 창조는 기존의 것을 부수거나 파괴하지 않고 새롭게 혁신해 내는 사고방식으로 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비즈니스 세계를 구축해 낼 수 있다. 이를테면 아동용 TV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는 유치원이나 도서관을 ‘대체’하지 않고도 아이들이 학습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냈다. 3M 포스트잇 메모지나 e스포츠·마이크로파이낸스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위니아 만도는 김치 항아리를 묻을 수 없게 된 한국의 생활 방식에 맞춰 ‘딤채’라는 김치냉장고를 개발했고 이제 김치냉장고는 한국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이 책은 이처럼 이미 비파괴적 창조를 통해 기존의 산업을 파괴하지 않고 사회적 조정 비용을 치르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산업과 그 특징에 대해 알려준다.

이 책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비파괴적 창조를 포함해 기존의 혁신과 성장에 대한 시각을 확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비파괴적 창조를 생성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이 경쟁이 아닌 창조를 전략의 본질로 재정의했다면 이 책 ‘비욘드 디스럽션’은 혁신에 대한 기존 시각을 재정의하고 확장함으로써 혁신의 새로운 접근 방식에 눈뜨고 새로운 시장을 열어 갈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한경BP 윤효진 편집자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