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지 말라[권대중의 경제 돋보기]

지금의 PF 위기, 몇 년 뒤 주택공급 부족·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시의적절한 정부 대책 필요해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수

2023년 말 시공능력평가 16위 건설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이 건설업계는 물론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중소건설사의 경우에는 자금난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부도가 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태영건설은 최근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오너 일가의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지주사 채무보증 해소에 먼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비난을 받고 있다. 당초 채권단은 매각자금 2062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라고 요구했었다. 그런데 오너 일가는 매각자금을 태영건설 대신 티와이홀딩스 지원에 활용했다. 태영건설이 망하더라도 SBS 지분을 가진 티와이홀딩스는 살리겠다는 것이다. 태영건설이 앞으로는 채권단에 도움을 청하고 뒤로는 채권단과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사주가 살아날 구멍을 찾아간 것은 어쩌면 기업가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아닌가 한다.

태영건설 매출액은 2022년 2조6051억원이었으나 2023년에는 3분기 누적 기준 2조3890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15억원에서 977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이익이 증가한 것 같지만 총차입금은 상황이 다르다. 2022년 1조7460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2023년 2조155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PF대출도 2022년 2조6299억원에서 2023년 3조2040억원으로 늘었다. 이처럼 차입금과 PF대출 잔액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늘었는데도 이자를 내고 나면 오히려 모자라는 적자 경영을 해왔다.

한국투자증권이 2023년 12월 19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부동산 PF대출 가운데 민자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관련분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대출 잔액은 3조2000억원이다. 이 대출이 투입된 개발 현장 가운데 상환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미착공 상태로 남은 현장 비중이 과반이며, 미착공 현장의 45%를 차지하는 지방 현장이 모두 대출 연장 없이 사업을 마감할 경우 태영건설이 이행해야 할 보증액은 약 7200억원으로 분석된다. 보고서에선 2023년 3분기 말 부채비율이 478.7%로 시공능력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 건설사들 중 가장 높다고 밝혔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23년 8월 말 기준 분석 대상 21개 건설사의 PF우발채무 규모는 22조8000억원으로 2022년 6월 말 대비 약 29% 증가했다. 지금처럼 고금리가 지속되면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건설사들의 빚 부담이 커진다. 이 상태에서 시장 심리가 더 얼어붙으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건설사는 부도를 피하기 어려워진다. 건설사 위기는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2023년 3분기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대출 총액은 134조3000억원이며 연체율도 2.42%로 2022년 말 1.19%의 두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상호금융권의 PF대출 연체율은 0.09%에서 4.18%로 뛰어 금융권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부동산 PF대출의 일종인 브리지론을 중심으로 대규모 손실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브리지론은 토지 매입·인허가 비용 등에 투입되는 초기 대출로 본격적인 시공 단계에 돌입하면 본PF대출을 받아 상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금리 속에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다 보니 본PF 단계로 전환되지도 못하고 브리지론 만기 연장이 거듭되고 있는 사업장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9월 26일 주택공급 대책과 PF대책을 내놨다. 태영건설 문제가 불거진 뒤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 사업장 가운데 사업성이 부족한 곳에 대한 정리·재구조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공매가 진행되거나 예정된 사업장은 2023년 9월 말 기준 120곳으로 6월 말 100곳 대비 20% 증가했다. 그러나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그 정도로 부족하다는 점을 모두 알 것이다.

따라서 건실한 건설회사와 문제없는 사업장, 그리고 태영건설처럼 브리지론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본PF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에 대해선 본PF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이참에 자기자본이 부족하고 부채비율이 높으면서 부실한 건설사들은 일부 정리가 돼야 한다. 이번에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지 않기를 바란다. PF 부실은 바로 금융시장은 물론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금리상승으로 인한 시장위험이 증가하겠지만, 수년이 지나면 건설사 부도와 PF부실이 주택시장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또 다른 집값 상승 원인이 된다. 정부의 시의적절한 PF대책이 필요하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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