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네’ 혼외자·횡령·과속스캔들까지…2023년 재계 7대 사건
입력 2023-11-15 06:01:01
수정 2023-11-15 06:01:01
[비즈니스 포커스]
2023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 재계는 사기·횡령 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거나 오너 일가의 사생활 논란이 터지는 등 다사다난했다. 올해 각종 구설에 휘말린 기업과 오너리스크 사례를 중심으로 7대 사건을 정리했다.
1. 사기범의 오너가 사칭에 몸살 앓는 파라다이스그룹
파라다이스그룹은 회장과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이 혼외자를 사칭한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 씨의 재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 씨가 자신을 파라다이스그룹 전필립 회장의 혼외자라고 속이고 피해자들을 속이는 수법으로 억대의 돈을 가로챈 사건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은 10월 26일 입장문을 내고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즉각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이번 사건으로 기업 이미지 실추 등 피해를 겪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카지노·호텔 등 관광서비스 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한 중견기업이다. 2004년 창업자인 전락원 회장의 타계 이후 장남인 전필립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카지노의 사행산업 인식에 오너 일가가 은둔형 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기업이나 오너 일가에 대한 정보가 대중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기범들의 단골 사칭 소재로 쓰여왔다.
2017년 팝 아티스트 낸시랭 씨에게 접근한 왕진진(본명 전준주) 씨도 파라다이스그룹 혼외자를 사칭해 사기 행각을 벌였다. 2003년에는 배우 김상중 씨가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딸을 사칭한 여성과 결혼을 발표했다가 파혼한 일도 있었다.
2. 남양유업, 꼬인 매각 작업에 갈 길 먼 이미지 쇄신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을 계기로 벌어진 불매운동을 시작으로 불가리스 사태,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사건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소비자 신뢰를 잃고 기업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인 가운데 오너리스크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 5월 홍원식 회장이 한앤컴퍼니와 경영권 지분 53%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가 4개월 만에 이를 번복해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한앤컴퍼니와 2년 넘게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경영 정상화가 멀어지며 적자폭이 늘어나고 있다. 2020년 767억원이던 영업손실이 2021년 778억원, 2022년 868억원으로 커졌다.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로 유업계가 침체된 영향도 있지만 소송 장기화로 인한 불안정한 경영체제와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뒤처진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연예인 마약 사건으로 과거 마약 투약 전력이 있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 씨도 수사 대상에 올라 또다시 마약 스캔들 기사에 회사 이름이 연일 오르내리고 있다. 황 씨는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다.
그의 일탈이 불거질 때마다 언론보도에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으면서 회사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급기야 남양유업은 “황 씨는 회사와 일절 무관한 인물”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로 황 씨의 일탈이 불거질 때마다 회사 이름이 함께 거론되며 본사와 대리점주, 주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3. 김홍국 하림 회장 “생닭 벌레 인체 무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최근 시중에 판매된 하림 브랜드 생닭에서 벌레가 다량 발견돼 위생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김 회장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였다.
전북 정읍시와 방역 업체가 현장 조사에 나선 결과 해당 이물질은 딱정벌레의 일종인 거저리과 유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정읍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림 측에 ‘경고’를 하는 등 행정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김 회장이 11월 1일 하림산업의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생닭 벌레’ 논란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김 회장은 “친환경 농장은 소독약을 쓰지 못해 벌레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 앞으로 위생 관리 등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곤충을 식용으로 쓰는 부분이 있다. 딱정벌레(애벌레인 ‘밀웜’)도 그중 하나라서 실질적으로 큰 문제는 없지만, 위생적으로 이물질로 분류되기 때문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식품 원료로 등재됐다는 것이 식용으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식품에 나와서는 안 될 이물질이 발견된 상황에서 “인체에 해가 없다”는 김 회장의 해명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4. 이동채 에코프로 전 회장, 수감 중 주식계좌 해킹 매각
최근 복역 중인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주식 25억원어치가 제3자에게 무단 도용돼 매도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전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통해 1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월 16일과 17일, 19일 세 차례에 걸쳐 이 전 회장의 에코프로 지분 2995주가 팔렸다. 16일에는 215주가 87만9000원에, 17일에는 1000주가 85만1349원에, 19일에는 1740주가 83만8185원에 팔렸다. 금액으로는 24억9877만원 규모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의 지분율은 18.84%에서 18.83%로 소폭 하락했다.
에코프로는 공시에서 “3건의 장내 매도는 보고자(이동채)의 명의 및 계좌정보가 제3자에게 무단 도용돼 보고자의 동의 없이 매도된 건”이라며 관련 내용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에코프로 측에서 해킹 거래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며 신분증 도용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또 에코프로는 최대주주 특별관계자의 주식 매도 사실을 뒤늦게 공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의 여동생인 이선이 TTC에듀 대표가 지난 7월 28일 장내 매도를 통해 총 1000주를 매도했는데 이 같은 사실을 담은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를 11월 6일에야 공시했다. 이 대표의 매도 단가는 148만5000원이었다.
5.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페라리 몰고 과속 스캔들
LS 오너가 2세인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2022년 11월 9일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자기 소유의 페라리를 시속 167km로 몰다가 뒤늦게 적발돼 구설에 올랐다. 도로교통법상 제한속도보다 시속 80km 이상 빠른 속도로 운전하면 과태료나 범칙금이 아닌 3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구류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구 회장이 적발되자 이 회사 소속의 김모 부장은 “내가 차를 몰았다”고 거짓 진술했다가 2차 조사에선 이를 번복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허성환)는 10월 24일 구 회장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구 회장 대신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한 김모 부장은 범인도피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LS일렉트릭 측은 김모 부장의 거짓 진술과 관련해 김 부장의 개인적 과잉 충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 회장은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삼남이다.
6.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혼외자 파문
은퇴 후 2년 만인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장남 서진석 의장, 차남 서정수 이사 이외 호적에 딸 2명이 더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다.
혼외자 2명이 2021년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에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11월 조정 성립으로 2명의 혼외자가 법적 딸로 호적에 올랐다.
두 딸의 친모인 A 씨는 2001년 당시 가정이 있었던 서 회장과 사실혼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서 회장과 관계가 파탄 난 뒤 서 회장이 딸들을 제대로 만나지 않는 등 아버지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게 A 씨 측의 주장이었다.
둘째 딸은 11년간 부친을 보지 못했다며 서 회장을 상대로 ‘최소 한 달에 네 번 만나고, 두 번은 전화해 달라’는 내용의 면접 교섭 청구 소송을 같은 법원에 제기했다. 지난 7월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 가사5단독 이현석 판사는 면접교섭 청구 심판에서 서 회장이 혼외로 낳은 둘째 딸이 성년이 될 때까지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면접교섭하라고 결정했다.
혼외자 파문은 셀트리온 기업가치에 일시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쳐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5월 3일 셀트리온 주가는 15만9000원으로 전날보다 0.8% 내렸다. 기존 두 아들 외에 혼외자 2명이 서 회장의 법적 자녀로 호적에 오르자 상속 구도에도 변수가 생길 전망이다.
법정상속분 비율은 배우자와 4명의 자녀 순으로 ‘1.5 대 1 대 1 대 1 대 1’이 된다. 따라서 두 딸의 상속 비율은 18% 정도씩 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서 회장의 재산은 약 7조원대로 추정된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19%를 보유하고 있다.
7. 이호진 태광 전 회장, 사면 두 달 만에 또 횡령 의혹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이 복권된 지 두 달 만에 다시 수십억원의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대상에 올랐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10월 24일 업무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로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도 용인 태광CC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태광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내부 감사에서 이 전 회장의 공백 기간 동안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였다고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 규모를 조작하는 ‘무자료 거래’로 총 421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9억여 원대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1년 구속 기소됐다.
당시 간암과 대동맥 질환을 이유로 병보석을 허가받아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 음주와 흡연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황제 보석’ 논란이 일었다. 그는 논란 끝에 2018년 구속돼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아 2021년 10월 만기출소했고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다.
태광그룹은 총수 일가 소유 회사에서 생산한 김치와 와인을 그룹 계열사에 강매해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 전 회장과 김기유 전 경영기획실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관련 사실을 보고받거나 범행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김 전 실장만 2021년 8월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실장은 총수 일가의 회사에서 생산된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강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최근 벌금 4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2023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 재계는 사기·횡령 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거나 오너 일가의 사생활 논란이 터지는 등 다사다난했다. 올해 각종 구설에 휘말린 기업과 오너리스크 사례를 중심으로 7대 사건을 정리했다.
1. 사기범의 오너가 사칭에 몸살 앓는 파라다이스그룹
파라다이스그룹은 회장과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이 혼외자를 사칭한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 씨의 재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 씨가 자신을 파라다이스그룹 전필립 회장의 혼외자라고 속이고 피해자들을 속이는 수법으로 억대의 돈을 가로챈 사건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은 10월 26일 입장문을 내고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즉각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이번 사건으로 기업 이미지 실추 등 피해를 겪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카지노·호텔 등 관광서비스 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한 중견기업이다. 2004년 창업자인 전락원 회장의 타계 이후 장남인 전필립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카지노의 사행산업 인식에 오너 일가가 은둔형 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기업이나 오너 일가에 대한 정보가 대중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기범들의 단골 사칭 소재로 쓰여왔다.
2017년 팝 아티스트 낸시랭 씨에게 접근한 왕진진(본명 전준주) 씨도 파라다이스그룹 혼외자를 사칭해 사기 행각을 벌였다. 2003년에는 배우 김상중 씨가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딸을 사칭한 여성과 결혼을 발표했다가 파혼한 일도 있었다.
2. 남양유업, 꼬인 매각 작업에 갈 길 먼 이미지 쇄신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을 계기로 벌어진 불매운동을 시작으로 불가리스 사태,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사건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소비자 신뢰를 잃고 기업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인 가운데 오너리스크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 5월 홍원식 회장이 한앤컴퍼니와 경영권 지분 53%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가 4개월 만에 이를 번복해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한앤컴퍼니와 2년 넘게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경영 정상화가 멀어지며 적자폭이 늘어나고 있다. 2020년 767억원이던 영업손실이 2021년 778억원, 2022년 868억원으로 커졌다.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로 유업계가 침체된 영향도 있지만 소송 장기화로 인한 불안정한 경영체제와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뒤처진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연예인 마약 사건으로 과거 마약 투약 전력이 있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 씨도 수사 대상에 올라 또다시 마약 스캔들 기사에 회사 이름이 연일 오르내리고 있다. 황 씨는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다.
그의 일탈이 불거질 때마다 언론보도에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으면서 회사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급기야 남양유업은 “황 씨는 회사와 일절 무관한 인물”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로 황 씨의 일탈이 불거질 때마다 회사 이름이 함께 거론되며 본사와 대리점주, 주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3. 김홍국 하림 회장 “생닭 벌레 인체 무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최근 시중에 판매된 하림 브랜드 생닭에서 벌레가 다량 발견돼 위생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김 회장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였다.
전북 정읍시와 방역 업체가 현장 조사에 나선 결과 해당 이물질은 딱정벌레의 일종인 거저리과 유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정읍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림 측에 ‘경고’를 하는 등 행정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김 회장이 11월 1일 하림산업의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생닭 벌레’ 논란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김 회장은 “친환경 농장은 소독약을 쓰지 못해 벌레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 앞으로 위생 관리 등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곤충을 식용으로 쓰는 부분이 있다. 딱정벌레(애벌레인 ‘밀웜’)도 그중 하나라서 실질적으로 큰 문제는 없지만, 위생적으로 이물질로 분류되기 때문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식품 원료로 등재됐다는 것이 식용으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식품에 나와서는 안 될 이물질이 발견된 상황에서 “인체에 해가 없다”는 김 회장의 해명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4. 이동채 에코프로 전 회장, 수감 중 주식계좌 해킹 매각
최근 복역 중인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주식 25억원어치가 제3자에게 무단 도용돼 매도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전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통해 1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월 16일과 17일, 19일 세 차례에 걸쳐 이 전 회장의 에코프로 지분 2995주가 팔렸다. 16일에는 215주가 87만9000원에, 17일에는 1000주가 85만1349원에, 19일에는 1740주가 83만8185원에 팔렸다. 금액으로는 24억9877만원 규모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의 지분율은 18.84%에서 18.83%로 소폭 하락했다.
에코프로는 공시에서 “3건의 장내 매도는 보고자(이동채)의 명의 및 계좌정보가 제3자에게 무단 도용돼 보고자의 동의 없이 매도된 건”이라며 관련 내용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에코프로 측에서 해킹 거래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며 신분증 도용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또 에코프로는 최대주주 특별관계자의 주식 매도 사실을 뒤늦게 공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의 여동생인 이선이 TTC에듀 대표가 지난 7월 28일 장내 매도를 통해 총 1000주를 매도했는데 이 같은 사실을 담은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를 11월 6일에야 공시했다. 이 대표의 매도 단가는 148만5000원이었다.
5.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페라리 몰고 과속 스캔들
LS 오너가 2세인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2022년 11월 9일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자기 소유의 페라리를 시속 167km로 몰다가 뒤늦게 적발돼 구설에 올랐다. 도로교통법상 제한속도보다 시속 80km 이상 빠른 속도로 운전하면 과태료나 범칙금이 아닌 3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구류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구 회장이 적발되자 이 회사 소속의 김모 부장은 “내가 차를 몰았다”고 거짓 진술했다가 2차 조사에선 이를 번복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허성환)는 10월 24일 구 회장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구 회장 대신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한 김모 부장은 범인도피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LS일렉트릭 측은 김모 부장의 거짓 진술과 관련해 김 부장의 개인적 과잉 충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 회장은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삼남이다.
6.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혼외자 파문
은퇴 후 2년 만인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장남 서진석 의장, 차남 서정수 이사 이외 호적에 딸 2명이 더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다.
혼외자 2명이 2021년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에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11월 조정 성립으로 2명의 혼외자가 법적 딸로 호적에 올랐다.
두 딸의 친모인 A 씨는 2001년 당시 가정이 있었던 서 회장과 사실혼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서 회장과 관계가 파탄 난 뒤 서 회장이 딸들을 제대로 만나지 않는 등 아버지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게 A 씨 측의 주장이었다.
둘째 딸은 11년간 부친을 보지 못했다며 서 회장을 상대로 ‘최소 한 달에 네 번 만나고, 두 번은 전화해 달라’는 내용의 면접 교섭 청구 소송을 같은 법원에 제기했다. 지난 7월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 가사5단독 이현석 판사는 면접교섭 청구 심판에서 서 회장이 혼외로 낳은 둘째 딸이 성년이 될 때까지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면접교섭하라고 결정했다.
혼외자 파문은 셀트리온 기업가치에 일시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쳐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5월 3일 셀트리온 주가는 15만9000원으로 전날보다 0.8% 내렸다. 기존 두 아들 외에 혼외자 2명이 서 회장의 법적 자녀로 호적에 오르자 상속 구도에도 변수가 생길 전망이다.
법정상속분 비율은 배우자와 4명의 자녀 순으로 ‘1.5 대 1 대 1 대 1 대 1’이 된다. 따라서 두 딸의 상속 비율은 18% 정도씩 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서 회장의 재산은 약 7조원대로 추정된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19%를 보유하고 있다.
7. 이호진 태광 전 회장, 사면 두 달 만에 또 횡령 의혹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이 복권된 지 두 달 만에 다시 수십억원의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대상에 올랐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10월 24일 업무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로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도 용인 태광CC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태광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내부 감사에서 이 전 회장의 공백 기간 동안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였다고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 규모를 조작하는 ‘무자료 거래’로 총 421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9억여 원대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1년 구속 기소됐다.
당시 간암과 대동맥 질환을 이유로 병보석을 허가받아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 음주와 흡연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황제 보석’ 논란이 일었다. 그는 논란 끝에 2018년 구속돼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아 2021년 10월 만기출소했고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다.
태광그룹은 총수 일가 소유 회사에서 생산한 김치와 와인을 그룹 계열사에 강매해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 전 회장과 김기유 전 경영기획실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관련 사실을 보고받거나 범행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김 전 실장만 2021년 8월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실장은 총수 일가의 회사에서 생산된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강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최근 벌금 4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