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Z세대가 독서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독서를 인증하거나 책 추천, 글귀를 공유하는 등 활발하게 독서 문화를 즐기고 있다. 이들은 전자책이 아닌 실제 책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SNS에서는 ‘책스타그램(594.7만), '북스타그램(책+인스타그램, 583.7만)', '책추천(247.2만)', '독서그램(35.9만)' 등의 해시태그를 기재한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영어 해시태그인#Bookstagrammer, #book 관련 게시글은 각각 1923만, 6990만 개에 달한다.
책을 읽고 SNS에서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글로벌 젊은 층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로 자리 잡게 되면서 실제 책 판매량 및 독서량에도 변화가 생겼다.
영국에서는 작년 한 해 실물 도서가 약 6억 6900만 권 판매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Nielsen BookData 조사에 따르면 2021년 11월~2022년 12월 기준 영국에서 판매된 도서 중 80%는 Z세대가 선호하는 실물 도서였다. 영국의 도서관 방문자도 71%나 증가했다.
이 트렌드는 Z세대에 인기가 많은 인플루언서 및 SNS 게시글의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틱톡 플랫폼 내 #북톡(BookTok)' 챌린지가 대표적인 예다. 북톡은 책 추천 커뮤니티이자 글로벌 챌린지로, 전 세계 참가자들이 해시태그를 통해 책 추천, 서평, 독서 인증, 독서 토론 등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관련 조회수만 2100억 회가 넘어간다. 4년 전만 해도 해당 해시태그의 조회 수는 1000회 미만이었다.
틱톡을 많이 사용하는 Z세대에게는 북톡 챌린지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호주의 비영리 학술 매체 The Conversation(더 컨버세이션)는 북톡의 영향력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북톡은 젊은 층의 독서를 부추기는 강력한 도구”라고 말했다. 또 “북톡을 통해 화제가 된 책들이 출판사에 더 많이 선택되고, 서점에서도 눈에 띄게 진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출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16~25세 응답자의 59%가 "북톡이 독서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만들었다"고 답했다. 또한 2022년 영국출판협회(PA)가 16~25세 2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8%가 북톡에서 본 책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에서도 북톡 행사가 진행되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틱톡은 2023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북톡 팝업 스토어를 열어 독서모임, 작가 북토크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3개월간 약 1만 5000명이 북톡 팝업 스토어를 찾았고, #BookTok팝업스토어 해시태그 조회수가 120만 회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Z세대 사이에서 영향력이 큰 유명인들의 독서 관련 콘텐츠도 한 몫 했다.
미국 패션 모델 카이아 거버(Kia Gerber)는 최근 독서 클럽 사이트를 개설했다고 밝히며 “책은 내 인생의 사랑이며, 독서는 섹시하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미국 모델 켄달 제너(Kendall Jenner)가 프랑스 휴가지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해당 도서는 사진 게재 후 24시간 이내 아마존 사이트에서 전량 동이 났다.
일각에서는 유명인들이 보여주기 식 독서를 한다며 밈(meme)을 올리며 풍자했지만, 전문가들은 Z세대가 독서에 흥미를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은 현상으로 평가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