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법’, 경쟁 촉진한다더니 오히려 스타트업 성장 가로막아

스타트업얼라이언스・디지털경제포럼, 31일 ‘플랫폼 규제 법안과 디지털 경제의 미래' 토론회 열어
"디지털 환경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시장 경쟁과 국내 산업 성장 막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입법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이 입법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스타트업 등 혁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사단법인 디지털경제포럼은 31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Space에서 ‘플랫폼 규제 법안과 디지털 경제의 미래’ 토론회를 개최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사단법인 디지털경제포럼은 31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Space에서 ‘플랫폼 규제 법안과 디지털 경제의 미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형 플랫폼 규제론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자율규제 모델을 채택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국내 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강력한 플랫폼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한 국가의 산업정책은 당사자가 최소 10년은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디지털 플랫폼 정책 방향은 ▲사전규제 지양 ▲글로벌 경쟁력 증진 ▲협력적 거버넌스 설계 ▲이용자 후생 증진 ▲적극적 자율규제 등 다섯 가지 원칙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법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10년 전 판도라TV가 국내 동영상 서비스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했지만 정부의 규제로 인해 유튜브에 주도권을 빼앗긴 사례를 언급하며, AI를 필두로 글로벌 혁신산업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분야의 규제가 이어지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이상우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디지털 경제 및 스타트업 생태계에 필요한 플랫폼 정책의 역할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이 교수는 “경제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법안을 이처럼 급하게 만들고 처리하는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하며, 학계, 산업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법, 경쟁법 등 사회법의 제정 배경을 설명하며, 일방과 상대방의 지위에 불균형을 막기 위한 법들은 최소 100년 이상 치열한 논쟁을 거쳐왔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이번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논쟁을 한 적이 있는지 언급하며,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고 할 정도로 이용자 대비 우월적 지위를 가졌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공정위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EU의 디지털시장법(DMA, Digital Marktet Acts)이 통과된 이후에도 EU에서 여전히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원식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적으로 사전규제를 도입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진입장벽에 대해 설명했다.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진입장벽인지에 대한 근거는 이론적•실증적으로 부족해 사전규제의 명분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플랫폼은 그 자체가 시장이면서 연합체”라며, 하나의 사업자를 억제하면 연합체 자체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규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는 플랫폼을 통해서 모든 일상생활을 하므로 제조업을 포함한 국가 산업과 경제가 모두 플랫폼과 연관되어 있다”며 규제의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여 시간이 걸리더라도 규제영향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환 부경대학교 휴먼ICT융합전공 교수는 “공정위가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스타트업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자국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저력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때라며, 시장을 더 잘 가꾸고 독려해 줘야 할 때 오히려 화단을 짓밟으려고 하는 행위들은 근본적인 측면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공정위가 추진하는 강력한 사전 규제는 한국에서 플랫폼 기업이 어느 규모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는 적극적인 투자를 저해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근 벤처캐피탈 등 많은 스타트업 투자사로부터도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한 우려가 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우 교수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스타트업 대표 1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플랫폼법 인식조사 결과를 인용해, “스타트업 53%가 공정위 법안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응답한 것은 이 법안이 스타트업을 보호할 것이라는 공정위의 주장과 전면 배치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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