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리포트,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 보니…

[비즈니스 포커스] 2023 연봉 리포트


‘의치한약수’, ‘공무원 기피 현상’이란 최근의 사회 현상을 만든 제1의 원인은 연봉이다. 우리는 연봉 때문에 수많은 선택을 한다. 취업·퇴사·이직 심지어 주거 이전 등의 선택에 연봉은 최우선순위의 조건이다. 직장인의 최대 관심사 ‘연봉’. 현재 자신의 연봉에 ‘0’ 하나가 더해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짜릿한 일이다. 2023년 연봉 리포트, 연봉을 둘러싼 이모저모를 살펴봤다.① 최저와 최고내가 받는 급여는 평균보다 낮을까, 높을까.

고용노동부가 7월 31일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상용 노동자 1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의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은 370만3000원이다. 종사자 지위별로 보면 상용 노동자는 391만9000원, 임시·일용 노동자는 176만7000원을 받았다. 같은 기간 물가 수준을 고려한 실질 임금은 333만2000원이다.

평균보다 낮다고 슬퍼하지 말자. ‘평균’의 오류다. 중위 임금(전체 노동자의 임금 소득을 금액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있는 소득)은 2021년 6월 최신 자료 기준으로 232만원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근로 소득 대비 여성의 근로 소득은 70%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6월 조사 결과다.

지역별 임금 총액을 보면 2022년 기준으로 서울시가 평균 456만원으로 가장 높다. 이어 울산시(453만원)가 2위로, 서울과 평균 임금 3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울산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평균 연봉이 높은 대기업이 자리한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 도시다. 이어 수도권 경기도가 403만원으로 3위다. 꼴찌는 제주다. 322만원으로, 평균 임금은 전국에서 가장 낮았지만 전년 대비 임금 증가율은 4.7%로 충북(4.8%)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대구(343만원), 강원(347만원), 전북(353만원)의 임금도 하위권에 속했다.

산업별로 보면 역시 금융보험업이 1위다. 2023년 5월 기준 금융보험업의 평균 임금은 638만원이다. 이어 전기가스증기(592만원), 전문과학기술(499만원), 정보통신업(480만원) 등으로 ‘이과’ 비율이 높았다. 이 중 전기가스증기 분야는 전년 대비 9.0%나 올라 증감률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숙박음식점업은 205만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사업서비스업(262만원), 개인서비스업(283만원), 예술스포츠(289만원) 등도 하위권에 속했다.
② 7.4%와 4.6%직장인의 희망 연봉 인상률은 7.4%, 현실은 4.6%다.

사람인 HR연구소가 기업 332개사를 대상으로 ‘2023년도 임금 인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임금을 인상한 기업 175개사의 평균 인상률은 4.6%였다. 겨우 4.6%라고 생각했다면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미국의 평균 급여 인상률은 3%다. 잘 받았다고 느끼는 급여 인상률의 범위는 4.5%에서 5%이고 그 이상은 예외로 간주된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2024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올해(9620원)보다 2.5% 인상될 당시 노사 간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HR연구소의 조사에서도 기업 332개사 중 임금을 인상한 기업은 78%였고 나머지 22%는 동결 또는 삭감했다. 연봉을 동결했거나 삭감했다고 답한 기업 49개사는 그 이유로 ‘작년 실적이 좋지 않아서’를 42.9%(복수 응답)로 가장 많이 들었다. ‘비용 절감이 필요해서’, ‘올해 매출 악화가 예상돼서’란 응답은 각각 26.5%로 공동 2위였고 ‘재무 상태는 나쁘지 않지만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14.3%)’라는 응답도 있었다.

반면 임금을 올린 기업은 ‘최저임금과 물가 인상 때문’이라는 답변이 69.1%(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직원 사기를 높이고 이탈을 막기 위해서’가 44%로 2위에 꼽혔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도 기업들이 인재 확보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기존부터 관행적으로 인상해 오고 있어서(13.1%)’, ‘업계 전반적으로 연봉이 상승하고 있어서(11.4%)’, ‘경영 성과 또는 재정 상황이 좋아져서(10.9%)’ 등이 있었다.

그렇다면 인상률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첫째는 ‘경영진의 결정’이 24.6%로 1위였다. 이어 개인 실적(19.4%), 물가 인상률(18.3%), 전사 실적(17.7%)이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물가 인상률, 인플레이션은 직원 보상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다. 경제 전반의 물가 상승이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을 따라잡기 위해 더 많은 급여를 받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기업의 비용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물가 인상이 반드시 임금 인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믈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하락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에서도 5월 기준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석 달 연속 하락했다.③ 별별 연봉억대 연봉의 직업도 다양하다. 한때는 ‘사’자 돌림의 전문직이 고소득을 올렸다면 최근에는 그 범위가 다양해졌다.

예컨대 ‘어부’다. 4차 산업혁명이 불며 어업·농업 등의 1차 산업은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최근의 지표는 조금 다르다. 최근 전남도는 “2022년 기준 어가 소득 5000만원 이상을 거둔 어가와 법인을 조사한 결과 총 2501어가들이 연소득 1억원 이상 고소득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5억원 이상, 10억원 이상의 어가도 각각 425어가, 176어가 등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맞벌이 가구 증가 추세에 요리 세트(밀키트)와 가정 간편식(HMR) 제품 개발로 타깃층을 정하고 양식 시설을 규모화한 것이 어가 소득을 높인 원인으로 분석됐다.

세계에서 최근 가장 유망한 고연봉 직업은 ‘인공지능(AI)’ 부문이다. AI 인재는 데이터 과학자나 머신러닝 전문가 등으로, 구인 기업은 많지만 적임자가 턱없이 부족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에는 동영상 스트리밍 공룡 넷플릭스가 연봉 90만 달러(약 12억원)에 머신러닝 플랫폼 매니저를 뽑는 구인 공고를 냈다. 월마트는 대화형 AI 담당자를 뽑으면서 연봉을 최고 25만2000달러(약 3억3000만원)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 엔지니어 자리를 최고 25만 달러에 내놓았다.

AI 전문가보다 더 많은 초거액 연봉을 받는 괴짜 직업도 있다. 직업명은 악취 감별사(odor graders)로, 이들의 연봉은 무려 200만 달러다. 한화로 약 23억원이다. 이 직업은 미국의 프린스턴 컨슈머 리서치란 회사에서 1년 내내 다양한 사람들의 체취를 맡는 것이 주요 업무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에서 보내온 데오드란트 제품을 실험 참가자에게 적용한 후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분석하는 일이다.
연봉 인상 실전 팁경영학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연봉 협상을 위해 몇 가지 공통적인 조언을 한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의 연봉 인상 실전 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먼저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의 모습을 확인해 보라. 회사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보다 회사에 기여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 또한 회사를 장기적인 관계로 두고 함께 할 신뢰로운 사람을 선호한다. 이처럼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의 모습과 당신의 모습을 비교해 보라. 회사와 당신이 요구하는 갭이 크면 높은 연봉을 받기는 힘들다.

둘째, 이제 회사가 요구하는 모습과 당신의 모습에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졌다면 정보를 수집하라. 자신이 원하는 것과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회사 규모, 업무 환경, 업계의 평균 연봉, 회사 내 동일 직급 및 업무 수행자의 연봉, 업계의 인적 자원 수요 공급 등의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들은 당신의 협상력을 높여 줄 객관적 기준이 된다. 협상 시 당신의 주장과 동시에 준비된 객관적 기준을 근거로 내밀어라. 객관적 기준은 당신의 논리를 정당화하고 상사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무기가 될 것이다.

셋째, 정보를 수집했다면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어떤 상사든 당신이 만족할 만한 수준 이상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당신이 먼저 상사보다 요구 연봉을 제시해야 한다. 당신이 먼저 제시해야 높은 수준에서 연봉 금액을 논할 수 있다. 이때 당신이 제시하는 연봉이 객관적이고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둘째 단계에서 조사한 각종 정보를 가지고 조직 평균, 타 기업 평균, 동일 업종 평균 등과 당신의 성과, 미래 가치 등을 제시해 당신이 제시한 연봉에 신뢰를 더하라.

넷째, 당신이 제시한 연봉을 수용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배트나(BATNA)를 만들어라. 배트나는 협상의 마지노선이나 대안을 말한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회사보다 더 좋은 회사들이 당신과 함께 근무하기를 희망한다는 정보를 어느 정도 흘려라. 이는 당신의 몸값이 시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상대방은 ‘손실 회피 경향’의 심리적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당신을 놓치면 아깝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어야 하고 이 과정은 근무하는 기간 내내 당신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노출시켜야 한다. 시장성이 없는 배트나 노출은 퇴사를 앞당길 뿐이다.

다섯째, 연봉 협상에 임할 때는 단기적인 관계보다 장기적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라. 어느 정도 양보를 통해 당장 눈앞의 비용적 측면이 아닌 투자적 측면을 고려하라. 또한 문제 간의 균형을 이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연봉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역할·혜택·미래 가치 등을 포함해 범위의 폭을 넓혀 협상하라. 예컨대 관리자가 연봉 인상에 큰 여유가 없다고 말하면 대학원 등록금이나 자녀 학자금, 교육 훈련 혜택 등에 대해 협상해 비슷한 재정적 이익을 얻어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봉 협상 시 어떤 협상 자세를 취해야 할까. 미국의 조지메이슨대와 템플대는 최근 3년 이내 입사한 전문직 종사자 1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원자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갖는 권한과 별개로 연봉 협상에 성공한 사람들은 주로 경쟁형·협력형 전략을 사용해 평균 5000달러를 인상했다. 경쟁형은 타인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의 결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유형이고 협력형은 자신과 상대가 윈-윈하려는 자세를 취하는 유형이다.

경쟁적으로 협상한 사람들은 협력에 집중한 사람들보다 더 잘했지만 협력형 유형은 협상 과정에서 경쟁적인 협상가들보다 더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조적으로 타협형과 수용형 전략을 취한 사람은 원하는 수준 이상의 연봉 협상 인상과 연결되지 않았다.

이 연구자들은 연봉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단호하게 협상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경영진이나 의사 결정권자가 직원들에게 연봉을 협상할 수 있는 여유를 주면 더 만족스럽고 보다 생산적인 성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직접 만나 보니, 고액 연봉의 비결은 OO”

진학사가 운영하는 캐치TV는 기업과 취업에 대한 정보를 풀어내는 유튜브 채널이다. 특히 직장인들에게 연봉을 물어보는 게릴라 인터뷰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천 송도, 서울 잠실, 대구 범어네거리, 대구 성서공단, 파주 출판도시, 서울 공덕, 서울 용산, 인천 남동공단,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성수 등 다양한 곳의 직장인을 찾아가 ‘현실의 진짜 연봉’을 묻는 콘텐츠다. 구독자 수는 209만 명이다. 김태진 캐치TV 팀장은 “인터뷰를 하며 낮은 초봉에서 높은 현재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비결은 바로 이직이었다”고 말했다.

-캐치TV를 진행하며 가장 놀란 연봉이 있나.
“인천 남동공단이다. 그동안 채널에서 다뤘던 대기업들의 연봉, 온라인상의 연봉에 익숙했었는데 한국 중소 제조업의 연봉을 실제 현장에서 처음 접한 것이 남동공단이었다(*35년 차 기계 제작 전문가의 연봉은 3000만원 선, 납기일에 따라 잔업과 야근은 필수). 한국의 연봉 현실을 좀 더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낮은 연봉에도 본인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이들을 보며 개인적으로 반성하기도 했다. 우리는 연봉이 전부인 것처럼 말하지만 일이라는 것은 연봉보다 가치 있는 것이다. 연봉은 숫자이지만 일은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연봉을 올릴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뭔가.
“단기적으로는 이직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하며 낮은 초봉에서 높은 현재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비결은 바로 이직이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 회사에 오래 일하는 것도 연봉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반적인 조직에서는 이직이 잦은 사람에게 로열티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기에 한 회사에 오래 일한 사람에게 임원 승진의 문이 좀 더 열려 있다는 측면에서는 장기 근속도 꼭 틀린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봉 인터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땠나.
“여전히 한국에선 돈에 대해서는 굉장히 경직적이라는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직 연봉이야 개인차가 있어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신입 초봉 공개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그건 기업들이 그렇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초봉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취업 준비생과 구직자들은 모든 것을 공개하는데 본인들은 가장 중요한 초봉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이건 너무 불합리하다. 화제가 되더라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해 연봉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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