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중 'E·J'가 있다면 이 직업과 제격입니다" [강홍민의 굿잡]

서승환 딜라이트룸 알라미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

서승환 딜라이트룸 알라미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


‘세상에 없던 서비스(제품)’를 만들기 위해 한 때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스타트업이 한 순간 사라지고 있다. 정부의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은 스타트업 8500곳 중 68.2%(5728개)의 고용 인원이 0명 혹은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법인 설립 이후 수년간 고용인원이 없는 경우는 사실상 폐업으로 보고 있다.

경기 침체 여파와 더불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다.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무릎을 탁 치는 기발한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팀빌딩을 어떻게 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즘 같은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선 각각의 프로젝트를 이끄는 팀 리더의 역량이 스타트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트업의 성지 실리콘밸리에서 부각된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는 스타트업이 구성하는 각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미니 CEO’로 불린다. 알람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인 ‘알라미’의 구독 매출 그로스 프로덕트 오너를 맡고 있는 서승환 PO를 만났다. 수많은 그로스 실험(가설 검증)을 통해 월 구독 매출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끌어 올린 그에게 프로덕트 오너의 세계를 들어봤다.


최근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 이하 PO)’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요.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도 스타트업의 가치가 많이 높아졌어요. 5년 전만 해도 스타트업 다니면 먹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이젠 많은 직장인들이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원하고 있어요. 유니콘기업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스타트업도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가 중요해졌어요. 그러면서 매출을 담당하는 PO들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각 프로젝트마다 PO의 중요성이 부각됐어요. 스타트업의 생존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더불어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키(Key)를 PO가 쥐고 있는 셈이죠.”

업계에서 PO의 주목도가 높아진 것, 더불어 몸값도 높아진 상황을 체감하시나요.
“당연합니다. 타회사의 연봉 테이블을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일반적으로 PO의 연봉테이블이 다른 직무보다 한 20~30%는 높아요. 거기에다 성과를 내면 연봉은 더 올라가겠죠.”

그래서인지 요즘 스타트업에선 ‘제품(서비스)의 흥망은 모두 PO의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PO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 주세요.
“쉽게 말해, 비즈니스 목표 달성을 위해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역할입니다. 그 안에서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개발 및 마케팅,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컨트롤하면서 팀을 이끄는 역할이에요.”

‘미니 CEO’라는 말이 맞군요. 그에 걸맞게 권한도 부여 되나요.
“그렇죠. 알라미의 경우 매출 발생 방식이 제품이 유저한테 어떤 가치를 전달하면서 수익을 내는 구조거든요. 그렇다보니 PO의 권한이 클 수밖에 없어요.”

‘알라미’에서는 어떤 파트를 맡고 있나요.
“현재 구독 매출 그로스의 PO를 맡고 있습니다. 저희 팀의 역할은 구독 매출을 더 증대시키기 위해 다양한 제품 내 그로스 전략들을 시도하고,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제품에 적용하는 역할이에요. 구독 가격의 변화를 비롯해 월구독과 연구독 등 구독 상품 자체의 변화, 구매화면(Paywall) 내 정보값들의 변화, 구매화면이 노출되는 시점의 변화 등 굵직한 전략들을 서비스에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알라미의 유료 구독자를 늘리는 역할이군요.
“그렇죠. 유저들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약 10가지 정도 되는 프리미엄 기능들을 개선하거나, 더 필요로 하는 강력한 기능들을 새로 출시하기도 하고요. 새로운 유료 구독자를 발굴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구독자를 유지시키는 역할도 저희 몫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기획하는지도 설명해 주세요.
“최근에는 제품의 여정을 확장하는 데에도 기여를 했고, 작년에는 초기 버전의 슬립 사운드를 기획해 출시하기도 했어요. 지난 분기에는 친구 초대 기능을 출시했고, 올해는 기상 챌린지(출석체크)기능도 기획 및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알라미 서비스를 보니 재미있는 미션들이 많더라고요.
“샴푸 바코드를 스캔해야 알람이 꺼지는 미션이 있어요. 화장실로 가서 샴푸 바코드를 스캔하는 과정을 통해 잠에서 깬다는 미션이죠. 그리고 스쿼트를 몇 회 이상 해야 하거나 사칙연산 문제를 풀어야 해제되는 미션도 있어요. 알라미를 오래 사용한 이용자 중에서는 암산왕이 있을 정도예요.(웃음) 어떻게 하면 이용자들이 실패 없이 잘 일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미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신박한 미션들이 구독에 도움이 되나요.
“보통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유료 구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로 나뉘는데, 유료 서비스도 한 번씩 무료 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끔 합니다. 본인에게 맞는 미션을 발견하면 유료 결재를 하는 이용자들이 있어요. 사용자의 패턴에 맞게 유료 구독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전략들을 세워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죠.”

매출을 높이는 전략들은 무수히 많을 텐데, 전략 기획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예를 들어, 무료체험 전환율이나 구독결제로의 전환율, 구독 유지율 등과 같은 목표 지표를 높일 수 있는 가설을 수립하고, 그 중 우선순위대로 디자인·개발해 서비스에 반영하죠. 그 가설이 맞는지를 분석하고, 후속 가설을 수립하는 일련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죠. 그 하나의 과정은 2주 단위 스프린트로 진행하고요.”

그런 전략들은 경험이 많을수록 노하우가 생기나요.
“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는 결국 제품에 대한 이해, 이용자에 대한 이해는 경험치가 주는 직관이 생기는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여러 가설을 세우고 실제 서비스에 반영했을 때 경험이 많은 PO는 시행착오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10개의 가설을 적용시킨다고 했을 때, 경험이 많은 PO는 2주 안에 10개를 다할 수 있는 반면 미숙련된 PO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그럼 경험치 외 PO가 갖춰야할 자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프로덕트 오너는 늘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에요. 그걸 해내기 위해서는 문제정의, 개별화, 커뮤니케이션, 불굴(Grit), 오너십 5가지가 필요합니다. 이 중 한 가지라도 결여된다면 PO의 역할을 해내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현재 구독 매출 그로스 팀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IOS 개발자 1명, 안드로이드 개발자 2명, 디자이너 1명 저 포함 5명입니다.”

최근 스타트업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가 팀 리더의 리더십 부재에서 오는 리스크예요. PO 역시 리더십이 아주 중요한 직무이기도 한데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사실 PO가 개발자나 디자이너 출신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개발자, 디자이너 같은 전문 인력을 이끌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위치에 있거든요. 팀원들에게 대표와 더불어 방향을 잘 제시하고 잡아주는 것이 중요해요.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이게 아니다 싶은 멤버들이 있기 마련인데, 왜 우리가 이걸 지금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시키고 방향 설정을 촘촘하게 마련해줘야 합니다. 그게 PO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있어야겠네요.
“그렇죠. 특히나 위, 아래 모두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야 합니다. 대표가 생각하는 방향을 잘 이해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가설을 세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저흰 매일 짧은 미팅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늘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PO라는 직무는 각 프로젝트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이해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네요. 이 말은 즉, 개발자나 디자이너 출신이 아니더라도 어느 분야든 빨리 적응해서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 보이는데, 동의하시나요.
“아주 공감합니다. 그래서 일 잘한다고 소문난 PO는 뭘 맡겨도 잘해요.(웃음)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PO는 학습 능력이 좋아야 해요. 그리고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그걸 통칭해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죠.”

스타트업의 PO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요즘 MBTI가 인기인데, PO와 잘 맞는 영역이 있을까요.
“전 ESFJ인데, 제 스스로는 이 직무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ESFJ의 특징이 다른 사람하고 대화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갈등이 생겼을 때 그걸 해소하는 걸 즐겨하는 부류예요. I와 E의 차이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에너지를 뺏기느냐, 얻느냐의 차이인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프로덕트 오너는 ‘E·J’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E-Extrovert 외향적(외부, 다수의 폭 넓은 관계, 말과 행동으로 표현)
J-Judging 판단형(계획적, 조직화, 구조, 마감, 정돈 등 )

전공은 중요하지 않나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반면 경험은 중요해요. 이를테면, 친구들 사이에서 리더를 해본 경험, 그 안에서 작게라도 성과를 내 본 경험들이요. 소싯적 골목대장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 PO 역할을 잘 해내지 않을까요.”

직업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뭐가 있을까요.
“장점은 조직의 성과를 선봉에 서서 이끈다는 점이고, 단점은 늘 성과에 대한 부담이 있다는 점이죠. 그리고 PO는 일이 많은 편이에요.(웃음)”

직업병 또는 버리지 못하는 습관도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직장인들이 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을 놓지 못해요. 늘 손에 잡고 있으면서 데이터를 확인하고 팀 업무 진행상황을 체크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PO가 그럴걸요.(웃음)”

앞으로 프로덕트 오너는 어떻게 변화할 것 같나요.
“앞으로의 기업문화는 더 수평적으로 바뀌고, 애자일한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보여요. 그렇게 되면 분야별 프로젝트가 중요해지면서 PO의 역할과 권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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