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위한 책 들고 떠나요”… BTS 성지 순례[트렌드]

강원도 강릉 향호해변의 BTS 버스정류장.


“두 유 노 비티에스(Do you know BTS)?” 처음 만난 외국인에게 건네는 단골 질문이다. 이 질문에 있어서만큼은 한국인 모두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말만 하면 돼의 준말)’가 된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외국인에게도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할 만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을 미치는 분야도 다양하다. 라이브 방송에서 특정 라면을 먹으면 해당 라면이 불티나게 팔리고 그들이 추천한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BTS의 노래를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는 외국인이 있는가 하면 그들의 흔적을 찾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팬도 있다.

아미가 지켜 낸 <Butter>앨범 재킷 촬영지, 맹방해수욕장.
대한민국 보랏빛 성지 투어BTS의 일거수일투족은 트렌드가 된다. 그들이 밥을 먹은 식당이나 방문 후 사진을 찍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린 곳, 다 같이 화보 촬영을 한 곳 등 잠시라도 머무른 곳들은 이른바 ‘성지’로 불린다. BTS의 공식 팬덤인 아미(ARMY) 사이에서는 이 성지들을 순회하며 여행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포털 사이트에 ‘BTS 성지 순례’, ‘방탄 투어’, ‘덕지 순례’ 등을 검색하면 BTS의 인형이나 포토 카드와 함께 성지를 여행하는 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한국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지의 외국인 팬들 역시 BTS 성지 순례에 진심이다. 실제로 BTS가 연습생 시절을 보낸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는 아미를 상징하는 보라색 의상이나 아이템을 갖춘 외국인이 여럿 눈에 띈다. 외국인 아미들은 보통 온라인 검색을 통해 BTS 성지 정보를 얻다 보니 대부분이 접근성이 좋은 서울에 몰린다. 하지만 BTS의 흔적은 경기도·강원도·부산시·광주시·제주도 등 대한민국 전역에 남아 있다. BTS가 방문한 장소에 대한 정보를 한데 모아 볼 수 있다면 다채로운 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한국경제매거진 여행팀은 취재 중 만난 BTS의 흔적과 아미들의 추천을 받은 명소 130여 곳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BTS 그네가 있는 서울 강남구 학동공원.
아미라면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30여 곳한경트렌드 ‘더 퍼플 로드(THE PURPLE ROAD)’는 BTS와 관련된 ‘도시’, ‘주요 장소’, ‘테마’를 주제로 세 개 파트로 나눠 구성했다. 첫째 파트에서는 서울시, 전라북도 완주군, 강원도 삼척시, 부산시 등 4개의 도시를 소개한다. 각 도시는 BTS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피 땀 눈물 가득했던 연습생 시절부터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BTS가 되기까지의 히스토리를 품은 서울, 마지막 ‘BTS 서머 패키지 인 코리아’ 화보집을 기념해 한옥의 아름다움을 담은 완주, ‘버터(Butter)’ 앨범 재킷 촬영지이자 아미가 지켜 낸 맹방해수욕장이 있는 강원도, 지민과 정국의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부산시까지…. 파트 원에서는 여행지의 사진을 중심으로 BTS와 도시의 히스토리를 담았다.
둘째 파트는 서울시, 경기도 남부, 경기도 북부, 강원도, 대구시, 부산시, 광주시, 경상북도 경주, 제주도 등 9개의 지역을 미니 지도로 구성했다. BTS 멤버들이 방문했던 장소를 일러스트로 표현해 지도 위에 표시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고 각 장소 간의 이동 시간과 당일치기 혹은 1박 2일 코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최적의 여행 루트를 계획하는 데 도움을 준다. 테마를 정해 여행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셋째 파트에 집중할 것. 파트 스리는 BTS 멤버들이 방문한 맛집, 예술에 조예가 깊은 멤버 RM이 방문한 미술관, ‘호르몬 전쟁’, ‘세이브 미(Save me)’, ‘봄날’ 등 뮤직 비디오 촬영지, 멤버들의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 연습생 시절 피·땀·눈물이 서린 장소 등 7개의 주제별 BTS 성지를 선별했다. 관광객의 취향에 맞게 여행 콘셉트를 고를 수 있고 기자들이 테마별로 BTS가 방문한 곳을 직접 취재해 현장에 가 봐야만 알 수 있는 생생한 정보를 사진과 함께 구성했다.

한눈에 보는 대한민국 퍼플 로드, 서적 한경TREND THE PURPLE ROAD에서 발췌.


BTS의 기억 담긴 도시 ④
① 서울–연습생 시절부터 월드 스타의 순간까지
소속사의 자금난으로 데뷔가 불분명했던 청년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월드 스타가 되기까지…. 서울 강남구 일대는 BTS의 많은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 때론 안무 연습실이 되고 때로는 다툰 멤버들의 화해의 장이 돼 주던 학동공원을 기점으로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사옥으로 쓰이던 청구빌딩, BTS의 옛 숙소를 카페로 탈바꿈시킨 카페 휴가, BTS 멤버들이 자주 언급해 아미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방탄비빔밥’을 판매하는 유정식당까지는 모두 도보로 이동이 가능해 외국인 아미도 많이 찾는 코스다.

② 완주–한국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BTS는 마지막 여름 시즌 화보집 촬영지로 완주를 선택했다. ‘2019 서머 패키지’의 배경이 된 완주군은 소양 오성제를 시작으로 소양 아원고택, 위봉산성, 삼례 비비낙안 카페, 고산 창포마을, 구이 경각산까지 ‘BTS 6로드’를 만들어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아원고택은 아원갤러리(갤러리 겸 카페)와 한옥 스테이를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숙박하지 않아도 입장료를 지불하면 공간 일부를 탐방할 수 있다. BTS 멤버들이 나란히 앉아 화보를 촬영한 위봉산성과 인근의 위봉폭포, 소양 오성제 제방의 신비로운 소나무 한 그루와 고산 창포마을의 평범한 시멘트 돌다리 역시 촬영 이후 특별한 다리로 재탄생했다.

③ 강원–BTS 앨범 재킷에서 본 그곳
강원도 강릉과 삼척 바다에서 BTS의 진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강릉 향호해변에 자리 잡은 버스정류장에는 버스가 서지 않지만 연신 사람들이 찾아온다. 바로 2017년 2월 13일 발매된 BTS의 ‘유 네버 워크 얼론(YOU NEVER WALK ALONE)’ 앨범 커버 사진을 촬영한 버스장류장이기 때문이다.
2021년 BTS는 세계 음악계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버터(Butter)’가 빌보드 핫 100 차트에 10주 동안 1위를 기록한 것. 이 명곡을 수록한 앨범 재킷 촬영지는 삼척시의 맹방해수욕장이다. 이곳은 특히 아미들의 손으로 직접 지켜 낸 해수욕장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한 기업이 이곳에서 항만 공사를 진행하는 도중 해안 침식이 발생해 해변이 훼손될 위기에 처하자 아미가 환경 단체와 함께 ‘세이브 버터 비치’라는 서명 운동을 벌여 훼손을 막고 해변을 보존해 냈기 때문이다.

지민과 정국의 벽화를 볼 수 있는 부산 감천문화마을.


④ 부산–꿈을 키우던 지민과 정국의 고향
부산에서 나고 자란 지민과 정국은 명실상부한 부산의 자랑이 됐다. 2022년 BTS가 2030 부산 세계박람회 홍보 대사에 공식 위촉되면서 부산은 BTS에게 더 특별하다. 부산에서는 지민이 졸업한 회동초등학교 부지를 리모델링한 회동마루부터 지민이 어릴 때부터 다니던 중국집과 분식집, 정국이 살던 만덕동 인근의 레고마을까지 어린 시절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다. 여기에 지민과 정국의 벽화가 그려진 감천문화마을과 정국과 RM이 들른 부산시민공원, 동래밀면 본점까지 추가하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부산 여행 코스가 완성된다.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