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아 상속세? '장기 플랜'을 짜야[한국형 가업승계 전략②]

[한국형 가업승계 전략]
상속 재산의 최대 50%까지 부과하는 한국의 상속세율은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싶은 창업주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꼽힌다. 그런데 실제로 기업을 운영하는 창업주를 만나보면 상속세만큼이나 높은 장벽이 이들을 가로막고 있다.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싶어도 납부할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창업주 대부분이 승계를 미리 계획하지 않다 보니 세금 낼 돈이 갑자기 생길 리도 없다. 결국 상속세 내려 거액의 대출을 받는 상황이 벌어진다.

창업주가 좀 더 일찍부터 승계의 밑그림을 그렸더라면 어땠을까? 아쉽게도 대다수 창업주는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본인만큼 회사를 잘 운영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후계자를 정하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미리 재산을 물려줬다가 자식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창업주도 종종 있다. 최악의 사례 vs 최선의 사례승계 작업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이 말은 자식에게 지분을 빨리 물려주라는 뜻이 아니다. 머릿속에 승계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고 있으라는 얘기다. 승계 작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은 창업주 의지에 달렸다. 창업주가 승계할 마음이 있으면 승계 작업은 생각 이상으로 매끄럽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창업주의 건강 악화라든지 외부 상황에 쫓겨서 진행하는 가업승계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을뿐더러 결국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준비 없는 상속’의 대표적인 예가 세계적인 손톱깎이 제조업체 쓰리세븐이다. 창업주는 2006년 주식 약 370억원을 임직원에게 증여한 후 2년 만에 갑자기 별세했다.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준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계획 없이 이뤄진 증여의 뒷감당은 남겨진 가족의 몫이었다. 피상속인이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 증여했을 때, 만약 이것이 상속개시일로부터 5년 안에 이뤄졌다면 이는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상속인은 자신들이 물려받지도 않은 증여재산에 대한 상속세 수백억원을 내야 했다. 이로 인해 상속인은 물려받은 자산 대부분을 처분해야 했고 회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세금에 대한 무지(無知)가 낳은 안타까운 사례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승계의 큰 그림을 그린다면 여러 절세 전략을 적용할 수 있다. 중견 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상장기업이라면, 주식 가치가 낮게 평가된 타이밍을 활용해 증여하는 게 이상적인 전략이다. 회사의 가치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증여하는 게 세금을 아끼는 손쉬운 방법이다. 다만 이때는 비상장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상장회사는 주가라는 객관적 평가 기준이 있는 반면,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가치 평가에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2대 3의 비율로 가중 평균한 금액으로 주식 가치를 평가한다. 이때 순손익가치는 과거 3년간 순손익액을 가중평균해 계산한다. 올해 실적 예측을 할 수 있는 경영자는 예년보다 올해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올해 실적이 반영되지 않는 시점으로 증여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경영자는 기업의 실적 추이를 잘 고려해 승계 시점을 예측하고 이를 계속 수정해 나가면 된다. 후계자의 ‘시드머니’ 마련 전략은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절세 못지않게 납부재원 마련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좋다. 절세에 너무 치중할 경우 세금을 조금 아낄 수 있을지 몰라도 형사상 배임에 걸리거나 더 큰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세무 플랜을 짤 때는 승계의 궁극적 목표가 안정적인 경영권 이전, 그리고 지속가능한 경영 및 기업 운영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재원 마련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납부재원 마련을 위해 후계자의 시드머니(종잣돈)를 만드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가업을 승계하는 사례다. 간단히 말해 승계 대상자 중심의 지배구조를 가진 법인을 신설해 키우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통해 절세는 물론, 납부재원 마련, 지배구조 및 사업계획 개편 등을 해결할 수 있다. 기존 회사의 한 사업을 분할해도 되고, 새로운 사업을 꾸려도 좋다.

만약 이 관계회사가 성장해 가치가 올라가면 기존 부모 회사와 합병하거나, 지분교환을 통해 가업승계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관계회사 사업이 어려워져도 가업승계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관계회사의 순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면 기존 승계 대상 주식과 합쳐 주식 평가 금액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나 사후 관리요건 등 변수가 생길 수 있고, 기업 상황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특정법인 증여세, 일감몰아주기 등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일례로 모 회사 창업주의 아들은 신설법인을 세운 후 아버지 회사의 도움으로 신설법인이 큰 이익을 얻었는데, 세무당국은 이를 증여로 보고 과세하고 이익을 제공한 아버지 회사에도 법인세를 부과했다. 특정법인 증여세는 자녀 등이 지배주주로 있는 법인에 제공한 이익을 지배주주인 자녀 등에게 직접 증여한 것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것이다.

정부는 2004년부터 증여로 볼 수 있는 모든 거래에 세금을 물리는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편법적인 상속·증여세 회피를 막기 위해서다. 과세요건을 명시적으로 법률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열거주의’와 달리 완전포괄주의는 조세정책상 증여로 간주할 필요가 있는 모든 거래와 행위를 포괄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아직 완전포괄주의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완전포괄주의에 의한 증여세 과세의 적용 범위와 한계는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약간의 해석 차이로 큰 금액의 과세를 떠안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전문가와 상의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의 이전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한 가업승계 계획을 조기에 수립하고, 절세 및 납부 전략을 단계적으로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운규 삼일PwC 파트너. (사진=삼일PwC)

김운규 삼일PwC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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