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의 세계[테크트렌드]


비즈니스의 성공은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그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가 여부에 달려 있다. 음식의 세계도 IT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팜우리나라에는 도심 한가운데에도 만들 수 있는 스마트팜 ‘수직농장’을 개발하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많다. 그중 하나인 플랜티팜은 최소 면적, 최대 농산물 생산이 토지 집약적으로 가능하다.

이런 공장형 건물에서 모든 환경 조건을 인공지능을 통해 최적으로 관리해주면, 땅에서 포기당 100g 정도로 자라는 채소가 포기당 150g까지 자라게 할 수 있다. 이런 스마트팜들은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여기에 들어가는 리소스는 늘지 않는다. 악천후나 사람이 관리를 못 하게 되는 특이 상황을 걱정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이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시간, 온도, 비료와 같은 환경을 자동 조절하니까 사람의 손이 직접 갈 일이 없고 특이점이 발생할 일도 없다.

엔씽이라는 스타트업은 모듈형 수직농장 ‘큐브(CUBE)’를 개발했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양상추, 콜라비 같은 채소와 과일을 키운다. 컨테이너 박스 형태이니 차곡차곡 쌓으면 다양한 크기, 다양한 면적의 농장에서 다양한 채소를 키우는 스마트팜이 된다. 큐브별로, 채소 종류별로 원하는 빛, 물, 비료가 다르니 각각 큐브별로 다르게 LED로 광합성을 하고 조도, 습도를 제어한다. 물론 인공지능 센서로. 스마트 건설이런 스마트팜과 맞물려 있는 것이 스마트 건설 업계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스마트팜을 넘어서서 스마트 건설 사업이 되면, 로봇, 인공지능, 드론, VR, AR이 지배하는 IT 산업이 된다. 건설 사들은 최대 공정 효율화를 위해 IT에 눈을 돌리고 있다. 디지털 트윈,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IT 업체와 협력하면서 시너지 창출에 적극적이다. 사람이 직접 하는 것보다 오차가 없어 정교하고 시스템적으로 자동으로 작업을 하니 비용이 준다.

이게 다가 아니다. 안전 면에서도 효과적이다. 위험한 공사 현장 출입, 공정 현황 실시간 체크, 중장비 이동 같은 과정을 인공지능이 통제하거나 드론, 로봇이 해주면 아주 좋다. 사람이 직접 할 경우 각종 법적 규제, 야간 규제, 위험 지역 규제가 있는데 드론, 로봇은 이런 면에서 자유롭다. 그래서 IT가 스마트팜의 규모 확대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스마트 광고본능, 감, 촉에 의지하는 시대가 아니다. 정확한 빅데이터가 답을 내려주니 사람들은 여기에 의지한다. LG CNS는 ‘MOP’라는 플랫폼을 출시했고 2022년부터 온라인 광고와 오프라인 디스플레이 광고를 인공지능으로 최적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소비자가 인터넷 플랫폼에 입력하는 검색어를 수만 개씩 뽑아내고 이를 분석해서 어떤 광고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할지 결정한다.

다양한 회사에서 이런 플랫폼,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구글, 네이버, 다음, 인스타그램, 유튜브, 신문, 잡지 어느 곳을 사용할 때 최적의 광고 효과가 기대되는지 정량적으로 답이 나온다. 인공지능이 가장 좋은 시간대, 연령대, 장소를 정해주므로 광고비의 낭비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시장 상황이 바뀌면 전략 수정도 실시간으로, 특별히 거대한 리소스 투입 없이 가능하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백화점 홍보 카피라이팅도 직접 하고 있다.

푸드테크 업계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새로 만든 밀키트의 종류 선정, 밀키트 앱 론칭 시기, 앱 론칭 광고 카피, 앱 론칭 쿠폰 이벤트 방식, 스마트팜을 수출할 업체를 위한 타깃 광고, 스마트팜과 앱을 연계한 이벤트를 할 때 이런 스마트 광고를 통하고 있다. 특정 푸드 매장을 특정 고객이 몇 미터 내로 지나갈 때 쿠폰을 고객 스마트폰으로 보내준다든지 하는 광고도 이미 상용화되었다. 푸드-IT 컬래버컬래버레이션의 핵심은 유행을 만들어내고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코어 소비자를 사로잡는 것이다. 단순히 유명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와 어떤 브랜드가 협업했다는 사실이나 특정 브랜드 로고가 붙어 있다는 사실로는 코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혁신적이고 재미있고 고유한 컬래버레이션이 될 때 코어 소비자는 반응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일반 소비자들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엄청난 트렌드니까 눈이 가기 마련이다. 일반 소비자들도 지금 가장 핫하고 희소성 있는 제품을 나도 손에 넣었다는 만족감을 가지게 되고, 그 제품을 구매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혁신, 재미, 고유함 하면, 바로 IT 업계가 가장 잘하는 분야다. 푸드-IT의 컬래버, 푸드 테크 예를 보려면 ‘배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는 배달 앱의 골칫거리인 가짜 리뷰를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70% 걸러내고 빅데이터로 고객 취향에 맞는 메뉴를 시간대별로, 날짜별로 추천해준다. 음식 주문 이력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주문 빅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고객이 선호할 만한 음식점, 메뉴를 보여주는 기술도 있다.

다른 업체들 예도 많다. 물리적인 점포 없이 키오스크, 앱을 통해서만 음식을 판매하고 프로모션 이벤트를 여는 상품도 있고, IT와 메디컬 푸드를 결합해서 소비자의 건강 상태에 딱 맞는 푸드를 추천 혹은 처방해주는 상품도 있고, 구독형으로 매번 고객 취향에 맞는 음식을 배달해주는 상품도 있고, 직접 음식을 만드는 체험을 돕는 앱도 있고, 버섯으로 만든 대체육도 있고, 모든 음식 만드는 과정에 환경을 고려하는 제품도 있고, 푸드 배달에 포커싱한 로봇 솔루션도 있고, 식당에서 주문과 서비스를 담당하는 키오스크 서비스, 공유 주방에 적용하는 인공지능 케어 솔루션도 있고, 밀키트 체험 VR·AR도 있다.

이렇게 푸드-IT 컬래버는 실물이 있는 제품, 무형의 솔루션, 인공지능을 활용한 아이디어 이벤트 등 그 형태가 제한이 없다. 특히 음식은 우리가 매일 접하는 아주 친숙하고 필수적인 것이라 수요가 무궁무진하기에 푸드-IT 컬래버는 푸드 테크 시장을 계속 성장시킨다. 푸드 업계의 1위큰 그림을 그리면 원래 알고 있던 상식이었던 것이 달라진다. ‘음식 시장’ 확대만이 아니라 ‘생활 필수품 시장’, ‘음식을 즐길 수 있는 IT 인프라 시장’, ‘인공지능·빅데이터를 활용한 음식 처방 시장’, ‘음식 배달, 유통 시장’, ‘음식 광고 시장’ 확대까지 욕심 내보자. 음식과 IT의 컬래버는 이렇게 시장 자체를 확 키워준다.

CJ의 매출은 26조원, 기업가치는 6조원이다. 배민의 매출은 2조원, 기업가치는 35조원이다. 마켓컬리 매출은 1조6000억원, 기업가치는 4조원이다. 매출 대비 기업가치가 유독 큰 기업들은 모두 ‘푸드 테크’ 기업이다.

어떤 시장이든 1위 업체에는 공통적인 큰 장점이 있다. 그 업계 전체를 조망하고 이를 어떻게 확장할지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전략을 짜고 판을 바꾸고 진화하는 방향을 구상할 수 있다. 1위가 되면 보이는 뷰와 할 수 있는 일이 2위, 3위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2위, 3위는 늘 1위 자리를 차지하려는 목적으로 시야가 좁아지지만 1위는 다르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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