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신산업…2027년 수출 목표 '150억 달러'
[커버스토리 : 반도체 그 이후 넥스트K가 온다]이탈리아의 한 음식 잡지는 올해 초 세계 3대 트렌드를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한국음식 집에서 해먹기’였다. K-푸드가 갖고 있는 글로벌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한국 김밥은 미국 마트에 들여놓자마자 품절되는 인기 품목으로 떠올랐다. K-만두는 미국과 유럽에서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를 얻으며 매출 상승세다. K-라면은 방탄소년단(BTS)을 등에 업고 전 세계 아미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2008년부터 이어져온 한식의 세계화가 15년 만에 가속화되며 ‘유망 신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K-푸드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수산물(농업, 임업, 축산업 생산물, 가공품 등) 수출은 88억2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11% 증가했다. 56억 달러를 기록했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57.5% 성장한 수치다.
특히 가공식품은 주요국 경기 하강 흐름 속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K-콘텐츠의 영향으로 수출이 늘었다. 라면, 주류 등이다.라면은 사상 최초로 수출 7억 달러를 달성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써냈다. 주류는 12.8% 늘어난 3억6490만 달러를 기록했다. 청년층 위주로 저도주·과일향 첨가 주류가 시장에서 환영받고 있으며, 드라마를 통해 한국산 주류 인지도가 상승한 결과다.
김치 수요는 유럽에서 크게 늘었다. 지난해 김치 총 수출은 1억408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지만 유럽에서는 건강·비건 트렌드 확산으로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과 김치 인지도 상승으로 전년 대비 수출이 3.0% 증가했다. 주요 항구 통관 강화에 따른 냉장제품 수입 리스크를 뚫고 달성한 수치다. 미국에서도 코스트코, 월마트 등 대형마트 입점이 확대되며 수요가 늘고 있다.
그 중심에는 CJ제일제당, 빙그레, 대상 등이 있다. 우선, CJ제일제당은 2011년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비비고 브랜드를 론칭하고 만두, 즉석밥 등을 앞세워 수출을 늘려왔다. 비비고 만두의 경우 미국 진출 5년 만인 2016년 일본 브랜드 ‘링링’을 제치고 북미 시장 1위로 올라섰다. 그 결과 지난해 해외에서만 5조1811억원의 매출을 기록, 국내 식품기업으로는 처음으로 ‘5조원 매출’을 돌파했다.
CJ제일제당은 만두·가공밥·치킨·K-소스·김치·김·롤 등을 글로벌 7대 전략 제품(GSP: Global Strategic Product)으로 선정했으며, 떡볶이·핫도그·김밥·김말이·붕어빵·호떡을 ‘K스트리트 푸드’ 6대 제품군으로 정해 K-푸드 육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해 해외에서만 매출 104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분위기는 더 좋다. 상반기에만 775억원의 수출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다. 단일 품목 ‘메로나’로만 2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빙그레의 실적은 국가별 맞춤 전략의 결과다. 딸기, 망고, 코코넛, 타로, 피스타치오 등 맛을 다양화하고 식물성 아이스크림을 개발하며 해외 수출국을 늘리고 있다.
종가집 김치를 만드는 대상이 이끌고 있는 김치 수출은 올해 증가세다. 올해 9월 누적 기준 김치 수출액은 1억1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수준이다.
올 상반기 매출 1조6979억원, 영업이익 1175억원을 기록한 농심도 전체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
수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류 열풍에 힘입어 우리 농식품이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수출 규모를 2027년 150억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