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때도 R&D 예산은 안 줄였는데...비상걸린 이공계 대학원
입력 2024-02-13 13:04:13
수정 2024-02-13 14:50:26
정부의 2024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이공계 대학원에 비상이 걸렸다. 12일 대학원생 노조는 이공계 대학원생 임금은 국가 기관 연구 과제 예산에서 대부분 마련되기에 예산 삭감으로 인한 임금, 인력 축소의 타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2년 국가 R&D 예산은 16조 원으로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땅 파도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기술력과 인적 자원만이 살길이라는 국가적 공감대가 바탕이었다. 그런데 올해 5.2조 원 감소해 25.9조 원이 됐다. 작년에 31.1조 원을 할당했는데 약 16.6%을 삭감한 것이다.
대학원생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취업 대신 기술 발전을 위한 공부에 뜻을 품고 학업의 길을 선택했는데 월급과 연구비가 줄어 힘들다"는 취지의 글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비정규직 인력인 박사 후 연구원(포닥)의 권고사직이 이어지고 급여가 줄어 고용환경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한 사용자는 “당장 월급이 줄어 월세도 빠듯하고 밥 대신 컵라면을 먹어야하는 형편이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불어 신규 과제 축소와 기존에 진행하는 프로젝트 연구비 삭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1~6년 단위로 진행 중인 기초연구 사업의 예산이 29.3%~39.2%까지 줄고 분야별로는 바이오, 반도체, 항공우주, 인공지능 등의 분야 연구 예산이 전년 대비 70~90% 삭감될 예정이다. 한 공과대학 로봇공학 랩실은 작년부터 8년간 매년 3억 원의 연구비를 지급하는 과제를 시작했지만, 2년 차인 올해부터 연 1억 8000만 원으로 줄였다.
이에 작년 전국대학원생 노동조합은 성명문을 발표해 "R&D 예산 삭감은 과학기술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최근 대학가의 의대 쏠림과 이공계 기피 현상을 심화시킨다"라고 지적했다. 또 "학부생들은 연구자로서 진로 선택에 제약이 생기고, 안정적인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