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를 독점하다… 크루즈 타고 떠난 울릉도 여행[김은아의 여행 뉴스]
입력 2024-02-15 11:01:34
수정 2024-03-25 12:17:53
-호텔 같은 객실에서 휴식 취하다 보면 7시간 금세
-울릉도의 겨울 축제 '2024 울라 윈터 피크닉'
연중 북적이던 발길이 뜸해지고, 주민들마저 섬을 떠나 있는 계절. 그래서 겨울은 울릉도를 독점할 수 있는 특권과도 같은 계절이다.
울릉도로 향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강릉·묵호·후포·포항에 울릉으로 향하는 배가 있다. 강원 지역에서 출발하는 쾌속선은 3시간여면 울릉도에 닿고, 포항 영일만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는 7시간 동안 느긋이 바다를 건넌다. 장점은 저마다 다르다. 전자는 빠른 대신 흔들림이 많아 멀미에 약하면 고생할 수 있다. 배가 작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결항되는 일도 잦다.
편안한 항해를 원한다면 울릉크루즈만 한 것이 없다. 포항과 울릉도를 매일 오가는 ‘뉴씨다오펄’은 1만9988톤급의 크루즈로, 한 번에 1200명을 수송할 정도의 대형 선박이다.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스태빌라이저의 장착으로 흔들림이 적어 멀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유의파고가 5m 이상이거나, 풍랑경보가 내리지 않고서는 거의 결항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차량 선적도 가능해 울릉도에서 장기간 머물거나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은 차를 싣고 배에 오른다.
기자는 울릉크루즈를 경험해보기로 했다. 자정께 포항 영일만을 출항해 오전 7시에 울릉도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그러나 선착장에서 접한 청천벽력 같은 소식. 풍랑이 세어 크루즈가 결항한다는 것. 울릉크루즈는 다른 배편에 비해 날씨의 영향을 덜 받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은 언제나 일어나는 법.
앞서 울릉도를 여러 차례 오갔던 지인은 “제날짜에 왔다 갔다 할 생각 말라”던 조언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다. 이렇듯 겸허함은 바닷길을 통과해야 하는 이들의 숙명이니, 울릉도를 여행할 때는 하루 이틀 정도 여유롭게 일정을 짜는 것이 좋겠다.
매일 한 편의 배가 출항하므로, 24시간을 꼬박 포항에서 보내고서야 마침내 배에 올랐다. 울릉크루즈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선체 길이만 170m이니 둘러보는 데에도 한참 걸린다. 아래층엔 화물을 선적하고, 5~8층에 객실과 함께 카페, 편의점, 식당, 노래방, 오락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자정이 다된 시간이지만 여행객들의 설렘으로 크루즈는 한낮의 활기로 가득 찼다. 식당에서는 출항 전부터 가수의 공연이 펼쳐지고, 탑승객들은 분식과 각종 먹거리를 즐기며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객실은 2인실부터 10인실까지 다양하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창문과 여느 호텔 응접실 부럽지 않은 로열스위트 객실은 편도 85만 원 선. 온돌 스타일의 8~10인실은 편도 7만1500원으로 저렴하지만, 인기가 높아 빠르게 매진되니 예매를 서둘러야 한다. 기자가 이용한 객실은 작은 창문이 딸린 2인실. 침대, 화장실, 냉장고, TV와 간단한 어메니티를 갖추고 있다. 객실이 8층인데도 침대에 누우면 신기하게도 등 아래로 어렴풋이 바다가 물결치는 일렁임이 느껴진다. 마치 바다가 요람을 흔들어주는 듯 잠에 빠져들게 만든다.
울릉도의 마음은 갈대
변화무쌍한 섬 날씨
크루즈가 섬에 닿는 시간에 맞춰 점차 해가 밝아온다. 분명히 출발 전, 며칠 동안은 ‘맑음’이라는 날씨 예보를 확인했는데도 눈발이 날린다. 우산을 쓰려고 하는데 순식간에 해가 떠오른다. 해가 내리쬐는 듯하다가 땅에 쌓일 정도로 우박이 쏟아진다. 바람도 세어 바닷가에 서 있으면 성인의 몸이 휘청거릴 정도다.
이처럼 겨울의 울릉도 날씨는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단단히 채비해야 한다. 특히 대중교통이 아닌 렌터카를 이용할 계획이라면 주의하는 것이 좋다.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지만, 경사가 급격한 구간이 많고 눈이 순식간에 쌓이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운전을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야 하는 나리분지로 향할 때는 스파이크 타이어를 꼭 장착해야 한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계절에 울릉도를 여행할 이유가 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해안도로를 따라 몇 분만 달려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신의 솜씨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형상의 기암괴석, 겨울에 색이 더 짙어지는 검은 바위, 야성미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터프한 파도는 국내 어디서도 만나보기 힘든 절경을 선사한다.
특히나 맑기로 소문난 울릉도 바다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얕은 곳에서는 바닥의 바위가 손에 잡힐 듯 투명하고, 깊은 곳에서는 물감을 푼 듯 청명하고 선명한 푸른빛을 자랑한다. 울릉도가 스쿠버 다이빙의 성지로 꼽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덕분에 봄부터 가을까지 울릉도의 바다를 탐험하려는 이들로 붐빈다. 그래서 겨울의 울릉도는 더욱 귀하다.
다이버들의 발길이 끊기고, 울릉도의 주민들 역시 겨우살이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조용한 섬을 독점할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최고 강설량을 자랑하는 만큼 눈으로 하얗게 덮인 섬을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사방에 눈꽃이 만발하는 겨울왕국을 찾고 있다면, 지금 바로 울릉도로 떠날 때다.
겨울 울릉 필수 방문 스폿
울릉도의 겨울 축제, 2024 울라 윈터 피크닉
캠핑 마니아들 사이에서 통하는 말이 있다. ‘캠핑의 진수는 겨울 캠핑’이라는 것. 울릉도의 청정 자연 속에서 겨울 캠핑의 매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울라 윈터 피크닉이다. 이는 나리분지에서 캠핑과 백패킹을 즐길 수 있는 울릉도 대표 겨울 축제다. 나리분지는 울릉도를 찾는 이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대표 명소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야 지대다. 분지는 산이 사방을 성벽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겨울에는 온통 은빛 눈꽃으로 덮인 설산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행사장의 중심은 캠핑존. 누구나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코오롱스포츠의 텐트와 장비도 대여할 수 있어 장비가 없는 이들도 겨울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울릉도 고릴라 ‘울라’의 17m 초대형 벌룬이 설치되어 인증샷도 남길 수 있다.
캠핑의 즐거움을 더해줄 프로그램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놀이존에서는 눈썰매, 미니 눈사람 만들기, 위시트리 소원 달기, 겨울 민속놀이 체험 등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참여존의 울릉브루어리, 레모나 팝업 부스에서는 각각 맥주를 시음하고 인생샷 이벤트에 참여해볼 수 있다. 울라스토어에는 울라가 깜짝 방문해 현장 경품 이벤트도 진행한다.
김은아 기자 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