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연 13%대 고금리 예·적금 경쟁…‘1년 전 사태’ 부메랑?

2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4분기 풀리는 막대한 시중자금을 잡기 위해 연 13%대 적금까지 등장하는 등 최근 은행의 수신 금리 인상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하반기 유치한 고금리 예·적금 만기 도래로 자금 수요가 커진 상황과 맞물려 당분간 경쟁 심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년 전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채무 불이행 선언 발 수신 경쟁의 부메랑인 셈이다.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며 과도한 수신 경쟁에 거듭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연 13%대 고금리 상품 등장31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38개 중 금리가 연 4%를 넘는 상품(20개)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5대 주요 은행 정기예금 역시 모두 연 4%를 돌파했다.

SC제일은행이 내놓은 ‘e-그린세이브예금’은 최고 연 4.35%,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은 최고 연 4.05%다.

이밖에 상당수 고금리 상품은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등에 등록돼 있지 않지만, 발 빠른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전북은행의 'JB슈퍼시드 적금'은 기본 연 3.60%에 최고 연 13.60% 금리를 제공한다. 지난 5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판매하는 특판 상품이다.

광주은행의 '광주은행제휴적금with유플러스닷컴'은 기본 금리가 연 3.00%, 최고 금리가 연 13.00%에 달하는 적금이다. 5000좌 한도로 올해 말까지 판매한다.

우리은행의 '데일리 워킹 적금'(최고 연 11.00%)과 '우리 사장님 활짝 핀 적금'(최고 연 10.00%), KB국민은행의 '온국민 건강적금-골든라이프'(최고 연 10.00%) 등도 연 10% 넘는 이자를 준다.

은행이 고금리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지난해 고금리로 끌어모은 100조원 규모의 예적금 상품 만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함에 따라 자금이탈을 막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월 말 이른바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채무 불이행 선언으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은 연 5%대 고금리 예금으로 고객을 유인해 자금조달에 나섰다. 이어 2금융권도 자금 확보를 위한 수신 경쟁에 뛰어들었다. 은행권이 수신 금리를 연 4~5%대로 올리자 저축은행업계는 연 6%대 예금 상품을 팔았고, 상호금융권도 연 7~8%대 상품을 내놓는 등 치열한 수신 경쟁이 이어졌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까지 범위를 넓히면 올해 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고금리 수신 상품 규모가 약 100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막고, 예적금 재예치를 유도하기 위해 연 4%대 금리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시장금리 상승 폭을 넘어선 과도한 수신 경쟁에 거듭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나친 수신 경쟁이 은행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대출금리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인 은행채 발행을 늘릴 경우 채권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전국 10개 시중은행 부행장을 불러 ‘은행권 자금 조달·운용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날 “시장금리 상승 폭을 초과하는 과도한 수신 경쟁을 자제해달라”는 취지로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은행채 발행 규제 완화로 채권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금리 경쟁도 자제해야 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또한 지난 18일 금융감독원과 각 금융협회가 참석한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 회의’에서 “올해 4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자금 규모가 예년에 비해 다소 큰 점을 고려해 경각심을 갖고 자금이동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금융시장 안정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이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 우려를 막았다.

증권가에서도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채무 불이행 선언 사태와 같은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의 수신 경쟁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은도 RP 매입과 통안채 발행 축소를 통해 시장을 안정화시키려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구두개입을 하고 있다”면서 “금리 상승으로 1년 전 채권 위기와 같은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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