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정치인의 패션정치와 미소는 득일까 독일까…트뤼도 캐나다 총리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이혼과 공짜 휴가로 이미지 타격
낮은 지지율 회복할 터닝포인트 절실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사진=한국경제신문



가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받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이혼을 발표한데 이어 2023년 성탄절 기간 카리브해의 자메이카 휴양지에서 ‘공짜 호화휴가’ 논란 등으로 이미지와 지지율에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순위 선정 전문 매체 ‘하티스트 헤즈 오브 스테이트’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잘생긴 국가원수로 꼽힌 바 있는 트뤼도는 ‘가장 섹시한 총리’ 등으로 불리며 40대 초반에 총리가 됐고 수려한 외모와 패션, 젠틀한 매너, 열린 소통 등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낮은 지지율을 보면 트뤼도의 이미지 터닝 포인트가 절실해 보인다. 나이트클럽 경비원, 스노보드 강사, 라디오 사회자 및 중등학교에서 수학과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했던 트뤼도의 정치 인생에 캐나다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총리직을 수행했던 아버지 피에르 전 총리의 영향력은 적지 않다.

재임 중이던 51세 때 방송 진행자 출신 여성과 결혼해 트뤼도를 포함해 3명의 자녀를 두고 7년 만에 이혼한 아버지처럼 트뤼도 역시 방송 진행자인 소피 그레구아르와 결혼해 자녀 3명을 두고 18년 만에 이혼을 결정했다. 1971년생 젊은 나이와 진보적인 정치 성향으로 ‘캐나다의 오바마’로도 불린 캐나다의 제23대 총리인 트뤼도의 이미지 브랜딩을 ABC 차원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2012년 자선 복싱경기 포스터. 사진=연합뉴스


A(Appearance)
문신을 한 최초의 총리

지금까지 매력적이라고 평가됐던 트뤼도의 미소에 일부 캐나다 국민은 피로감을 느끼면서 최근에는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까지 쏟아내고 있다. 결국 정치인의 미소는 민생안정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국민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구조임을 실감하게 된다.

트뤼도가 처음 정치계에 등장했을 당시의 화제성은 대단했다. ‘건강한 역동성’을 어필했던 트뤼도는 문신을 한 최초의 총리다. 하원의원 시절 왼팔 이두박근 상단에 새긴 문신을 드러내며 했던 자선 권투경기에서의 승리는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허세로 한 문신은 아니다.

그는 2012년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23세 때 지구 문신을 새겼고, 40번째 생일 때 캐나다 에스키모 부족인 하이다족의 까마귀 문양에 ‘개방과 관용’의 정신을 담아 정치적 신념을 문신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 까마귀는 캐나다 북부 인디언 부족인 하이다족의 상징으로, 트뤼도의 부친인 피에르 전 총리가 재임 당시 ‘명예 부족원’이 되면서 트뤼도 집안이 명예 부족원이 됐다고 한다. 그는 수염과 헤어를 통해서도 정치적 의도를 전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겨울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트뤼도는 수염을 기르고 나와 그동안 내세웠던 ‘젊은 정치’ 인상과 대조적으로 원숙한 이미지를 극적으로 강화했다. BBC는 그의 수염과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이 최근 겪은 정치적 위기, 하원 과반 확보에 실패한 힘든 재선 투쟁을 표현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공식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23년 5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키 차이를 맞추기 위해 다리를 벌리고 서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양말 정치는 정치 메시지와 취향 보여주는 도구

트뤼도는 2021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자리에서 미국 국기 성조기를 떠올리게 하는 빨간색 바탕에 파란색, 흰색 문양이 프린트된 양말 착용으로 캐나다·미국의 친선관계를 강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이 프라이드 축제 참석 당시에는 동성애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양말을 행사 특성을 고려해 착용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양말에 적혀 있는 문구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같은 날 있었던 이슬람 단식 성월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축제 ‘이드 알피트르’라고 적혀 있던 것이다.

일정이 겹쳐 이슬람 축제에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을 양말 문구로 표현한 트뤼도의 센스와 배려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트뤼도는 양말을 정치 메시지와 취향을 보여주는 도구로 활용하며 젊고 새로운 리더의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했다고 분석된다.

2017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서는 NATO 깃발 모양이 새겨진 양말을 신었다. 한쪽은 분홍색, 다른 한쪽은 하늘색인 짝짝이 양말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가 트뤼도 총리의 양말을 관심 있게 쳐다보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뤼도 총리의 양말이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소통의 도구가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2023년 3월 24일(현지 시간) 캐나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B(Behavior)
아이콘택트와 미소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젠틀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이나 주자나 차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을 만찬에 초대해 건배하는 태도 등을 보면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으며 젠틀한 태도가 돋보인다.

트뤼도는 한국과 캐나다 수교 60주년 기념사진 촬영 시 한국의 국회의장과 키를 맞추기 위해 유머러스하게 다리를 벌리고 사진을 찍어 이른바 ‘매너 다리’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자세를 낮춘 트뤼도의 배려가 느껴졌다는 의견과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며 논란이 되었다.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재미있는 자세로 사진 촬영을 하기도 하는 트뤼도는 총리 취임 전 영화에 출연한 이력도 갖고 있다. 그의 행동들이 대중 입장에서는 간혹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보여질 수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당당한 리더의 모습을 강화한다고 분석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오른쪽)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C(Communication)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 불안정한 리스크 관리

국민에게 간결하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트뤼도의 대표적인 일화가 있다. 2015년 총리로 취임하면서 캐나다 사상 최초로 남녀 동수의 내각을 출범시켰을 당시 “내각을 이처럼 구성한 이유가 무엇인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2015년이기 때문”이라고 말해 간단명료한 화법의 진수를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에는 추락하는 지지율만큼 가족리스크에 따른 아픔이나 실수에 따른 사과가 더 자주 눈에 띈다. “힘들지만 많이 대화했고 그 결과 이혼하기로 아내와 결정했다”며 SNS를 통해 이혼을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방문한 의회에 나치에 부역했던 전범을 전쟁 영웅으로 소개한 데 대해서는 “그 자리에 있었던 우리 모두가 해당 인물을 부지불식간에 인정한 건 끔찍한 실수였다”며 공식 사과하면서 불안정한 리스크 관리를 노출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최근 외교 분야에서 터진 잇단 악재로 곤욕을 치른 트뤼도가 서민들이 애용하는 지역사회 식료품점에 깜짝 등장했다. 청바지 차림의 그는 고객 및 직원들과 함께 인증사진 촬영을 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민생 행보로 바쁘다.

정치는 ‘지식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라는 말이 있다. 정치지도자의 이미지 포지셔닝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정치 색깔과 생각을 언어적, 비언어적인 요소로 이를 적절하고 조화롭게 연출하는 것이다.

낮은 지지율로 인해 트뤼도의 국정 운영에 큰 파도가 예상되는 가운데 트뤼도 총리의 패션정치와 미소가 지금까지는 유리하게 작용해왔다. 하지만 향후 정치 풍향계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평가를 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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