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변수 5가지[놓치지 말아야할 한경비즈니스①]

금리인하·PF 우발채무 조정 등 현실화
주택공급 부족한 수도권, 총선 앞두고 규제완화·개발호재 기대감↑

한경비즈니스는 1년에 두 번 합본호를 냅니다. 추석과 설날 2주치를 한꺼번에 낸다는 말입니다. 기자들은 이때 약간은 숨을 돌릴 여유를 갖습니다. 물론 온라인 기사도 써야 하기 때문에 마냥 맘이 편할수 만은 없지만요. 이 정도로는 좀 아쉽다는 독자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한경비즈니스 편집진은 올해 썼던 기사 가운데 ‘시간의 간섭’을 받지 않는 기사들을 추려봤습니다. 공부해두거나 읽어두면 상식이 되거나,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는 기사입니다. 이를 한곳에 정리했습니다. 연휴 기간 영상에서 벗어나 활자의 세계로 눈을 돌린 독자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편집자 주>

파리공원을 둘러싼 목동신시가지아파트 전경 사진=양천구


2021년 터트린 샴페인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지 어느새 1년 반이 됐다. 건설·부동산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일부 실수요와 투자자들은 올해 정부의 선별적인 규제완화 및 정책금융 지원에 발맞춰 조정된 가격에 매수를 감행했다.

반면 대부분은 시장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고 관망하며 보냈다. 얼마 안 남았다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는 미뤄졌다. 2022년 하반기부터 각종 풍문으로 나돌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역시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23년 국내 부동산 시장은 완만한 ‘상고하저’ 곡선을 그리며 미지근한 상태를 이어갔다.

그간 실현되지 않은 이 같은 문제들이 2024년 드디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각 지역에 개발호재를 안겨 준 국회의원 선거 이벤트가 불과 석 달가량 남았다. 즉 새해는 전년에 비해 소란스러울 전망이다. 누군가는 우려를, 다른 일부는 기대를 하고 있을 2024년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알아봤다.
금리인하
2022년 하반기, 이전까지 잘나가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주범은 바로 급등한 금리였다. 팬데믹 시기 풀린 유동성의 잔치가 끝난 것이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저금리 시대에 잘나가던 오피스텔과 상가,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등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바로 꺾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이자율이 6%대에 진입해 아파트 매수의 주류로 떠올랐던 일명 ‘영끌족’도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이 모든 현상의 출발점인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Fed는 2023년 7월 기준금리를 5.50%로 0.25%포인트 인상한 뒤 거의 반년간 추가 인상 없이 동결했다. 최근 상황을 관망하던 Fed가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에 따라 통화 긴축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지난 12월 27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2024년 2분기부터 금리인하를 시작해 연말 정책금리를 4% 초중반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주택시장이 반등하리란 기대감도 존재한다. 전문가 다수가 ‘금리’를 새해 부동산 시장을 이끌 주요 주제로 꼽은 이유도 여기 있다. 다만 상승하더라도 그 수준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자체가 떨어지더라도 예전 수준까지 낮아지기 어려운 데다 이미 시장이 많이 침체해 있기 때문이다.
PF 대출
부동산 PF 대출 문제는 경기가 하락할 때마다 경제위기의 뇌관이었다. 부동산 상승기에 우후죽순 생기는 개발사업은 토지매입부터 상당 부분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다.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차입금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는 건설업계에서 나중에는 돈을 떼인 금융권, 더 나아가 국가경제 전체로 위기가 옮아가는 구조다. 그간 정부와 금융당국이 핵심지 개발사업의 차입금 만기연장을 위해 힘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가 터지더라도 선거 이후가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사업성이 다소 미비하거나 자산 감축 등 특단의 조치 없이는 재무적 영속성의 문제가 있는 건설사·금융사는 시장 원칙에 따라 적절한 형태의 조정 내지는 정리가 돼야 한다는 대원칙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정부가 연초부터 ‘옥석 가리기’에 나설 전망이다. 더 이상 이자와 함께 사회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전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건설사들의 PF 채무보증 규모는 약 135조원에 육박한다. 연초부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우발채무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는 “2023년 만기를 연장한 PF 사업장 중 상당수가 2024년 하반기 채무 상환에 실패하면서 부동산 부실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가 부실 규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정에 나서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주택공급 가뭄=전세가 상승
이 같은 위기를 근거로 무조건 하락을 점치기엔 주택시장의 하방이 예상보다 견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 착공 및 인허가 실적이 떨어지면서 2024년 분양과 입주물량이 두루 감소할 예정이다. 직방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30만6361가구로 전년 대비 4.6% 감소한다. 그런데 이 중 실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 물량의 감소폭이 크다. 서울 입주물량은 1만2334가구로 전년보다 59% 적다.

입주물량은 당장 전월세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인해 임차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지 않으면서 전세시장은 더 불안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세대·다가구에서 불거진 ‘전세사기’ 문제로 주택 실수요는 아파트에 한층 집중돼 가는 모양새다.
규제완화

적절한 부동산 거래는 언제나 필요하다. 거래가 잠기면 취등록세, 양도세 등 부동산 세수가 줄어든다. PF 부실 문제도 예년에 비해 분양이 잘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2023년 초 전국적으로 주목받은 서울 강동구 대단지 아파트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분양을 앞두고, 정부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선 일부 상징적인 단지의 미분양 문제가 시장 전체에 불안요소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으로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 착수 기준을 노후성으로 일원화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면서 규제완화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풀이된다. 부족한 도심주택 공급을 장기적으로 늘리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수요 차원에선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5월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1년 연장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요 차원에서 규제완화는 선별적으로 이뤄지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1900조원 돌파를 앞둔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연초 특례보금자리론 판매를 중단하는 데 이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금리상승에 대비해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산정하는 ‘스트레스 DSR’도 시행한다.
총선
이 같은 규제완화가 2023년 상반기 주택시장 반등을 이끌었듯, 정부정책은 새해에도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당시 정부 규제완화와 개발호재 등 여파로 주택가격이 반등한 사례도 있다. 이미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지난 12월 8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에 경기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수도권 1기신도시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정비기본계획 속도 높이기에 나설 계획이다.

철도노선, 교량 등 SOC 사업은 관급공사에 목마른 건설업계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현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GTX-A노선의 평택지제역 연장과 ‘메가시티’ 바람을 불러온 김포시까지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PK(부산·경남)에선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도 가덕도 신공항과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 등이 일단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