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IPO 시장 포문여는 ‘1세대 VC’ HB인베스트먼트 집중 분석 [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뷰노, 바이오플러스 투자로 투자금 대비 5배 ‘잭팟’, 작년 상반기 투자금 회수 1위
=창업 3년 이상 중후기 기업에 집중 투자해 안정성과 수익성 잡아…시가총액 750억원 도전



갑진년 새해 벤처캐피탈(VC)이 기업공개(IPO)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VC 중 운용자산(AUM) 기준 25위인 HB인베스트먼트다. 재작년부터 VC의 상장이 잇따르는 가운데 증시에서도 모험자본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6000억원 자산 굴리는 1세대 VC

황유션 H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 사진=HB인베스트먼트

1999년 튜브인베스트먼트로 출범한 HB인베스트먼트는 1세대 VC로 꼽힌다. 2012년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고 2000년 100억원 규모의 1호 투자조합 결성을 시작으로 벤처투자조합 18개를 운용하고 있다. 18개 펀드의 총출자약정액은 6197억원, 국내 VC 중 25위다.

VC는 잠재적으로 기술력이 높고 장래성이 있지만, 자본과 경영기반이 취약하고 일반 금융기관은 위험부담이 커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벤처기업의 주식을 취득해 투자하는 기업을 말한다. 신기술사업금융업자와 창업투자회사가 여기에 속한다. VC는 벤처기업의 기술성, 경영 능력과 성장 가능성을 검토해 자본투자를 하고 벤처기업에 자금과 경영 자문, 업계 네트워크 등을 제공해 기업가치를 높인 후 상장(IPO), 인수합병(M&A), 구주매각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한다. 대출 중심의 금융기관은 원금 보장되는 구조를 선호하기에 투자 시점의 재무안정성을 중요하게 본다. 반면 VC는 미래 성장잠재력에 근거해 투자하므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고위험 고수익(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모델이다.

VC는 기업의 설립 연수 및 사업의 경과에 따라 초기 단계(설립 후 3년 이내), 중기 단계(설립 후 3~7년), 후기 단계(설립 후 7년 초과)로 구분된다. 초기 단계는 불확실성이 높아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후기 단계는 사업이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도달하고 상장 등을 추진하는 단계에 이르러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성이 높다.

국내 VC는 초기보다 중후기 단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VC의 신규 투자를 분석한 결과 설립 7년 이상 기업인 후기 단계 투자가 36.1%, 설립 3~7년인 중기 단계 투자가 36.7%로 신규 투자의 72.8%가 중후기 단계 기업에 몰렸다. 국내 회수시장이 IPO에 치중해 있어서다.

국내 VC의 투자액회수 방식은 IPO(38.7%), 장외 매각(44.4%) 및 상환(7.8%)을 통한 회수가 약 90.9%를 차지한다. 미국 등에서 투자비 회수 방식으로 주로 활용하는 M&A의 경우 국내 자본시장 내 부정적인 인식과 대기업의 소극성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활용이 저조한 상황이다.

VC 펀드 시장의 급성장과 펀드의 대형화 추세도 중후기 단계 기업의 투자가 늘어난 요인이다. 결성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대형 벤처 펀드는 2009년 최초로 1개가 결성된 이래 2021년 21개까지 급증했다.

HB인베스트먼트도 중기 및 후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설립 3년 이하 초기 단계 투자가 20.5%에 불과했고 중기 및 후기의 투자 비중이 79.5%에 달했다. 초기 기업 발굴뿐만 아니라 적극적 후속 투자와 중후기 기업 투자를 병행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작년 상반기 회수금액 1위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VC는 240개, 이 중 상장사는 21개다. 2018년 133개 사에서 5년간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VC 등록 요건이 완화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숫자가 급격히 늘었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VC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유한책임 회사형 벤처캐피탈,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한 신기술 사업금융 전문회사,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엔젤투자자로 구분된다.

이 중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는 자본금 20억원 및 전문인력 2인 이상을 갖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의 승인을 거쳐 등록이 가능하다. 1986년 설립 자본금은 20억원에서 1991년 100억원으로 높아진 이후 2005년 70억원, 2009년 50억원으로 완화됐고 2017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통해 자본금을 20억원으로 다시 낮췄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는 요건만 갖추면 중소벤처기업부의 등록으로 설립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경쟁시장이다. 진입장벽도 높지 않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조합을 결성하기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모태펀드, 연기금 등 투자조합에 출자하는 조합원(LP)들은 업무집행사원의 과거 투자 성과를 중요하게 여긴다. 신규 진입자는 평판과 운용 성과의 부재로 출자금 유치와 조합 결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투자 대상 기업도 VC 규모와 평판, 운용인력의 실력 및 경영 자문 능력, 포트폴리오 네트워크 등을 고려해 투자를 유치한다. VC들 사이에서 분야별 경쟁우위를 갖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양극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3년 동안 약 9000억원 이상의 벤처펀드를 조성하며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국내 시장 변동성을 감안해 주식, 메자닌, 상장, 비상장 등으로 목표 수익을 달성했다. 투자금액 대비 회수금액을 뜻하는 멀티플 기준으로 지난해 상반기 3.3배를 기록했다. VC 업계 평균 1.6배 대비 우수한 성과다. 지난해 상반기엔 973억원의 회수실적을 달성해 벤처조합 회수 1위를 기록했다. 회수는 일부 장외 매각과 IPO를 통해 이뤄진다. 대표적으로 압타바이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크래프톤 등이 있다. 올해 상반기엔 뷰노로 5.6배의 이익을 거뒀다. 이 밖에 바이오플러스(5.3배), HPSP(4.3배), 와이팜(3.2배) 등도 높은 회수 성과를 기록했다. 재무적 안정성 및 현금흐름, 기술적 진입장벽 등 투자 원칙에 따라 투자기업을 선별하고 소프트웨어, 하이테크, 바이오 등 고르게 투자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H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3년간 약정규모 500억원인 HB뉴딜서비스투자조합을 비롯해 수십 개의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지난해 5개의 신규 투자조합을 결성했으며, 올해도 3개의 투자조합을 새로 구성했다. 지난해 11월 결성한 투자조합까지 반영한 AUM 규모는 약 6197억원이다. 지속적으로 펀드운용자산을 확충하고 있다.

VC는 특성상 분야별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핵심 경쟁력이다. HB인베스트먼트는 공학박사, 회계사, 의사, 변리사 등 9명의 심사인력으로 구성됐다. 경영을 총괄하는 황유선 대표는 고려대와 산업공학 학사 및 석·박사 출신으로 22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벤처캐피탈리스트다. 황 대표는 일신창업투자와 삼성벤처투자, NHN인베스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을 거쳐 2021년부터 HB인베스트먼트에 대표로 합류했고 투자 발굴 및 심사역도 수행하고 있다. ◆시가총액 750억원 도전
HB인베스트먼트는 1월 8일부터 12일까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고 16~17일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이후 1월 중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며,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았다.

총공모주식 수는 666만7000주로 전량 신주 모집한다. 공모가 희망공모가격 범위는 2400~2800원, 공모 예정 금액은 약 160억~187억원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645억~752억원이다.

비교기업으로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나우IB, TS인베스트먼트 3곳을 선정했다. 이들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11.34배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한 후 26.62~37.10%를 할인해 공모가를 산출했다. 2022년 매출은 159억원, 영업이익은 93억원,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177억원, 영업이익은 109억원을 달성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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