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역점·서울대입구역점·관악서울대입구R점·서울대입구역8번출구점.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4개 스타벅스 매장의 명칭입니다. 생기고 또 생겨도 가 보면 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처음엔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과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의 마케팅이 결합된 결과라고 해석했지요. 하지만 이내 공간에 대한 욕구와 관련 있다는 데 생각이 이르렀습니다. 비좁고 침침한 원룸, 꽉 막혀 있는 사무실, 온갖 가구들로 차 있고 식구들이 오가는 집구석에서 탈출해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나선 이들이 자리 잡은 공간이 스타벅스란 얘기입니다.
물론 한국인들의 공간에 대한 욕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아파트입니다. 아파트에 대한 욕망, 그 시작은 동부이촌동이었습니다. 1970년대 초 정부는 중산층을 위한 아파트 단지를 이곳에 짓습니다. 선분양, 모델하우스도 여기에서 시작됐습니다. 한강맨션을 시작으로 아파트가 급속히 확산됩니다. 동부이촌동이 ‘주택 건설 사업의 경부고속도로’란 평가를 받는 배경이지요.
1970년대 말, 어릴 적 살던 동네에는 아파트가 딱 한군데 있었습니다. 친구를 따라 가본 아파트는 충격이었습니다. 온수가 나오고 연탄을 갈지 않아도 따뜻했습니다. 단지 내에 가게도 있고 놀이터도 있었습니다. 부러웠습니다. 1970년대 한국 사회에는 아파트에 대한 욕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아파트는 한국의 경제 개발 모델에 따라 지어졌습니다. ‘싸고 많이 그리고 빨리 똑같이.’ 빠르게 확산된 아파트는 한국의 주거 모델이 됐습니다. 이런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기 힘듭니다. 유럽인들은 한국의 아파트단지를 보고 군사 기지나 사회주의 국가의 집단 주거 시설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한국식 아파트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서구식 근대성의 출발점이자 경제 발전의 가시적 성과이지만 전통적 공동체를 해체하고 콘크리트 속에 사람들을 가둬 버렸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참조하시길.
이런 비판이 아파트에 대한 한국인들의 욕망을 억누르지는 못했습니다. 사용 가치를 충족시킨 아파트는 그 다음 교환 가치도 갖게 됐습니다. 환금성이 좋아 투자 수단이 된 것이지요. 2000년대 들어 또 다른 효용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사회 정체성입니다. 한국인들이 아파트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뭔지 아십니까. 평면 구조? 인테리어? 아닙니다. 브랜드입니다. 아파트는 부의 축적과 과시이자 신분 상승을 나타내는 결과물이 된 것입니다. 피에르 브루디외가 말한 ‘문화 자본에 의한 구분짓기’가 한국에서는 아파트 단지로 나타난다고 할 만합니다.
아파트에 대한 욕망은 주식 투자에서도 나타납니다. 코로나19 급등장에서 주식 시장으로 몰려든 젊은이들 상당수의 목표는 ‘주식으로 돈벌어 아파트를 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욕망이 ‘영끌’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몇 년 새 가계 부채가 급속히 늘어난 배경입니다. 그 결과가 해피엔딩이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갑자기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고금리 시대가 열렸습니다. 너무 빨리 채운 욕망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주택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빚을 빚으로 막으라’며 각종 대출과 규제 완화책을 내놨습니다. 은행의 손목을 비틀어 대출 금리도 누르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내년 총선 이후를 걱정하는 이유입니다.
한경비즈니스는 이번 주 아파트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숫자에 대해 다뤘습니다. 아파트 가격은 다양한 변수의 결합입니다. 이 숫자에 대한 해석에 따라 시장 전망도 달라집니다. 아파트에 대한 욕망을 잠시 감추고 차갑고 감정없이 숫자를 들여다봐야 할 시간입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junyk@hankyung.com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4개 스타벅스 매장의 명칭입니다. 생기고 또 생겨도 가 보면 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처음엔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과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의 마케팅이 결합된 결과라고 해석했지요. 하지만 이내 공간에 대한 욕구와 관련 있다는 데 생각이 이르렀습니다. 비좁고 침침한 원룸, 꽉 막혀 있는 사무실, 온갖 가구들로 차 있고 식구들이 오가는 집구석에서 탈출해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나선 이들이 자리 잡은 공간이 스타벅스란 얘기입니다.
물론 한국인들의 공간에 대한 욕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아파트입니다. 아파트에 대한 욕망, 그 시작은 동부이촌동이었습니다. 1970년대 초 정부는 중산층을 위한 아파트 단지를 이곳에 짓습니다. 선분양, 모델하우스도 여기에서 시작됐습니다. 한강맨션을 시작으로 아파트가 급속히 확산됩니다. 동부이촌동이 ‘주택 건설 사업의 경부고속도로’란 평가를 받는 배경이지요.
1970년대 말, 어릴 적 살던 동네에는 아파트가 딱 한군데 있었습니다. 친구를 따라 가본 아파트는 충격이었습니다. 온수가 나오고 연탄을 갈지 않아도 따뜻했습니다. 단지 내에 가게도 있고 놀이터도 있었습니다. 부러웠습니다. 1970년대 한국 사회에는 아파트에 대한 욕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아파트는 한국의 경제 개발 모델에 따라 지어졌습니다. ‘싸고 많이 그리고 빨리 똑같이.’ 빠르게 확산된 아파트는 한국의 주거 모델이 됐습니다. 이런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기 힘듭니다. 유럽인들은 한국의 아파트단지를 보고 군사 기지나 사회주의 국가의 집단 주거 시설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한국식 아파트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서구식 근대성의 출발점이자 경제 발전의 가시적 성과이지만 전통적 공동체를 해체하고 콘크리트 속에 사람들을 가둬 버렸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참조하시길.
이런 비판이 아파트에 대한 한국인들의 욕망을 억누르지는 못했습니다. 사용 가치를 충족시킨 아파트는 그 다음 교환 가치도 갖게 됐습니다. 환금성이 좋아 투자 수단이 된 것이지요. 2000년대 들어 또 다른 효용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사회 정체성입니다. 한국인들이 아파트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뭔지 아십니까. 평면 구조? 인테리어? 아닙니다. 브랜드입니다. 아파트는 부의 축적과 과시이자 신분 상승을 나타내는 결과물이 된 것입니다. 피에르 브루디외가 말한 ‘문화 자본에 의한 구분짓기’가 한국에서는 아파트 단지로 나타난다고 할 만합니다.
아파트에 대한 욕망은 주식 투자에서도 나타납니다. 코로나19 급등장에서 주식 시장으로 몰려든 젊은이들 상당수의 목표는 ‘주식으로 돈벌어 아파트를 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욕망이 ‘영끌’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몇 년 새 가계 부채가 급속히 늘어난 배경입니다. 그 결과가 해피엔딩이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갑자기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고금리 시대가 열렸습니다. 너무 빨리 채운 욕망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주택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빚을 빚으로 막으라’며 각종 대출과 규제 완화책을 내놨습니다. 은행의 손목을 비틀어 대출 금리도 누르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내년 총선 이후를 걱정하는 이유입니다.
한경비즈니스는 이번 주 아파트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숫자에 대해 다뤘습니다. 아파트 가격은 다양한 변수의 결합입니다. 이 숫자에 대한 해석에 따라 시장 전망도 달라집니다. 아파트에 대한 욕망을 잠시 감추고 차갑고 감정없이 숫자를 들여다봐야 할 시간입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