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EDITOR's LETTER]
입력 2023-10-09 07:00:08
수정 2023-10-16 14:31:41
[EDITOR's LETTER]
올해 프로야구 정규 시즌에서 LG트윈스가 우승했습니다. 29년 만에 우승이라니…. 한국의 중·장년층은 “종교는 바꿔도 야구 팀은 못 갈아탄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남몰래 한숨만 쉬었던 트윈스 팬들은 이번 가을을 만끽해도 될 듯합니다.
우승을 했다기에 트윈스의 주전 엔트리를 들여다봤습니다. 1988년생 김현수, 1990년생 오지환, 1994년생 홍창기, 1997년생 문성주, 2000년생 문보경 등이 골고루 포진해 있습니다. 승리조 투수도 1984년생 김진성부터 2004년생 박명근까지 다양했습니다. 경험과 패기의 조화란 단어를 떠올립니다. 때로는 경험이, 어떤 때는 패기가 빛을 발했습니다.
출신도 다양했습니다. 최고의 대접을 받고 프로가 된 1순위 지명 선수,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지명받지 못한 육성 선수 출신, 고등학교 졸업 후 원하는 구단이 없어 할 수 없이 대학에 진학했던 선수, 타 구단에서 방출돼 1억원만 받고 막차를 탄 베테랑 그리고 외국인까지…. 여기에 가장 많은 역전승을 일궈낸 근성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진 결과가 우승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화와 균형은 야구 팀뿐만 아니라 국가를 포함한 모든 조직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회 구성을 볼까요. 어떤 국가라도 인구학적으로 보면 청장년층이 두터워야 하고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이 많아야 안정적인 나라라고 합니다. 조화와 균형 때문입니다. 적당한 인구 비례가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이런 면에서 한국 사회는 위험한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구조는 위태로운 역피라미드 구조를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중산층은 급속히 줄어들다가 감소를 멈췄습니다. 다행입니다. 다만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것은 구조 내 역동성 상실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어 향후 큰 짐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사회 구성에서 또 하나 조화와 균형에서 벗어난 수치가 있습니다. 자영업자 비율입니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여전히 20%가 넘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와 그리스 등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멕시코는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그렇고 그리스는 관광업의 비율이 높으니 자영업자가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산업화를 기반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에서 자영업자 578만 명은 조화를 파괴하는 숫자이며 위험 요소입니다.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자영업의 위기를 다뤘습니다. 식상하다고 하는 자영업 위기가 2023년 더욱 문제가 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1000조원이 넘는 빚을 진 이들이 고금리·고물가와 인건비 상승 압력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좀 나아질까. 전혀 아닙니다. 인구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자영업 시장에 밀려 들어올 예비군들이 넘쳐난다는 말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 은퇴 후 긴 삶을 살아가야 하는 베이비 부머들이 ‘현대판 소작농’의 대열에 합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955년부터 1974년까지 20년간 한국에서는 매년 90만 명 이상이 태어났습니다. 이들이 기회형 창업이 아닌 생계형 창업에 나섰거나 대기 중입니다.
또 다른 위험 요소는 자영업자를 가장 많이 양산하는 계기가 되는 경제 위기가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1997년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수많은 자영업자를 양산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이 고용을 유지하지 못한 상황에 처한 결과였습니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한 번 더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 싫은 일입니다.
직업 구성에서 조화와 균형을 파괴함으로써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되고 있는 자영업. 자영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정부는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을까. 궁금한 일입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국장 junyk@hankyung.com
올해 프로야구 정규 시즌에서 LG트윈스가 우승했습니다. 29년 만에 우승이라니…. 한국의 중·장년층은 “종교는 바꿔도 야구 팀은 못 갈아탄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남몰래 한숨만 쉬었던 트윈스 팬들은 이번 가을을 만끽해도 될 듯합니다.
우승을 했다기에 트윈스의 주전 엔트리를 들여다봤습니다. 1988년생 김현수, 1990년생 오지환, 1994년생 홍창기, 1997년생 문성주, 2000년생 문보경 등이 골고루 포진해 있습니다. 승리조 투수도 1984년생 김진성부터 2004년생 박명근까지 다양했습니다. 경험과 패기의 조화란 단어를 떠올립니다. 때로는 경험이, 어떤 때는 패기가 빛을 발했습니다.
출신도 다양했습니다. 최고의 대접을 받고 프로가 된 1순위 지명 선수,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지명받지 못한 육성 선수 출신, 고등학교 졸업 후 원하는 구단이 없어 할 수 없이 대학에 진학했던 선수, 타 구단에서 방출돼 1억원만 받고 막차를 탄 베테랑 그리고 외국인까지…. 여기에 가장 많은 역전승을 일궈낸 근성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진 결과가 우승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화와 균형은 야구 팀뿐만 아니라 국가를 포함한 모든 조직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회 구성을 볼까요. 어떤 국가라도 인구학적으로 보면 청장년층이 두터워야 하고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이 많아야 안정적인 나라라고 합니다. 조화와 균형 때문입니다. 적당한 인구 비례가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이런 면에서 한국 사회는 위험한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구조는 위태로운 역피라미드 구조를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중산층은 급속히 줄어들다가 감소를 멈췄습니다. 다행입니다. 다만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것은 구조 내 역동성 상실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어 향후 큰 짐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사회 구성에서 또 하나 조화와 균형에서 벗어난 수치가 있습니다. 자영업자 비율입니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여전히 20%가 넘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와 그리스 등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멕시코는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그렇고 그리스는 관광업의 비율이 높으니 자영업자가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산업화를 기반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에서 자영업자 578만 명은 조화를 파괴하는 숫자이며 위험 요소입니다.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자영업의 위기를 다뤘습니다. 식상하다고 하는 자영업 위기가 2023년 더욱 문제가 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1000조원이 넘는 빚을 진 이들이 고금리·고물가와 인건비 상승 압력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좀 나아질까. 전혀 아닙니다. 인구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자영업 시장에 밀려 들어올 예비군들이 넘쳐난다는 말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 은퇴 후 긴 삶을 살아가야 하는 베이비 부머들이 ‘현대판 소작농’의 대열에 합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955년부터 1974년까지 20년간 한국에서는 매년 90만 명 이상이 태어났습니다. 이들이 기회형 창업이 아닌 생계형 창업에 나섰거나 대기 중입니다.
또 다른 위험 요소는 자영업자를 가장 많이 양산하는 계기가 되는 경제 위기가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1997년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수많은 자영업자를 양산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이 고용을 유지하지 못한 상황에 처한 결과였습니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한 번 더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 싫은 일입니다.
직업 구성에서 조화와 균형을 파괴함으로써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되고 있는 자영업. 자영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정부는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을까. 궁금한 일입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국장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