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를까? 불확실성에 전세 선택하는 수요자들[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입력 2023-12-07 15:03:02
수정 2023-12-07 15:03:02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7월 3일에 바닥을 다진 후 11월 중순까지 0.98% 상승한 반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는 7월 17일에 바닥을 찍은 후 계속 상승하여 11월 중순까지 불과 네 달 사이에 1.55%나 상승하였다. 매매가도 오르고 있지만 전세가 상승세가 더 가파른 것을 알 수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8월 7일에 바닥을 다진 후 11월 중순까지 0.19% 상승한 반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도 8월 7일에 바닥을 찍고 11월 중순까지 0.78% 상승하였다.
한국부동산원의 경우는 전세가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에 비해 0.57%포인트 정도 더 많이 올랐다고 하고, KB국민은행도 0.59%포인트 정도 전세가 상승률이 더 높다고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두 기관 모두 매매시장 회복세가 주춤하지만 전세시장 회복세는 가파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매매시장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이유에 대해 시중 금리가 아직도 고금리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는 정답은 아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금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세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전세로 살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고금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고금리라는 변수가 매매시장에만 악영향을 끼치고, 전세시장과는 무관한 것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매매시장보다 전세시장이 뜨거운 이유
결국 매매시장이 전세시장보다 부진한 이유, 반대로 표현하면 전세시장이 매매시장보다 더 많이 오르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번째 이유는 주택 실수요자의 선택이다. 주택 수요는 매매 수요와 임대 수요의 합이다. 매매 수요와 임대 수요가 다른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전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집값이 올라갈 것이 확실시된다면 전세를 살던 사람이라도 영끌을 하여 내 집 마련을 서둘게 되는 것이고, 집값이 하락하거나 적어도 오르지 않는다는 확신이 든다면 (자금이 많이 드는)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것이다.
아직도 역대급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고, 내년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일부 실수요자들이 매매 수요에서 임대 수요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매매가 상승률보다 전세가 상승률이 더 높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임대 수요의 전세화에 있다. 같은 임대 수요라 하더라도 월세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전세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월세로 살려는 사람이 더 늘어나는 현상을 보여왔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서 전세로 사는 것보다 월세로 사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이 늘어난 것도 있고, 전세사기 등이 사회 이슈가 되면서 전세 기피 현상이 나타난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이다.
이런 이유로 2022년 말까지 월세를 선호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월세로 계약하는 비율이2022년 4분기는 47.7%였는데, 2년 전에는 이 비율이 37.6%에 불과했다. 이 말의 의미는 과거 임대차 계약을 했던 사람 중에서 10% 이상이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차 계약 형태를 바꾸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전세는 수요가 줄고, 월세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올해 2분기만 하여도 서울 아파트 임대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1.9%로 2년 전에 비해 4.1%포인트 늘어났다. 다시 말해 2분기까지만 하여도 전세 수요는 줄고 월세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던 것이다. 이러니 올해 2분기까지 전세가 하락했던 것이다.
그런데 3사분기 들어서 반전이 일어났다. 서울 아파트 임대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39.6%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직전 분기에 비해서도 줄어들었지만 특히 2년 전인 2021년 3사분기에 비해서도 1.8%포인트만큼 줄어든 것이다. 다시 말해 올해 2사분기까지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사람이 많았지만 3사분기부터는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하려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전세 시장이 7월 이후 상승으로 반전한 것이다. 빌라 전세수요 흡수한 아파트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가 강세를 보이는 세 번째 이유는 빌라에서 전세를 살던 세입자들이 아파트로 갈아타기 때문이다. 이는 전세사기 이슈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빌라 시장의 특징은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적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빌라 매매가가 2억원인데, 전세가 1억9000만원이면 빌라를 매수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1000만원만 있으면 집을 사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는 적은 자금으로 여러 채의 집을 살 수 있는 수단으로 빌라 투자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그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내줄 수 없는) 깡통전세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이슈가 지난 1~2년간 계속되자 현재는 빌라에 전세보다는 월세로 살려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다세대주택에서 월세로 계약한 비율은 46.4%로 2년 전에 비해 14.1%포인트나 늘어났다.
다시 말해 올해 3분기 들어서 아파트 시장은 월세에서 전세로 돌아서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빌라 시장에서는 아직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사람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존 빌라에 전세로 살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월세로 전환해서 매월 월세를 지급하든지 아니면 전세자금대출을 더 받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 전세로 갈아타야 하는 선택에 놓인 것이고, 그중 일부가 후자를 선택하면서 아파트 전세시장 상승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세사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매매시장이 활성화되어 임대 수요가 매매 수요로 대거 전환되기 전까지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KB국민은행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8월 7일에 바닥을 다진 후 11월 중순까지 0.19% 상승한 반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도 8월 7일에 바닥을 찍고 11월 중순까지 0.78% 상승하였다.
한국부동산원의 경우는 전세가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에 비해 0.57%포인트 정도 더 많이 올랐다고 하고, KB국민은행도 0.59%포인트 정도 전세가 상승률이 더 높다고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두 기관 모두 매매시장 회복세가 주춤하지만 전세시장 회복세는 가파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매매시장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이유에 대해 시중 금리가 아직도 고금리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는 정답은 아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금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세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전세로 살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고금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고금리라는 변수가 매매시장에만 악영향을 끼치고, 전세시장과는 무관한 것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매매시장보다 전세시장이 뜨거운 이유
결국 매매시장이 전세시장보다 부진한 이유, 반대로 표현하면 전세시장이 매매시장보다 더 많이 오르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번째 이유는 주택 실수요자의 선택이다. 주택 수요는 매매 수요와 임대 수요의 합이다. 매매 수요와 임대 수요가 다른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전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집값이 올라갈 것이 확실시된다면 전세를 살던 사람이라도 영끌을 하여 내 집 마련을 서둘게 되는 것이고, 집값이 하락하거나 적어도 오르지 않는다는 확신이 든다면 (자금이 많이 드는)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것이다.
아직도 역대급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고, 내년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일부 실수요자들이 매매 수요에서 임대 수요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매매가 상승률보다 전세가 상승률이 더 높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임대 수요의 전세화에 있다. 같은 임대 수요라 하더라도 월세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전세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월세로 살려는 사람이 더 늘어나는 현상을 보여왔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서 전세로 사는 것보다 월세로 사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이 늘어난 것도 있고, 전세사기 등이 사회 이슈가 되면서 전세 기피 현상이 나타난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이다.
이런 이유로 2022년 말까지 월세를 선호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월세로 계약하는 비율이2022년 4분기는 47.7%였는데, 2년 전에는 이 비율이 37.6%에 불과했다. 이 말의 의미는 과거 임대차 계약을 했던 사람 중에서 10% 이상이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차 계약 형태를 바꾸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전세는 수요가 줄고, 월세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올해 2분기만 하여도 서울 아파트 임대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1.9%로 2년 전에 비해 4.1%포인트 늘어났다. 다시 말해 2분기까지만 하여도 전세 수요는 줄고 월세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던 것이다. 이러니 올해 2분기까지 전세가 하락했던 것이다.
그런데 3사분기 들어서 반전이 일어났다. 서울 아파트 임대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39.6%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직전 분기에 비해서도 줄어들었지만 특히 2년 전인 2021년 3사분기에 비해서도 1.8%포인트만큼 줄어든 것이다. 다시 말해 올해 2사분기까지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사람이 많았지만 3사분기부터는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하려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전세 시장이 7월 이후 상승으로 반전한 것이다. 빌라 전세수요 흡수한 아파트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가 강세를 보이는 세 번째 이유는 빌라에서 전세를 살던 세입자들이 아파트로 갈아타기 때문이다. 이는 전세사기 이슈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빌라 시장의 특징은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적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빌라 매매가가 2억원인데, 전세가 1억9000만원이면 빌라를 매수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1000만원만 있으면 집을 사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는 적은 자금으로 여러 채의 집을 살 수 있는 수단으로 빌라 투자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그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내줄 수 없는) 깡통전세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이슈가 지난 1~2년간 계속되자 현재는 빌라에 전세보다는 월세로 살려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다세대주택에서 월세로 계약한 비율은 46.4%로 2년 전에 비해 14.1%포인트나 늘어났다.
다시 말해 올해 3분기 들어서 아파트 시장은 월세에서 전세로 돌아서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빌라 시장에서는 아직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사람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존 빌라에 전세로 살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월세로 전환해서 매월 월세를 지급하든지 아니면 전세자금대출을 더 받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 전세로 갈아타야 하는 선택에 놓인 것이고, 그중 일부가 후자를 선택하면서 아파트 전세시장 상승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세사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매매시장이 활성화되어 임대 수요가 매매 수요로 대거 전환되기 전까지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