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1순위 투자처, 왜 압구정인가?[압구정 현대아파트]

1970~80년대부터 국내 최고 부촌 인식 굳어져
‘한강조망’ 가치 상승, 희소성 가장 높아 “가격 상한 없을 것”

[커버스토리 : 압구정 현대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추석 명절 인사를 담은 현수막을 게시한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왕의 귀환. 압구정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진짜가 나타났다”는 반응이다. 주택 시세 또한 앞서가던 다른 지역 아파트를 순식간에 추월했다. 왜 시장은 일제히 압구정에 주목할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압구정의 희소성에 그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위치나 교통은 물론 땅의 형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압구정은 강남 한강변 최고 입지로 꼽힌다. 당장은 아파트가 노후화한 탓에 주거편의가 떨어지지만 입지가 지닌 가치는 그대로다.

게다가 다른 강남·서초구 주거지는 물론 강북 부촌들과도 차별화된 특성이 오직 압구정에만 존재한다. 같은 서울 내에서도 고급 주거지와 그렇지 못한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지금, 압구정은 부유층이 선호하는 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평당 1억’ 돌파, 반포 추월하나

10월 12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 14차와 2차 시세가 3.3㎡(평)당 각각 1억1775만원, 1억1033만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초로 ‘평당 1억원’ 신화를 쓰며 반포 전성기를 불러온 아크로리버파크가 기록한 3.3㎡당 1억681만원보다 높다.

압구정 현대가 같은 기간 반포1단지 3주구(1억3750만원/3.3㎡) 시세보다 다소 낮지만, 기존에 5층 높이에 불과했던 반포3주구가 높은 대지지분으로 인해 개발이익이 더욱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압구정 현대가 반포를 웃도는 수준이다. 게다가 반포3주구는 이미 이주 및 철거를 마치고 올 상반기부터 착공에 들어가 2026년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반포1단지가 속한 구반포 역시 강남권 부촌으로서 손색이 없지만 압구정을 추월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압구정 현대 재건축 후 시세가 3.3㎡당 2억~3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단지 내 갤러리와 동별 스카이라운지 등 다소 과해보이는 설계안 역시 이 같은 기대에서 비롯한 것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대표는 “압구정은 비교할 만한 지역이 없고 부유층 선호지라 가격에 상한이 없을 것”이라며 “일반적인 시장이 아니므로 압구정 현대가 지금 너무 비싸다든가 추가분담금이 얼마가 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아파트로만 구성…특권층 주거지로 안착
이 같은 선호도는 부촌으로서 압구정의 상징성과 함께 실질적인 주거 편의에 따른 것이다. 한강변 매립공사를 통해 탄생한 압구정 현대는 첫 분양 당시 한강 다리 외에 교통 인프라나 편의시설 없이 아파트만 있어 인기 있는 곳은 아니었다. 25평의 서민용 아파트가 아닌 35평에서 65평의 부자들을 위한 아파트라고 내걸었지만 초기에는 미분양도 발생했다. 하지만 1978년 ‘특혜분양 사건’이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특권층이 사는 아파트의 위상을 부여하게 됐다.

현대건설 주택사업부가 독립한 전신 한국도시개발(현 HDC현대산업개발)은 1977년 사원용 단지로 사업승인 받은 아파트 952가구를 사회 고위층에게 공급해 논란이 됐다. 실제 무주택 사원이 분양받은 아파트는 291가구에 불과했다. 이때 현대에 압력을 넣어 특혜분양을 받은 사회 고위층은 220여 명에 달했는데 국회의원과 차관급 공무원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언론계 인사 수십 명도 이 아파트를 받았다.

이 사건은 주택시장에서 ‘현대’, 그중에서도 ‘압구정 현대’가 고급 아파트로 각인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신화의 시작이었다. 당시로는 엄청난 2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고, 투기광풍이란 단어가 언론에 등장했다.
동시에 고급주택의 기준 또한 달라졌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부유층은 단독주택에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압구정 현대가 점차 분양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때까지 분양된 압구정 현대 1차에서 7차까지가 구현대의 중심이 되었으며 성수대교 너머 개발된 현대 8차를 기점으로 1980년대 일반분양된 9·11·12차 단지가 신현대로 불리게 됐다. 1982년부터 1987년까지 기존 구현대 옆에 조성된 사원용 아파트는 지금도 일부 주민과 부동산 관계자들에게 ‘사원현대’라 불리기도 한다.

이후에도 사회 고위층과 유명인들이 압구정 현대에 거주하며 유명세를 부채질했다. 권오갑 HD현대(옛 현대중공업) 회장, 정무현 전 한라그룹 부회장 등 현대계열 고위 관계자와 유재석, 강호동, 김희애 등 유명 연예인들이 대표적이다. 세계 3대 명품 브랜드인 ‘에·루·샤’를 비롯한 고가 브랜드가 즐비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갤러리아 백화점, 부유층 자녀들이 모이던 압구정 로데오 상권도 이 같은 이미지에 한몫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압구정이 사실상 아파트로만 이뤄진 지역이라는 데 집중한다. 가까운 청담동이나 신사동만 해도 주거지 인근에 각종 근린시설과 다세대주택 등이 섞여 복잡한 분위기다. 이 때문에 압구정은 다른 강남지역에 비해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주민 구성 또한 동질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압구정 현대는 사원숙소로 쓰이던 구현대 내에 65동을 제외하면 모두 중대형 타입으로만 지어진 고급 민영아파트였다. 65동 역시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이 사들여 리모델링 후 분양하면서 모든 가구가 전용면적 232~243㎡ 타입으로 재탄생했다.

실거주 측면에선 한남대교·성수대교·동호대교와 올림픽대로를 접하고 있어 서울 3대 업무지구는 물론 수도권, 지방으로 이동하는 일명 ‘자차(자가 차량) 교통’이 우수하다. 단지 내 풍부한 수목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요소다. 주민들에 따르면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은행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한강변 최고 단지 예약, 톱티어 건설사 ‘눈독’

최근에는 ‘한강조망’이 부동산 시장에 큰 변수로 등장하면서 압구정의 가치를 더욱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압구정 내에서도 한강변 단지들의 위상이 높아지는 추세다. 일례로 구현대에선 과거에 현대백화점 등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가깝고 남향으로 배치된 압구정 현대 6·7차 아파트 선호도가 높았으나 지난 몇 년 사이 한강변에 위치한 1·2차가 이를 추월했다.

전용면적 196㎡ 타입의 최근 시세에서 이 같은 점이 명확히 나타난다. 2016년 각 단지의 전용면적 196㎡ 타입 실거래가는 30억원 초반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집값 상승기를 거치며 10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 차이를 보였다. 전면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압구정 현대 2차 전용면적 196㎡ 타입은 올해 4월 78억원에 실거래됐다. 최고가는 지난해 1월과 7월 기록한 80억원이다. 압구정 현대 7차 전용면적 196㎡ 타입은 3월에 62억원에 거래됐다.
대형 건설사들 역시 ‘서울 한강변 대장’인 압구정 재건축 시공권을 수주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같은 강남권의 반포는 물론 용산, 성수 지역에서 한강변 단지 조성에 따른 홍보효과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도시정비시장에서 ‘최상위 브랜드’와 업력을 두루 갖춘 1군 건설사만이 압구정 시공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설사는 압구정 현대를 1차부터 4차까지 지었던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현대의 역사가 담긴 압구정 재건축을 수주하기 위해 압구정 현대의 ‘근본’인 구현대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홍보활동을 벌여왔다. 단지 내에 사원용 아파트가 있었던 만큼 여전히 현대계열 임직원 출신 주민들이 많은 데다 ‘압구정 현대’를 탄생시킨 현대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역시 높은 상황이다.

삼성물산도 최근 주택사업을 강화할 뜻을 밝히며 압구정을 겨냥하는 모양새다. 삼성물산은 주택시장에서 오랫동안 업력을 쌓은 래미안 브랜드를 바탕으로 압구정에서 1개 구역 이상의 시공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 8월 공개한 ‘래미안, 더 넥스트’의 일부 내용은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고층 설계를 계획하고 있는 압구정 재건축의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 현대 5차부터 건설을 맡았던 HDC현대산업개발도 압구정 재건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커버스토리 : 압구정 현대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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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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