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별 부동산·주가 비교했더니…코스피가 부동산 선행[보수vs진보의 부동산④]
입력 2024-02-06 07:00:03
수정 2024-02-06 07:00:03
[스페셜리포트: 보수의 부동산 VS 진보의 부동산]
지난 20년간 주식과 부동산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주식시장이 선행했고 부동산은 뒤따랐다. 주식은 투자가 쉽고 자금이 많지 않아도 되지만 부동산 투자는 입지, 대출, 계약 등 따져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변동성은 주식이 부동산을 압도한다. 특히 글로벌 경제에 변수가 생기면 증시는 여지없이 요동쳤다.
한경비즈니스는 2003년 노무현 정부부터 2023년 취임 2년 차인 윤석열 정부까지의 부동산과 주식시장 변동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부동산의 기준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부동산 R114)으로 잡았고, 주식은 코스피지수 변동률을 살펴봤다.
그 결과 통상 주식이 먼저 움직이면 부동산이 2년여 텀을 두고 뒤따랐다. 20년 동안 이어졌던 공식이 통하지 않았던 해는 딱 한 번이다. 문재인 정부 2년 차였던 2018년이다. 이때 주식과 부동산은 정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한 해 동안 증시(코스피)는 –17.3%를 기록하며 폭락했는데 부동산은 18.3% 폭등했다.
주식과 부동산이 모두 역성장한 건 20년간 딱 세 번뿐이었다. 2008년, 2011년, 2022년이다. 세 번의 동반 하락기 모두 변수는 글로벌 경제였다.
부동산은 폭등, 코스피는 2000 갔던 노무현 정부노무현 정부는 자산가격이 연일 ‘사상 최대’를 찍었다. 집권 첫 해부터 주식과 부동산이 함께 들썩였다. 2003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13.8% 올랐고 코스피는 29.2% 급등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기준금리가 꾸준히 내린 영향이다. 2000년 5.25%였던 기준금리는 2003년 7월 3.75%까지 떨어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 코스피가 가장 많이 뛰어오른 해는 2005년이었다. 코스피가 무려 전년 대비 54% 치솟았다. 20년으로 기간을 넓혀도 코스피가 1년 만에 50% 넘게 상승한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때도 풍부한 유동성이 동력이 됐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과 채권에서 이탈한 자금이 증시로 밀려들었다. 경기가 좋아진 것도 아니고 기업 이익도 큰 폭으로 늘지 않았지만 주가는 폭등했다. 주식형 펀드 열풍이 그 배경이다. 2005년 1월까지 8조799억원이던 주식형펀드 설정 잔액은 12월 말 25조 9623억원까지 불었다. 한 해 동안 25조원 이상의 신규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부동산은 그다음 해에 움직였다. 2006년 한국 부동산 시장은 전례 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31.1% 뛰었다.
정부는 임기 초반보다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우선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했다. 실거래가 신고제와 등기부 기재가 2006년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대출도 규제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도입해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과잉유동성을 관리했다.
‘재건축=벼락부자’의 공식도 조정했다. 2006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도입해 조합원이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1인당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했다.
효과는 2007년에 바로 나타났다. 2007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84% 상승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자 돈은 다시 바로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2007년 한국 증시는 새 역사를 썼다.
코스피는 처음으로 2000포인트를 넘어섰고 펀드 대중화 시대가 활짝 열렸다. 2005년 시작된 주식형 펀드 열풍이 이어지면서 2007년에는 펀드 계좌가 2120만 개를 넘어섰다. 당시 대한민국 가구수(1600만)를 추월한 것이다.
특히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펀드 열풍이 불었다.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비싸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그해 중국펀드의 수익률은 100%를 넘었다. 2008 금융위기 고스란히 맞은 이명박 정부
안에서는 축배를 들 때 밖에서는 위기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었다. 미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가운데 10%밖에 되지 않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2006년부터 미국 시중은행 장부에 쌓이던 부실뇌관이 터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 부동산과 증시를 동시에 흔들었다. 부동산보다 증시가 더 빠르고 가파른 롤러코스터를 탔다. 2008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2.22% 떨어졌고 코스피는 -40.7% 폭락했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자 2100 선에 다가서던 코스피지수는 고꾸라졌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했다는 속보가 날아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이었다. 2007년 2000 선을 넘었던 코스피는 결국 2008년 10월 27일 장중 한때 900선까지 무너지며 추락했다.
부동산 하락도 막을 수 없었다. 2008년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은 총 16만5599가구에 달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그해에만 규제 완화책을 11차례나 폈다.
추락하기만 할 것 같던 글로벌 증시는 1년 만에 보란 듯이 회복했다.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제로금리 시대를 열고 ‘헬리콥터 머니’를 살포한 결과였다.
한국은행 역시 2009년 2월 기준금리를 2.00%까지 내렸다. 당시까지 사상 최저 금리였다. 2009년 1분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졌던 코스피는 낮은 금리에 힘입어 연말까지 49.7% 급등했다. 2008년 40.7% 하락 대비 89%포인트 회복한 수치였다. ‘부동산 침체’ 숙제 안았던 박근혜 정부
그래프 변동성이 가장 적었던 정권은 박근혜 정부다. 큰 성장도 큰 침체도 없었다. 임기 내내 증시와 부동산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거나 하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숙제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은 부동산 침체가 누적된 해였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역성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대출 규제완화 정책을 펼친 이유다. 일각에서는 ‘빚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오히려 임기 내내 공급 과잉을 걱정해야 했다.
규제완화 효과는 박근혜 정부 집권 중반인 2015년에 들어오면서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돌고 증시도 회복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부양을 넘어 과열로 이어졌다. 2016년 부동산 상승세는 가팔라졌고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7.6% 뛰었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1·3대책을 발표해 규제 강화로 정책 기조를 뒤집었다.
집값 과열의 열기는 문재인 정부가 이어받았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는 탄력이 붙었고 2017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11.44% 뛰었다. 탄핵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증시에도 기대 심리가 작용했다. 2017년 코스피는 21.8% 상승했다. 코스피가 두 자릿수 이상 오른 건 2010년 이후 7년 만이었다. 부동산 과열·코로나 버블 겹친 문재인 정부
그해 5월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숙제는 당연히 ‘집값 잡기’였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와 ‘재건축’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잡고 칼날을 휘둘렀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니 이른바 ‘똘똘한 한 채’인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다고 했더니 강남권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훌쩍 뛰어올랐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핀셋 규제를 한다고 했으나 되레 지정된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면서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에서 시작된 상승장은 마포, 용산, 성수까지 들썩이게 했고 노원, 도봉, 강북까지 번졌다. 상승의 불길은 서울에서 끝나지 않고 전국으로 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터졌다. 2018년 4월 미국 트럼프 정부가 5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방침 발표 이후 양국 간 본격화한 무역전쟁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악화일로했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코스피는 -17.3% 급락했고 ‘믿을 건 부동산’이라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부동산은 18.32% 급등했다.
2년 뒤 변수는 또 터졌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제로금리를 ‘경제 백신’으로 삼았다. 그 결과 다시 전 세계에 유동성이 넘쳤다. 한국의 광의통화량(M2)는 2020년 4월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한 뒤 매년 몸집을 키웠다.
돈은 많이 풀렸는데 실물경제로 흘러 들어가지 못했다. 물가는 상승하고 생산과 투자가 줄었는데 자산가격만 폭등했다. 2020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3.8%, 코스피는 30.8% 뛰었지만 GPD 성장률은 –0.7%를 기록하며 뒷걸음쳤다. 2003년부터 20년간 한국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건 이때가 유일하다.
하지만 한국의 성장률은 선방에 가까웠다. 2020년 스웨덴(-2.8%), 미국(-3.5%), 네덜란드(-3.8%), 일본(-4.8%), 독일(-5.0%), 캐나다(-5.4%), 프랑스(-8.2%), 영국(-9.9%) 등 주요국 역시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얼어붙었다. 축제 끝, 긴축 시대 열린 윤석열 정부
문재인 정부가 끝나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코스피지수는 4년 만에 하락하며 막을 내렸다. 연초 ‘삼천피’로 화려하게 출발한 코스피는 글로벌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으로 돈줄을 조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한 해 동안 25% 급락했다.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에서도 최하위권이었다. 인플레이션, 자산 버블 등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경제 백신의 부작용이 낳은 결과였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13년 이후 9년 만에 역성장했다. -1.45% 떨어졌지만 9년 동안 오른 부동산 버블을 꺼뜨리기엔 미미한 숫자였다. 2023년에도 긴축정책이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2.95% 하락했다.
코스피는 1년 만에 18.7% 오르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2차전지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비금속광물(49.3%), 철강금속(39.7%), 기계(34.5%), 전기전자(33.4%) 등 13개 업종이 성장을 이끌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지난 20년간 주식과 부동산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주식시장이 선행했고 부동산은 뒤따랐다. 주식은 투자가 쉽고 자금이 많지 않아도 되지만 부동산 투자는 입지, 대출, 계약 등 따져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변동성은 주식이 부동산을 압도한다. 특히 글로벌 경제에 변수가 생기면 증시는 여지없이 요동쳤다.
한경비즈니스는 2003년 노무현 정부부터 2023년 취임 2년 차인 윤석열 정부까지의 부동산과 주식시장 변동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부동산의 기준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부동산 R114)으로 잡았고, 주식은 코스피지수 변동률을 살펴봤다.
그 결과 통상 주식이 먼저 움직이면 부동산이 2년여 텀을 두고 뒤따랐다. 20년 동안 이어졌던 공식이 통하지 않았던 해는 딱 한 번이다. 문재인 정부 2년 차였던 2018년이다. 이때 주식과 부동산은 정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한 해 동안 증시(코스피)는 –17.3%를 기록하며 폭락했는데 부동산은 18.3% 폭등했다.
주식과 부동산이 모두 역성장한 건 20년간 딱 세 번뿐이었다. 2008년, 2011년, 2022년이다. 세 번의 동반 하락기 모두 변수는 글로벌 경제였다.
부동산은 폭등, 코스피는 2000 갔던 노무현 정부노무현 정부는 자산가격이 연일 ‘사상 최대’를 찍었다. 집권 첫 해부터 주식과 부동산이 함께 들썩였다. 2003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13.8% 올랐고 코스피는 29.2% 급등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기준금리가 꾸준히 내린 영향이다. 2000년 5.25%였던 기준금리는 2003년 7월 3.75%까지 떨어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 코스피가 가장 많이 뛰어오른 해는 2005년이었다. 코스피가 무려 전년 대비 54% 치솟았다. 20년으로 기간을 넓혀도 코스피가 1년 만에 50% 넘게 상승한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때도 풍부한 유동성이 동력이 됐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과 채권에서 이탈한 자금이 증시로 밀려들었다. 경기가 좋아진 것도 아니고 기업 이익도 큰 폭으로 늘지 않았지만 주가는 폭등했다. 주식형 펀드 열풍이 그 배경이다. 2005년 1월까지 8조799억원이던 주식형펀드 설정 잔액은 12월 말 25조 9623억원까지 불었다. 한 해 동안 25조원 이상의 신규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부동산은 그다음 해에 움직였다. 2006년 한국 부동산 시장은 전례 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31.1% 뛰었다.
정부는 임기 초반보다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우선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했다. 실거래가 신고제와 등기부 기재가 2006년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대출도 규제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도입해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과잉유동성을 관리했다.
‘재건축=벼락부자’의 공식도 조정했다. 2006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도입해 조합원이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1인당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했다.
효과는 2007년에 바로 나타났다. 2007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84% 상승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자 돈은 다시 바로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2007년 한국 증시는 새 역사를 썼다.
코스피는 처음으로 2000포인트를 넘어섰고 펀드 대중화 시대가 활짝 열렸다. 2005년 시작된 주식형 펀드 열풍이 이어지면서 2007년에는 펀드 계좌가 2120만 개를 넘어섰다. 당시 대한민국 가구수(1600만)를 추월한 것이다.
특히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펀드 열풍이 불었다.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비싸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그해 중국펀드의 수익률은 100%를 넘었다. 2008 금융위기 고스란히 맞은 이명박 정부
안에서는 축배를 들 때 밖에서는 위기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었다. 미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가운데 10%밖에 되지 않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2006년부터 미국 시중은행 장부에 쌓이던 부실뇌관이 터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 부동산과 증시를 동시에 흔들었다. 부동산보다 증시가 더 빠르고 가파른 롤러코스터를 탔다. 2008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2.22% 떨어졌고 코스피는 -40.7% 폭락했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자 2100 선에 다가서던 코스피지수는 고꾸라졌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했다는 속보가 날아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이었다. 2007년 2000 선을 넘었던 코스피는 결국 2008년 10월 27일 장중 한때 900선까지 무너지며 추락했다.
부동산 하락도 막을 수 없었다. 2008년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은 총 16만5599가구에 달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그해에만 규제 완화책을 11차례나 폈다.
추락하기만 할 것 같던 글로벌 증시는 1년 만에 보란 듯이 회복했다.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제로금리 시대를 열고 ‘헬리콥터 머니’를 살포한 결과였다.
한국은행 역시 2009년 2월 기준금리를 2.00%까지 내렸다. 당시까지 사상 최저 금리였다. 2009년 1분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졌던 코스피는 낮은 금리에 힘입어 연말까지 49.7% 급등했다. 2008년 40.7% 하락 대비 89%포인트 회복한 수치였다. ‘부동산 침체’ 숙제 안았던 박근혜 정부
그래프 변동성이 가장 적었던 정권은 박근혜 정부다. 큰 성장도 큰 침체도 없었다. 임기 내내 증시와 부동산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거나 하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숙제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은 부동산 침체가 누적된 해였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역성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대출 규제완화 정책을 펼친 이유다. 일각에서는 ‘빚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오히려 임기 내내 공급 과잉을 걱정해야 했다.
규제완화 효과는 박근혜 정부 집권 중반인 2015년에 들어오면서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돌고 증시도 회복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부양을 넘어 과열로 이어졌다. 2016년 부동산 상승세는 가팔라졌고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7.6% 뛰었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1·3대책을 발표해 규제 강화로 정책 기조를 뒤집었다.
집값 과열의 열기는 문재인 정부가 이어받았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는 탄력이 붙었고 2017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11.44% 뛰었다. 탄핵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증시에도 기대 심리가 작용했다. 2017년 코스피는 21.8% 상승했다. 코스피가 두 자릿수 이상 오른 건 2010년 이후 7년 만이었다. 부동산 과열·코로나 버블 겹친 문재인 정부
그해 5월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숙제는 당연히 ‘집값 잡기’였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와 ‘재건축’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잡고 칼날을 휘둘렀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니 이른바 ‘똘똘한 한 채’인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다고 했더니 강남권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훌쩍 뛰어올랐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핀셋 규제를 한다고 했으나 되레 지정된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면서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에서 시작된 상승장은 마포, 용산, 성수까지 들썩이게 했고 노원, 도봉, 강북까지 번졌다. 상승의 불길은 서울에서 끝나지 않고 전국으로 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터졌다. 2018년 4월 미국 트럼프 정부가 5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방침 발표 이후 양국 간 본격화한 무역전쟁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악화일로했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코스피는 -17.3% 급락했고 ‘믿을 건 부동산’이라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부동산은 18.32% 급등했다.
2년 뒤 변수는 또 터졌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제로금리를 ‘경제 백신’으로 삼았다. 그 결과 다시 전 세계에 유동성이 넘쳤다. 한국의 광의통화량(M2)는 2020년 4월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한 뒤 매년 몸집을 키웠다.
돈은 많이 풀렸는데 실물경제로 흘러 들어가지 못했다. 물가는 상승하고 생산과 투자가 줄었는데 자산가격만 폭등했다. 2020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3.8%, 코스피는 30.8% 뛰었지만 GPD 성장률은 –0.7%를 기록하며 뒷걸음쳤다. 2003년부터 20년간 한국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건 이때가 유일하다.
하지만 한국의 성장률은 선방에 가까웠다. 2020년 스웨덴(-2.8%), 미국(-3.5%), 네덜란드(-3.8%), 일본(-4.8%), 독일(-5.0%), 캐나다(-5.4%), 프랑스(-8.2%), 영국(-9.9%) 등 주요국 역시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얼어붙었다. 축제 끝, 긴축 시대 열린 윤석열 정부
문재인 정부가 끝나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코스피지수는 4년 만에 하락하며 막을 내렸다. 연초 ‘삼천피’로 화려하게 출발한 코스피는 글로벌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으로 돈줄을 조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한 해 동안 25% 급락했다.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에서도 최하위권이었다. 인플레이션, 자산 버블 등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경제 백신의 부작용이 낳은 결과였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13년 이후 9년 만에 역성장했다. -1.45% 떨어졌지만 9년 동안 오른 부동산 버블을 꺼뜨리기엔 미미한 숫자였다. 2023년에도 긴축정책이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2.95% 하락했다.
코스피는 1년 만에 18.7% 오르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2차전지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비금속광물(49.3%), 철강금속(39.7%), 기계(34.5%), 전기전자(33.4%) 등 13개 업종이 성장을 이끌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