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벤츠 천하’ 막 내렸다”...BMW, 수입차 ‘최강자’ 등극
입력 2024-01-07 10:07:36
수정 2024-01-07 10:07:36
BMW 2023년 수입차 판매 1위 기록
2015년 이후 8년 만에 수입차 최강자 자리 되찾아
BMW가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탈환했다. 2015년 이후 8년 만에 수입차 최강자의 자리를 되찾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BMW로 총 7만7395대를 팔았다.
벤츠는 연간 판매 7만6697대에 그치며 BMW에 왕좌를 내줬다. 두 브랜드의 판매량 차이는 698대에 불과할 정도로 박빙이었다.
뒤를 이어 아우디(1만7868대), 볼보(1만7018대), 렉서스(1만3561대), 포르쉐(1만1355대)가 3∼6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한국 수입차 시장은 그야말로 ‘벤츠 천하’였다. 출발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벤츠는 한국에 법인(벤츠코리아)을 설립(2003년)한 이후 처음으로 BMW를 꺾고 한국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한다. 이전까지는 BMW가 7년 연속 수입차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2016년부터 이어진 벤츠의 ‘독주’벤츠가 당시 처음으로 BMW를 넘을 수 있었던 것은 2016년 내놓은 중형 세단 ‘E클래스’의 인기 덕분이었다. 해당 모델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며 단숨에 벤츠를 수입차 ‘왕좌’ 자리에 올려 놓았다.
이후 벤츠는 계속해서 BMW와의 격차를 벌리며 수입차 판매 1위를 지켜나갔다.
벤츠에 맥을 못추던 BMW가 반전의 계기를 만든 것은 2020년부터다. 2020년 말 5시리즈 페이스 리프트 모델 출시를 계기로 차츰 판매량을 회복하기 시작한 BMW는 다시 벤츠와의 격차를 좁혀 나갔다.
2022년에는 판매 격차를 약 2000대로 좁히며 다시 한 번 왕좌 탈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2년 벤츠의 한국 판매량은 8만976대, BMW는 7만8545대를 각각 기록했다. 그리고 급기야 2023년에는 벤츠를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BMW가 벤츠를 앞지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오랜 시간 절치부심하며 걸선두 탈환을 위해 꺼내든 다양한 전략들 덕분이다.
대표 사례가 글로벌 시장에서 출시한 신차를 발 빠르게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는 사실이다.
BMW 본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차를 내놓으면 늦어도 6개월 안에 이를 한국 시장에 선보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반응이 좋은 신차들은 일정을 당겨 더 빨리 내놓기도 하는 등 한국 시장에 유독 신경을 썼다.
일반적으로 수입차 경쟁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 신차가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기까지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1년이 넘어 한국 시장에 선보이는 일도 흔하다.
예컨대 아우디의 주력 제품인 ‘A6 모델(C8)’은 2018년 5월 글로벌 시장에서 출시됐지만 2019년 10월이 돼서야 한국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BMW는 다르다. 지난해 출시한 차량들만 보더라도 ‘XM’, ‘M2’, ‘X5’, ‘X6’ 등의 신차가 글로벌 시장과 한국 시장에서 거의 동시에 발매됐다.
본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수입차 브랜드의 인기 차종은 차량을 인도받는 데까지 1년니 넘는 시간을 걸리는 등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BMW는 이 부분을 최소화했다.
BMW코리아는 본사와의 소통으로 매달 적절한 물량을 공급받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은 BMW에는 세계에서 다섯째로 큰 시장”이라며 본사와 밀착 협력할 수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