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의 펀(fun)한 성장···매출 '1조' 달성 눈앞에

판로없던 신진 브랜드 유통채널로·동반성장…’1위 패션 플랫폼’ 등극
법인 설립 이래 ‘적자 제로’…본업에 충실하며 패션 시장 영향력 키워
‘팬데믹’에 오프라인 진출 역발상 전략…브랜드 유통 더해 온·오프라인 통합

스마트한 전략으로 성장세를 이어아고 있는 패션기업 '무신사' /자료=무신사


국내 1위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가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며 국내외 패션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로 출발한 무신사는 독창적인 브랜드 발굴과 동반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대형 백화점이 주도해온 국내 패션 유통 시장의 판도를 온라인 중심으로 개척한 선구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온라인 쇼핑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가운데 무신사의 연매출도 2022년 기준 7000억원을 돌파해 올해 조(兆) 단위 매출까지 바라보고 있다. 올해 2400억원 이상의 투자까지 유치한 무신사는 내친김에 2023년을 글로벌 진출과 오프라인 비즈니스 확장의 원년으로 삼아 패션 생태계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역량 있는 신진 디자이너 발굴…패션 다양성에 기여
무신사는 2001년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조만호 창업자가 당시 포털사이트 프리챌 내에 개설한 ‘무진장 신발사진이 많은 곳’이란 이름의 커뮤니티에서 출발했다.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사진과 정보를 교환하며 어울리는 모임 공간이 점차 확대되며 커머스 기능까지 덧붙여진 ‘무신사 스토어’로 발전한 것이다.

무신사는 2009년에 최초로 커머스 기능을 도입한 이후 국내 패션 시장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새롭게 패션 시장에 뛰어드는 후발 주자인 만큼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무신사는 백화점에 입점하기 어려웠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과 손을 잡고 이들의 유통 파트너가 되기로 했다. 오프라인 매장 유지를 위한 비용과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기 힘든 중소 브랜드들이 부담없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개척해준 셈이다.

이러한 무신사의 전략을 높이 평가하며 사업 초창기부터 입점한 브랜드들이 △디스이즈네버댓 △앤더슨벨 △아웃스탠딩 △인사일런스 △코드그라피 △쿠어 등을 꼽을 수 있다. 특이하게도 이들 브랜드는 무신사에서 인지도를 알리고 브랜드 경쟁력을 돋보인 이후 백화점을 필두로 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로부터 입점 요청을 다수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창립 이후 한 번도 적자 없다…영리한 사업 전략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무신사 대구 전경 / 사진=무신사


무신사는 패션 버티컬 플랫폼을 비롯해 이커머스 업계를 통틀어서도 흔치 않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2년 법인 설립 이래로 단 한 번도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는 의미다. 이는 무신사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패션 플랫폼으로서 핵심 비즈니스의 본원적 경쟁력을 차근차근 강화한 덕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흔히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기 위해 무리한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을 성급하게 진행해 손실만 떠안는 경우가 많지만 무신사는 이러한 과오를 범하지 않은 것이다. 2010년 이후 우후죽순 늘어난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이 소위 ‘계획된 적자’라는 핑계로 먼저 고객을 모집한 이후 수익성을 확대하려는 전략에 실패하며 수년간 ‘밑 빠진 독에 물붓기’ 하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인 셈이다. 지난해에도 무신사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500억원 이상에 달해 연간 영업이익률이 10%에 육박한다.

실제 무신사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외부 자본을 끌어오는 투자 유치 없이 자생력을 키워온 것이 특징이다. 무신사가 최초 투자를 유치한 것은 2019년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로 손꼽히는 세콰이어캐피털에서 1000억원 투자를 받았을 때다. 이 당시 무신사의 기업 가치는 2조5000억원으로 첫 투자만으로 단숨에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라 국내 스타트업 및 유통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유니콘 기업으로는 야놀자, 토스, 두나무 등에 이은 10번째이자 패션 버티컬 플랫폼 중에서는 최초이며 아직까지도 무신사가 유일무이하다.

태생부터 ‘뻔하지 않고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성장해온 무신사의 경쟁력은 영리한 자본 운용과 비즈니스 전략으로도 입증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난 10월 무신사에서 직접 부지 매입부터 완공까지 개발 사업을 마친 성수동 사옥 ‘무신사 캠퍼스 E1’을 매각한 것이다. 앞서 무신사는 지난 10월 중순 마스턴투자운용 측에 신사옥 E1을 1115억원에 ‘세일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매각하며 자산 유동화에 성공했다. 무신사 캠퍼스 E1은 성수동이 지금처럼 패션 트렌드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기 전인 2019년 말 무신사에서 직접 부지를 매입해 2021년 7월 신사옥으로 착공한 건물이다.

통상적으로 강남·여의도·홍대 등 서울 핵심 상권에서의 자산 유동화는 부동산 전문회사나 전통적인 재벌 대기업의 주도로 많이 이뤄졌다. 수십 년 전부터 저렴한 값에 노른자 땅을 매입한 특혜 덕분에 각종 개발 사업 이후 차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하지만 무신사처럼 온라인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 기업이 패션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오프라인 입지의 가치를 전략적으로 높이는 건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케이스라는 평가가 나온다.
◆팬데믹 때 처음 오프라인 선보인 ‘역발상’ 전략
무신사 투자 유치 및 기업가치 / 자료 무신사


무신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과 중요성이 부각되며 성장에 탄력을 받았다. 2019년 2197억원(연결 기준)이었던 연매출은 △2020년 3319억원 △2021년 4613억원 △2022년 7083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2022년 연매출은 3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매출만 기준으로 보더라도 패션 버티컬 플랫폼으로 무신사는 분명 업계 1위다. 하지만 2021년 5월 무신사는 서울 홍대입구 핵심 지역에 첫 번째 오프라인 스토어인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를 오픈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실내 인원 및 영업시간 제한 등의 매장 운영에 변수가 많던 시기였다.

국내외 대형 패션 기업들조차 기존 매장을 폐점하거나 오프라인 사업을 줄여나가던 시기에 온라인이 중심인 무신사는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는 ‘역발상’ 전략을 펼친 셈이다. 결과적으로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는 오픈 1년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끌어모으며 홍대 상권의 최고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고 무신사의 전략은 성공했다. 이후 무신사는 탄력을 받아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2022년 7월)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2023년 9월)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2023년 10월) 등으로 오프라인 영토를 확장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의 니즈를 반영하여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도 선보였다. 무신사 입점 브랜드 중에는 여전히 단독으로 오프라인 쇼룸 혹은 스토어를 운영하기 어려운 규모의 중소 브랜드가 많다. 이들은 직접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할 경우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무신사를 통해 오프라인 비즈니스로 진출하려는 니즈가 강한 점을 주효하게 고려한 것이다.

지난 10월 대구 동성로에 무신사 온라인 인기 브랜드 200여 개를 엄선한 ‘무신사 대구’를 오픈한 것도 이러한 전략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무신사 대구에는 그동안 대구에서 오프라인으로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100여 개 브랜드가 포함돼 있어 대구 인근 고객들과 입점 브랜드들이 소통할 수 있는 접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오프라인 확장은 무신사 입장에서는 도전적인 신사업의 영역인 만큼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무신사는 지난 7월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2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실탄을 확보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KKR(Kohlberg Kravis Roberts·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과 글로벌 3대 자산운용사인 웰링턴 매니지먼트가 각각 1000억원씩 시리즈C 라운드에 투자자로 참여한 것이다. 이번 시리즈C를 통해 평가받은 무신사의 기업 가치는 3조원 중반이다.

여기에다 지난 10월 무신사 캠퍼스 E1 자산 유동화를 통해 확보한 1000억원 이상의 재원까지 더할 경우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무신사 입장에서는 사업 확장을 위해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재무적 부담을 높이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넥스트 스텝’을 밟을 수 있는 것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커뮤니티로 출발한 무신사는 패션 생태계 활성화라는 비전을 위해 신진·중소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소통하며 판로를 개척해왔고 마케팅, 생산 자금 지원 등의 동반성장에 진심을 다해왔다”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내 브랜드들이 오프라인으로 적극 진출하고 싶은 성장 니즈를 반영해 앞으로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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