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논란’이 ‘홍범도 논란’보다 훨씬 낫지만…[경제이슈 솎아 보기]



공매도 전면 금지가 11월 초 증시를 들었다 놨다 했다. 정부는 11월 5일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다음 날인 6일 주가는 폭등,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됐다. 그다음 날은 정반대였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번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비상상황도 아닌데 공매도 전면 금지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경우는 세 차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와 유럽 재정위기(2011년), 코로나19 위기(2020년) 등 ‘위기’라는 꼬리표가 붙었을 때였다. 지금은 경제가 좋지 않지만 위기는 아니다. 그런데도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자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뿐만 아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정부와 여당의 민심잡기 행보는 숨가쁘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라는 메가톤급 어젠다를 던졌다. 식당과 카페 등에서의 1회용품 사용금지도 없던 것으로 했다. 물가관리 전담 공무원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전기료도 대기업에 한해서만 올리기로 했다. 통신료도 인하하기로 했다. 이자장사로 배부른 은행들에는 ‘상생금융’을 압박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유보통합방안 등도 곧 나온다고 한다. 다분히 내년 총선을 겨냥한 행보다. 대부분 논쟁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불과 두 달 전인 9월로 돌아가 보자. 지난 1년을 ‘이재명 죽이기와 지키기’로 허비한 여야는 난데없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를 두고 날을 세웠다.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다느니, 독립 유공자라느니 하면서 날밤을 지샜다. 정작 상당수 국민들은 “홍범도가 누군데?”라는 반응을 보였는데도 그랬다.

이와 비교하면 최근의 논쟁은 훨씬 생산적이다. 대부분 이슈가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과 관련돼 있다. 그래서 바람직하다. 야당도 ‘3%대 성장률 회복’을 내세우며 민생경쟁에 나서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와 금리는 오르고 빚은 늘어난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 파산을 선언하는 개인과 기업은 사상 최대다. 기업들은 내년 경기도 어렵다고 보고 미리부터 지갑을 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최대한 붙잡고 통신비 등을 내리며 시장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정책은 누가 뭐래도 필요하다.

다 좋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두 가지다. 하나는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경제 원칙을 파괴하는 것이다. 원칙 없이 ‘민생속으로’를 외치다 보면 맞닥뜨리는 게 포퓰리즘이다. 돈 퍼주기다.

2012년 대선에서는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얼마 줄 것이냐를 두고 대선후보들이 공방을 벌였다. 2020년 4월 14일 총선을 하루 앞두고 정부는 전 국민에게 코로나 지원금(4인가족 기준 100만원)을 주기로 결정했다. 작년 3월 치러진 대선에서는 ‘기본 시리즈’를 내세운 여당 후보와 ‘병사 월급 200만원’ 등을 앞세운 야당 후보가 치열한 포퓰리즘 경쟁을 벌였다. 22대 총선이 다가올수록 돈 퍼붓기 경쟁이 기승을 부릴 공산이 크다.

시장경제 원칙 파괴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추진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파업조장법·일명 노란봉투법)은 아무리 뜯어봐도 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다. 공매도 전면 금지도 장기화될 경우 자본시장 원칙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

여야의 민생경쟁은 늦었지만 바람직하다. ‘홍범도 논쟁’보다 천배, 만배나 생산적이다. 다만 그 경쟁이 포퓰리즘과 시장경제 무너뜨리기 경쟁으로 치달아서는 곤란하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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