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계의 ‘마당발’ 와이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재도전기 [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레고켐 美 기술수출 '잭팟'의 조력자, HK이노엔 지아이이노베이션 제넥신 등이 주주
창업자 5년간 의무보유기간 늘리고 증권사는 환매청구권 제시하며 자신감..공모 흥행 총력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 사진=와이바이오로직스


바이오의약품 개발사 와이바이오로직스가 11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에 나선다. 2021년 기업공개에 도전했다가 예비심사가 지연되면서 자진 철회한 이후 재도전이다. 회사 측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년 전에 비해 초기 단계였던 신약 임상이 진척됐고 기술수출 성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창업자는 5년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하고 상장 주관사는 주가 하락 시 주식을 되사주는 환매청구권을 제시하는 등 흥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200억 개 인간항체 라이브러리 확보
와이바이오로직스는 항체를 발굴하는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신약 개발사다. 직접 신약 개발을 수행하기보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후보물질을 확보한 뒤 임상 전 기술이전하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개발 실패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수익 창출 기회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개발 분야는 주로 인간의 면역시스템을 기반으로 환자가 가진 암의 항원만 공격해 암을 치료하는 T세포치료제와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치료제가 보유하고 있는 부작용을 극복한 혁신 신약이다. 이 회사는 2020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연구 중이던 ADC(항체-약물 복합체) 항암제 ‘YBL-001’을 미국 바이오 회사인 픽시스 온콜로지에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그해 선급계약금으로 약 44억원을 수령했고 창사 이래 연 매출 67억원을 달성했다.

기술수출 외에도 국내 제약사 및 바이오기업에 항체 물질 또는 지식재산권을 제공하는 공동연구개발과 계약 연구 서비스도 제공한다. 두 가지 사업 모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계약연구 서비스로 2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후 매년 40억원 이상을 계약연구서비스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회사가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완전인간항체 라이브러리인 ‘Ymax-ABL’이다. 이 라이브러리에는 다양한 종류의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 서로 다른 항체 유전자가 1200억 개 이상 포함돼 있다. 회사 측은 유전자로부터 발현된 항체 절편(scFv)을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에 발현(파지 디스플레이)된 형태로 대장균에 감염시켜 라이브러리에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 항체는 면역원성이 거의 없고 생산성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라며 “자체 항체 분석 및 평가 기술, 엔지니어링 기술로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목표하는 항체를 발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종양 조직 내에서만 항체가 작용하는 pH-감응 항체 발굴 기술도 확보했다. 같은 항원이라도 정상세포에는 결합하지 않고 암세포에만 결합해 부작용을 최소화한 항체를 발굴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단백질 구조 기반으로 항체나 신약 물질의 기능을 개선하는 기술인 ‘Ymax-엔진’ 플랫폼도 구축했다.

면역항암제 개발에 사용되는 이중항체인 ‘ALiCE’ 플랫폼도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윗부분은 일반적인 항체와 동일한 형태로 암세포 표면에 강하게 결합하는 반면 아래쪽은 T세포에는 약하게 결합하는 비대칭 구조의 항체다. 이런 구조는 항체가 종양조직에 먼저 결합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종양 주변의 T세포만을 활성화한다. 독성을 낮추면서도 암 조직에 대한 T세포의 공격은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치료제나 T세포 연결 이중항체의 높은 독성을 낮추면서 효능이 뛰어난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수출 5건 중 4건 해외에서 성공
와이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다국적 제약 기업인 사노피와 인간항체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종의 신규 타깃에 대한 항체신약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보령제약, 아산병원, 가천대 의대 등과 대사성 질환 치료를 위한 항체 신약, 항암 항체 치료제를 공동연구하면서 개발 노하우와 경험을 쌓았다.

이를 통해 확보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8년에는 차세대 면역항암제 기술로 주목받는 T-세포 이중항체 기술에 적합한 신규 포맷 이중항체 기술인 ‘ALiCE 플랫폼’을 구축해 미국에 특허등록을 마쳤다. 이 기술은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에 적용되고 있다.

이 회사는 단독 개발 및 공동개발 파이프라인을 합쳐 임상 1상 단계에 1개, 임상 1상 시험용 신약(IND) 1개, 비임상 개발 단계에 4개, 개발 후보 단계에 4개 등 총 10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2028년까지 고형암 분야에서 종양 미세환경 조절 항체 치료제를 발굴하고 신약 파이프라인의 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기술이전도 활발하다. 지금까지 총 5건의 기술이전 계약에 성공했다. 국내 파트너사에 대한 통상실시권 계약 1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4건이 해외 파트너에 대한 전용실시권 기술이전 계약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공동연구 프로젝트는 12건이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파트너사가 제삼자에게 기술이전 시 발생하는 수익을 와이바이오로직스에 분배하는 구조다. 회사 측은 “공동연구 프로젝트들을 다수 확보함으로써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함과 동시에 단독 개발 도중 발생하는 실패에 대한 위험 요소를 관리하고 있다”며 “프랑스 거대 기업인 피에르파브르와의 공동연구는 신규 항암 타깃에 대한 항체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최대 5년간 지속적인 기술이전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지분 참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기술이전을 완료한 파이프라인의 개발단계가 점차 진행되면서 마일스톤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추가적인 기술이전도 추진할 계획이다. ◆창업자 “5년간 주식 안 판다”…흥행 자신감

와이바이오로직스는 11월 10일부터 16일까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코스닥 상장으로 총 150만 주를 공모해 최대 165억원을 조달한다. 희망 공모가격은 9000~1만1000원을 제시했다. 주당 평가가액(1만7136원)에서 35.8~47.5% 할인한 가격이다. 시가총액은 1334억~1631억원이다. 수요예측 후 공모가를 확정한 뒤 11월 23~24일 일반 청약을 거쳐 12월 상장할 예정이다. 주관은 유안타증권이 맡았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상장 후 의무보유기간을 기존 1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배우자와 친족 등 특수관계인들도 5년간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경영권 유지와 주가 안정을 위해서다. 박 대표와 특수관계인은 현재 회사의 지분 33.22%를 보유하고 있다. 공모 후 지분율은 29.75%로 소폭 낮아진다.

전략적 투자자들도 6개월에서 1년간 보호예수기간을 뒀다. HK이노엔(2.17%), 지아이이노베이션(1.99%), 제넥신(1.19%), 바이오에프디엔씨(0.84%) 등이 주요 주주다. 이에 따라 상장 후 유통 가능한 물량은 상장 주식 수(1482만3148주)의 29.72%로 낮아졌다.

주관사인 유안타증권은 자발적으로 일반청약자에게 6개월간 환매청구권을 부여했다.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증권사가 공모가의 90%에 되사주는 것을 말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의 투자 심리가 악화했지만 회사가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 조치를 통해 기업가치에 자신감을 보인다는 점이 공모 흥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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