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면 집값 내린다?"…미국은 아니다[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미국 메릴랜드주 단독주택 매매 표지판./연합뉴스


미국 모기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30년 고정금리 조건으로 담보인정비율(LTV) 80%만큼 대출받는 경우 9월 말 금리는 7.41%에 달한다. 같은 조건의 2022년 9월 말 금리가 6.52%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 사이에 금리가 0.89%포인트 올랐다.

2년 전 금리 수준과 비교해 보면 금리인상 폭을 더 실감할 수 있다. 2년 전인 2021년 9월 말의 금리가 3.10%였으니, 4.31%포인트가 올라 2년 사이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한국보다 대출 의존도 높은 미국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대출 의존도가 훨씬 높은 나라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학자금 대출로 시작해서 자동차도 할부로 사고, 심지어 가구까지 할부로 산다. 당연히 집도 대출을 끼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금리인상은 돈을 빌린 사람에게는 직접적인 고통으로 다가온다. 금리가 두 배 이상 올랐다는 것은 이자 부담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급격하게 금리가 오르면 미국 집값은 크게 떨어졌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집값은 급격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오르고 있다. 미국 부동산중개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미국 주택 중위값은 39만4300달러라 한다. 이는 작년 9월 집값 38만3500달러에 비해 2.8% 오른 상태이며, 2021년 9월 집값 35만5100달러에 비하면 11.0%나 오른 것이다.



역대급 고금리 상황에서도 9월 집값으로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게 되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하는 사람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니 매수 수요가 줄어들고, 대출 이자 부담 때문에 집을 파는 사람이 늘어나게 돼 집값이 떨어지리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이와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중심의 대출 가능한 미국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고정금리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고정금리는 일반적으로 변동금리보다 금리가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30년에 달하는 대출 기간 동안 금리가 오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말해 본인의 소득을 감안하여 매월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을 산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30년간 매월 같은 금액을 갚아 나가면 된다. 초기에는 이자 비중보다 원금 비중이 적지만 말기로 갈수록 이자는 적고 원금 비중이 커진다. 하지만 돈을 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금리인상 여부와 상관없이 매월 같은 금액을 지급하면 된다.

금리가 높은 시기에 집을 산 사람도 약정된 대출 기간 동안 고금리를 부담하지는 않는다. 저금리 시기가 다가오면, 다른 금융기관에서 더 싼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소위 대환대출(refinancing)을 아주 쉽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거나 아주 적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대출 제도는 소비자 중심으로 돼 있다. 대출 이자가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이면 계속 갚아 나가면 되고, 더 싸게 빌려주는 곳을 찾으면 쉽게 갈아탈 수 있다. 대출 회사 간의 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그 이익을 소비자가 가져가는 것이다.

이 말은 현재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저금리 때 집을 샀거나 저금리 때 대출 갈아타기를 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고금리 상황에서 집을 팔게 되면 다른 집을 살 때 높은 금리를 적용 받기 때문에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기존 집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이 때문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적은 것이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될 때, 집을 팔고 그 자금을 은행에 넣거나 채권에 투자했다가 나중에 집값이 더 떨어지면 그때 다시 사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에 다른 집에서 월세를 살아야 하는데, 월세 수준이 통상 모기지 금리 이상이기 때문에 그 또한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다시 말해 집을 대출 끼고 사서 은행에 대출 이자를 내든지, 아니면 그 집에서 렌트로 살면서 집주인에게 매월 높은 수준의 월세를 내야 한다. 미국 실수요자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더구나 집값이 과거에 비해 많이 올랐을 때는 갈아타기 할수록 손해다. 미국의 보유세는 최초 취득가에 연동하기 때문에 지금은 집값이 올랐어도 과거에 그 집을 싸게 샀다면 보유세는 적게 낸다. 하지만 나중에 집값이 오른 후 산 사람 입장에서는 취득가가 높기 때문에 높은 보유세를 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비슷한 가격의 집이지만 보유세가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 집의 매수 시기에 따라 보유세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내 대출 금리가 높고, 집값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게 되면서 매도자도 줄고, 매수자도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거래량도 크게 줄고 있다. 미국 부동산중개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미국 주택 거래량은 396만 채이다. 9월 거래가 396만 채라는 것이 아니라 9월 거래를 감안하여 1년 거래를 환산한 거래가 396만 채라는 의미다.

이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유증과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 411만 채보다도 적은 수치다. 21세기 들어서 가장 적게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거래량이 15.4%나 줄었다.

이렇게 거래가 적은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대부분의 직장이 폐쇄되면서 주택 공사 현장도 작업을 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공사가 재개되기는 했으나 상당 기간 공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급 부족 현상이 누적된 것이다.

미국 주택 시장에서 볼 수 있듯이 주택 시장은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집값이 오르는 것과 같이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기존 집을 소유한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집을 새로 사려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맞붙으면서 시장 가격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역대급 고금리 상황에서도 역대 가장 높은 집값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 주택 시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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