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품목 다변화 시급하다 [강문성의 경제 돋보기]

지난해 한국의 수출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특정 품목의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은 6835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는데 그중 품목별 수출 1위(품목분류 MTI 3단위 기준)를 차지한 반도체(MTI 831)는 1292억 달러어치 수출로 비율이 18.9%에 달한다. 또한 한국이 산유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정유 산업을 보유한 이유로 석유제품(MTI 133, 휘발유·경유·등유·중유 등)이 2위를 차지했는데 629억 달러어치로 9.2%의 비율이다.

또 자동차(MTI 741)와 자동차 부품(MTI 742)을 포함한 자동차 산업의 수출은 각각 541억, 233억 달러어치(합계 774억 달러어치)로 각각 3위와 5위, 비율은 각각 7.9%, 3.4%(합계 11.3%)를 차지했다. 4위는 합성수지(MTI 214, 에틸렌·폴리스티렌 등)로 280억 달러어치의 수출 실적에 4.1%의 비율이다. 이와 같은 상위 5개 품목의 수출 비율은 전체 수출의 43.5%에 달한다.

10년 전 2012년 상위 5개 품목의 수출 비율이 42.2%였던 것에 비하면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철강판(MTI 613), 평판 디스플레이(MTI 836), 선박 해양 구조물(MTI 746) 등을 포함한 상위 10개 품목으로 확대하면 비율이 57.7%까지 상승한다.

수출의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으면 해당 품목의 글로벌 시장이 조금이라도 변화할 경우 한국의 전체 수출 실적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소수의 품목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는 안정적인 수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반해 수출 품목이 다변화하면 다수의 품목으로 리스크가 분산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꾸준한 수출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 환경 관련 규제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 시점에서 경제적·정치적·규범적 요인을 고려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지 않은 채 생산·수출 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특정 품목의 수출 비율이 높은 한국의 무역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출 품목의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또한 다양한 수출 품목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대기업보다 새로운 중소기업의 수출 참여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기존의 수출 실적은 결국 대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반면 새로운 수출 품목을 개발하고 확대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수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물론 새로운 품목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반도체와 같이 대기업의 연구·개발, 인적·물적 지원 등이 필요한 품목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품목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관련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해당 품목의 개발이 쉽지 않다. 이러한 생태계의 생성·활성화에는 다양한 중소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유망 미래 산업을 발굴하는 과정에서는 관련 글로벌 기술 흐름에 대한 끊임없는 분석,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불필요한 규제 철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언제까지 한국이 반도체만 수출할 것인가. 그것도 메모리 반도체만…. 세상은 디지털 전환에 이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수요 관점에서 보면 산업과 사회 전반에서 이제 AI 적용이 필수가 되고 있고 AI 기술 발전 및 확산은 새로운 수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새로운 기술 발전 흐름에 한 걸음 미리 나아가 AI·전기차·자율 운행·지능형 로봇·드론·바이오·의약·헬스·2차전지·수소 등 새로운 수출 품목 발굴에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 학장 겸 국제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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