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른자 땅’ 광주중앙공원 개발사업 두고 사업자 간 갈등 격화

2조원 규모 대형 사업, 개발·시공권 수익 ‘노다지’
자금조달·분양방식 두고 사업자 간 갈등 생기며 주주 변경 돼

풍암호수를 둘러싼 광주중앙공원 일대. 사진=빛고을중앙공원개발㈜

풍암호수공원과 광주월드컵경기장을 품은 광주광역시 ‘노른자 땅’, 광주중앙공원 1지구 개발사업의 주도권을 두고 주주들이 충돌하고 있다. 광주 내에서도 손꼽히는 입지와 사업규모를 고려할 때 높은 분양 수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양측의 갈등은 격화하는 분위기다.

여러 건의 소송전으로 달아오르던 논란은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12월 5일 광주시의회에서 롯데건설과 광주광역시를 규탄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면서 다시 한번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양은 사업 초기부터 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의 주주(지분율 30%)이자 주관사로 참여했다.

한양은 롯데건설이 편법으로 다른 SPC 대주주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을 통해 사업 주도권을 획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시 역시 주주구성 변경을 방관하며 사업 공모지침(제안요청서) 상 승인권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케이앤지스틸은 이 과정에서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의 SPC 지분을 부당하게 뺏겼다는 입장이다.

반면 SPC와 롯데건설 측은 “한양이 사업수익을 높이기 위한 후분양에 반대하고 필요한 자금조달에 적극 나서지 않아 다른 주주들과 갈등을 빗었다”면서 반박하고 있다. 또 “롯데의 지분 취득 과정은 적법하며, 한양이 주장하는 광주시의 공모지침 조항도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에 한 한 것인데 해당 사업은 이미 우선협상 대상 선정 단계를 지나 적용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생활인프라·학군 다 갖춰, 아파트 2700여 가구 조성
광주 서구 금호동,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추진 중인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현 계획 상 대형 공원과 함께 비공원 시설인 아파트 2772가구(지하3층~지상 28층, 총 29개동)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 사업을 비롯한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전국 지자체가 자체 예산 투입 없이 민간 사업자 자금으로 사유지를 매입해 도심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정부나 지자체의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뒤 20년 넘게 도시공원시설로 개발되지 않은 사유지에 대해 “개인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업자 입장에선 공원개발이 가능한 녹지를 품고 있어 생활환경이 좋은 도심지역에 아파트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현재 전국 70여 곳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특히 광주중앙공원1지구 사업은 추정 사업비만 2조1000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데다 입지가 좋아 분양 수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전통정자와 나무다리, 인공분수 등이 조성된 풍암저수지와 월드컵경기장이 인접할 뿐 아니라 광주지하철2호선이 개통될 예정이며, 광주버스터미널이 위치한 화정동 교통·생활인프라(신세계백화점·유스퀘어), 관공서가 많은 상무지구 생활인프라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근 학군도 우수한 편이다. 화정동 염주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염주더샵 센트럴파크’가 2019년 최고 616대 1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뒤 입주 뒤에도 높은 시세를 유지한 이유가 이 같은 입지 때문이다.

해당사업 주도권을 확보한 시공사는 SPC 주주로서 이 ‘알짜사업’의 개발수익은 물론 시공권 확보를 통한 공사비 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명 건설사 2곳이 적극적으로 사업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 탓인가, 소송전으로 진흙탕
한양은 대표 주간사로 지역 개발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8년 광주중앙공원1지구 사업 공모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지분은 한양 30%, 우빈산업 25%, 케이앤지스틸 24%, 파크엠 21%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시공권과 분양방식을 두고 한양파와 비(非) 한양파 간 갈등이 지속됐다. 특히 해당 지역이 2020년 6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선분양으로 분양보증을 받으려면 분양가가 ‘3.3㎡(평) 당 16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선분양을 주장한 한양과 ‘3.3㎡ 당 1900만원’ 공급가격으로 후분양할 것을 주장한 우진산업 간 의견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후분양 방식을 통과시키면서 비 한양파가 주도권을 잡았다. SPC는 2020년 12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한양측이 맞고 있던 대표이사를 변경하고 롯데건설과 공사도급약정을 체결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런데 최근 기자회견을 연 한양은 이후 롯데건설이 SPC 대주주였던 우빈산업 지분 49%를 취득한 과정을 문제 삼았다. 최초 SPC 지분 참여도 하지 않았던 롯데건설이 사업에 개입해 SPC 주주를 수차례 변경하는 등 각종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1년 1조원 가량의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조달에 성공한 SPC는 당시 만기일이 6개월 남은 764억원 브릿지대출은 상환한 반면, 이미 만기가 지난 100억원 대출은 상환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해당 채무는 부도가 났고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에 설정했던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실행해 우빈산업 지분을 취득했다.

우빈산업은 이에 앞서 역시 지역회사인 케이앤지스틸 지분 24%을 콜옵션을 통해 인수함으로써 기존 25%였던 지분을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늘리기도 했다. 롯데건설은 우빈산업 지분 49%을 취득한 뒤 이중 19.5%를 허브자산운용에 양도했다. 한양과 케이앤스틸 측은 롯데건설이 고의부도를 통해 우빈산업 지분을 확보하고 해당 지분을 쪼갬으로써 공정거래법 상 내부거래, 현금흐름 등에 대한 공시 의무를 피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이에 대해 ‘제2의 백현동 사건’이라며 이슈화하는 분위기다. 3차례에 걸친 주주변경 과정에서 SPC는 광주시 승인을 받은 적이 없고 광주시 역시 이를 방임했다는 것이다. 한양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사의 참여와 한양의 신용 및 실적을 바탕으로 제안서 평가에서 가점을 받아 사업자로 선정된 SPC에서 2개의 지역사가 모두 퇴출되고, 사업자 선정 시 참여하지 않았던 롯데건설이 사업을 주도하면서 한양의 대표 주간사 지위가 박탈된 것은 공모제도의 도입 취지를 완전 몰각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PC측은 ‘악의적 사업훼방’, ‘발목잡기’라면서 “한양은 현재까지 사업 출자금인 30억원 투자 이후 본인들의 사업수행 의무는 저버린 채 시공권을 얻고자하는 사익만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릿지론 상환 및 분양사업 진행을 위한 핵심수단인 본PF대출을 조달한 것은 롯데건설이라는 의미다.

SPC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신용공여 등을 통해서 1조원의 PF를 조달했고, 3000억 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채무불이행(EOD) 당일 금융권으로부터 자금보충 요청을 받았다”면서 “롯데건설은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EOD 다음날 SPC 채무 100억 원을 대신 갚고 우빈산업의 SPC 주식(49%)에 설정해 둔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실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여러 개의 브릿지론 중 규모가 큰 빚을 먼저 상환하는 과정에서 고의부도을 일으켰다는 오해가 생겼을 뿐”이라며 “롯데건설은 해당 사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존 참여 사업자의 도움 요청을 받고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상황은 한양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양은 SPC와 자사 간 ‘시공사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 1·2심에서 패소한 상태다. 법원은 “롯데건설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 시공사로 선정됐기에 한양에게 시공권이 있다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사업참여의 핵심인 시공권을 찾아오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한양 편에 선 케이앤지스틸이 지난 10월 SPC에 제기한 ‘주주권 확인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소송전의 승패는 엇갈리고 있다. 한양은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도 승소했다. 그러나 이미 소송과 관련된 지분은 롯데건설로 넘어간 상태다.

한양 관계자는 “사업 공모 당시부터 자금조달을 비롯한 당사의 사업 능력을 인정 받아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라면서 “상황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나 SPC 지분이 롯데로 넘어가는 과정에 석연찮은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소송을 이어가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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