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답이 있다…점포 중심으로 ESG 활동 추진”

[한경ESG] 최강 ESG팀 - 신세계백화점 ESG추진팀

(왼쪽부터) 박노진 신세계백화점 ESG추진팀 부장, 조지선 부장, 박종섭 팀장·수석부장, 조자윤 사원. 사진=이승재 기자


신세계백화점은 2021년 5월 ESG추진사무국과 ESG추진팀을 신설했다. 신세계백화점 ESG추진팀에는 직급이 높은 부장급이 포진해 있다. 이는 신세계백화점의 ESG 경영 추진 체계와도 관련이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ESG 전담 조직을 구성하기 앞서 자사와 비슷한 환경을 갖춘 국내외 ESG 선진 기업 사례를 연구하고, 외부 컨설팅을 거쳐 ESG 조직 형태를 결정했다.

박종섭 신세계백화점 ESG추진팀장은 “영국 셀프리지스나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본사 ESG 조직이 ESG 경영전략 수립 및 운영을 총괄하지만, 일상 업무는 현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반중앙형(semi-centralized) 모델을 갖췄다”며 “이해관계자가 많은 현장을 중시하는 신세계백화점도 이 모델을 적용해 핵심 인력을 중심으로 규모를 최소화함으로써 간결하고 스피드한 조직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전국 지방 거점에 13개 점포가 있다. 전략과 기획 등 일부 기능은 본사 ESG추진팀에서 수행하고, 현장에 있는 운영 조직이 구체적 활동을 실행한다. 예를 들어 본사에서 연말 사회봉사라는 공통 행사를 기획하면, 각 지역 점포가 현장의 중요도에 따라 환경에 맞게 구체적 활동을 자체적으로 실행하는 방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러한 업무 방식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의사결정 내용을 힘 있게 전달 가능한 부장급 인력으로 본사 ESG추진팀을 꾸렸다. 해마다 13개 점포를 대상으로 우수한 ESG 성과를 평가하고, ESG경영대상 시상도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 ESG추진팀은 크게 전략 수립, 세부 과제 기획, 성과 모니터링 등 3가지 업무를 수행한다. 우선 중장기적 관점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각 ESG 영역에서 활동 추진 방향을 설정해 전략을 수립하고, 단기 관점에서 세부 과제를 기획한다. 그리고 현장의 ESG 담당 부서를 통해 전략과 과제를 수행하고, 이에 대한 최종 모니터링을 이어간다. 박 팀장은 “신세계백화점 ESG추진팀이 중요시하는 것 중 하나가 현장 실행력과 모니터링”이라며 “신세계백화점의 실질적 ESG 실행은 현장에서 이뤄지기에 현장 조직의 ESG 역할과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현장에 맞는 ESG 활동 기획

신세계백화점 ESG추진팀은 ‘현장’을 강조한다. 박 팀장은 “백화점에서 23년간 근무하며 가장 크게 와닿은 단어를 고른다면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ESG추진팀은 백화점 곳곳에서 업과 연계된 ESG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홀, 갤러리, 아카데미 등 백화점이 갖춘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신진 작가에게 공간을 대여하거나 연출을 무상 지원하는 등 후원 활동이 그중 하나다.

환경 측면에서는 올해부터 백화점에서 버려지는 종이 쓰레기를 수거해 재생용지를 만들어 쇼핑백을 만들었으며, 마트 내 식품 용기에는 일반 펄프가 아닌 바가스(Bagasse)라는 친환경 종이소재 펄프를 유통업계 최초로 적용했다. 포장재 절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고객을 위해 강도와 디자인, 기능과 안전에 유의하며 바이어와 함께 오랜 기간 테스트를 통해 제품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패키징 연구도 함께 했다. 탄소 감축을 위해 에너지 효율화에도 신경 쓰고 있다. 12월부터는 2개 점포에서 시범적으로 건물 에너지 관리시스템(BEMS)을 도입한다.

친환경과 사회공헌, 동반성장을 동시에 수행하는 활동도 기획했다. 올 상반기에는 시즌이 지나 더 이상 유통하기 어려운, 자체적으로 버려지는 의류 등 품목을 폐기 처분하는 대신 아름다운 가게와 협약을 맺고 기부하기로 했다. 유통업 특성상 수도권을 비롯해 각 지방 거점도시에 있는 사업장도 적극 활용하는데, 2023년 7월부터는 각 지역 푸드뱅크와 전국 점포를 연결해 제빵·제과류 등 안전한 제품군을 매일 수거해 기부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임직원이 급여를 통해 기부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희망배달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매칭그랜트로 임직원이 기부한 금액만큼 회사도 동일한 금액을 기부하고, 기금을 조성해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지원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사 ESG 활동에 참여하는 협력업체에도 금액을 지원한다. 참여하는 금액만큼 ESG 발전기금을 조성해주는 형태다. 이 밖에도 중소협력사에 상생기금을 통해 저리 대출, 100% 현금 명절 대금 선지급, ESG 교육 및 컨설팅 지원을 제공하는 동반성장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5년 전 국내 재계 최초로 윤리경영을 도입한 신세계의 이념과 철학을 ESG 경영에 지속적으로 반영해왔다. 조지선 ESG추진팀 부장은 “전 임직원의 봉사활동 수행도 개인과 부서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돼 있다”며 “ESG 가치가 윤리경영의 항목 안에 모두 담겨 있어 임직원에게 ESG라는 용어가 새로울지 몰라도 이미 내재화된 내용이라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공헌활동도 꾸준히 자발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시각장애 전문 연주단 한빛예술단의 경우 2011년부터 13년째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세계에는 ESG 관련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ESG 이사회가 있다. 사외이사 및 사내이사로 이루어진 ESG 이사회는 ESG 경영 전반을 감독하고 ESG 경영전략 및 추진 현황과 비재무적 기업가치를 모니터링한다. 더불어 본사를 중심으로 유관 팀장과 임원이 모여 ESG 주요 이슈를 검토하는 ESG 경영협의체와 백화점 부문 전 계열사 ESG 관련 팀장이 모이는 백화점 부문 ESG 팀장협의체를 운영해 ESG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인터뷰] 박종섭 신세계백화점 ESG추진팀장·수석부장

“지속가능한 ESG 추진으로 기업의 체질 강화”

박종섭 신세계백화점 ESG추진팀장. 사진=이승재 기자


- ESG 추진 과정에서 애로 사항은 없었나.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하는 일이지만, 결국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유무형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모든 기업의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멀리 내다보려 한다. 20년 전 신입사원 시절 경영진의 지시로 고객관계관리(CRM)를 시작했다. 그때는 모든 기업이 무조건 CRM을 해야 하는 줄 알고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다 명확한 전략 없이 근시안적으로 도입한 기업은 도태되기 시작했다. 신세계는 당장 CRM에서 얻는 이익보다 미래 비즈니스 영향에 초점을 두고 꾸준히 진행했고, CRM은 지금의 신세계를 움직이는 중요한 축이 되었다. 이처럼 ESG도 당장의 이익보다 기업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도록 멀리 내다보고 차근차근 진행하고자 한다.”

- 중장기적 ESG 목표는.

“ESG를 기업의 핵심 경영 축이자 유무형 비즈니스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SG 경영이 지속가능하려면 ESG를 통한 수익 비즈니스 창출이 필요하다. 지금도 여러 고민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본을 다져야 할 것들이 있기에 우선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향후에는 ESG도 반드시 수익 비즈니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SG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기금 조성도 시도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다.”

- 현재 가장 집중하는 과제는.

“현재 3가지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첫 번째는 가급적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에 맞게 각종 ESG 자료를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특히 유통기업이다 보니 제조·화학 중심 기업에 비해 환경 분야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선 2024년 상반기를 목표로 TCFD 환경보고서를 발행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ESG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협력사들이 ESG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ESG 공급망 관리와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동반성장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와 MOU를 체결했고, 내년 상반기 세부 실행이 이뤄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거버넌스 개선과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유통업 특성상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내부거래를 비롯한 안전·안심경영, 주주 권리 강화와 투명경영을 위해 유관 부서와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조아영 기자 joa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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