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부터 캐릭터까지…2024년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의 무한 변주

[브랜드 인사이트]

스타벅스코리아가 ‘도도새 작가’로 알려진 김선우 작가와 협업한 상품. 사진=스타벅스코리아


2023년 개봉한 영화 ‘에어(AIR)’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 ‘에어조던’의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다. 1980년대 나이키는 농구화 시장에서 아디다스, 컨버스에 밀렸기에 당시 NBA 드래프트 3순위 지명자에 불과했던 신인 마이클 조던과의 계약을 통해 지각 변동을 노렸다.

두 언더도그의 만남. 그 결과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예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에어조던’은 단언컨대 가장 뛰어난 컬래버레이션 사례로 스포츠 의류브랜드를 넘어 트렌드를 주도하는 패션브랜드가 됐다.

이처럼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은 강력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을 표기할 때 ‘+’가 아닌 ‘x’ 기호를 사용하는 것 역시 둘 이상의 브랜드가 단순 결합이 아닌 서로 상호작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이 이런 성공의 달콤함을 맛보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컬래버레이션은 자칫 각 브랜드의 가치를 저하하고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적합한 파트너를 선정해야 한다.

2024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수많은 신상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 화제가 된 사례들을 통해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① 스타벅스의 첫번째 아트 컬래버레이션
‘도도새’ 김선우 작가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던 스타벅스코리아가 처음으로 아티스트와 손을 잡았다. 그 주인공은 ‘도도새 작가’로 알려진 김선우 작가로 이번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토트백, 텀블러 등 상품 6종을 선보였다.

김 작가는 날지 못해 멸종된 도도새가 자유롭게 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꿈과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아 특히 MZ세대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대표 상품인 ‘도도새 엠브로이더리 라지 토트백’ 역시 과거 도도새가 살았던 모리셔스 섬을 배경으로 도도새가 행복을 꿈꾸는 모습을 다채로운 색감의 자수로 표현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와 같이 아트 컬래버레이션은 단순히 상품에 예술적 요소를 추가하는 것을 넘어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소비자 역시 평소 접하기 어려운 아티스트의 작품을 상품으로 만남으로써 아티스트가 전하는 메시지를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는 주 소비계층인 MZ세대의 소비패턴 중 하나인 ‘취향소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취향소비란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대상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방식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아트 컬래버레이션의 첫 타자로 김 작가를 선택한 이유 역시 MZ세대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고 미술계에서 일종의 팬덤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컬래버레이션 상품은 일반 스타벅스 상품에 비해 가격대가 높았지만 빠른 속도로 매진됐다. 고객은 이번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일부를 구매하는 것으로 인식함으로써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아디다스골프 x 말본골프 컬래버레이션 컬렉션. 사진=아디다스골프


② 적과의 동침
아디다스 X 말본 골프웨어

삼바, 가젤 등의 인기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아디다스가 올해 첫 컬래버레이션으로 골프웨어 브랜드인 말본골프와 손을 잡았다.

말본골프는 패션 디자이너 스티븐 말본과 에리카 말본 부부가 론칭한 스트리트 감성의 골프웨어로 유니크한 색감, 실루엣, 로고 플레이를 기반으로 기존 골프웨어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브랜드다.

아디다스는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1930년대 최고의 스타 빙 크로스비가 개최했던 프로암 대회, 클램베이크에서 영감을 받은 클래식한 룩을 출시했다. 말본골프의 패셔너블함과 아디다스의 테크놀로지 소재가 결합한 새로운 브랜드 카테고리가 탄생한 것이다.

물론 아디다스에도 골프웨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종업계 간 컬래버레이션이 가능한 것은 두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강점과 아이덴티티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탄생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에게 신선한 시각적 감상을 주는 유니크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만든다.

이번 컬래버레이션이 없었다면 아디다스에서 이처럼 클래식과 스트리트 감성이 세련되게 결합된 상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또한 동종업계 간 컬래버레이션은 브랜드의 타깃 고객층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각각의 브랜드는 고유한 고객층을 가지고 있으나, 컬래버레이션을 매개로 새로운 고객층에게 접근할 수 있다.

두 브랜드가 디자인적, 기능적으로 상호 보완적인 협력이 이뤄짐으로써 두 브랜드의 고객층을 넘어 더 많은 사람에게 제품을 소개할 수 있다. 이처럼 평소 접하지 않았던 각각의 고객층이 결합되는 경험은 브랜드 측면에서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된다.


편의점 CU의 올해 밸런타인데이 캐릭터 기획 상품. 사진=BGF리테일


③ 총성 없는 전쟁터 편의점
밸런타인데이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밸런타인데이는 편의점 업계에서 집중하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다. 국내 4개 편의점 브랜드에서는 필사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데, 올해 밸런타인데이 마케팅을 관통한 키워드는 ‘캐릭터 컬래버레이션’이었다.

먼저 가장 많은 캐릭터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곳은 CU이다. MZ세대 마니아층을 거느린 캐릭터 브랜드 조구만, 토대리(개굴TV) 외 무려 7개 사와 협업해 상품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빵빵이, 양파꿍야 등 최근 인기 캐릭터 외 전통 캐릭터 강자 디즈니와 협업해 130여 종의 기획 상품을 준비했다. GS는 스폰지밥 외 3개 캐릭터와, 이마트는 카카오 대표 캐릭터인 춘식이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밸런타인데이 한정 기획 상품을 다양하게 준비했다.

편의점 업계에서 다양한 캐릭터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준비한 이유는 무엇일까. 편의점 초콜릿은 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제과 브랜드의 제품은 해마다 그대로이기 때문에 제품 그 자체로만 놓고 보기에는 식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뻔한 상품을 차별화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의 힘이다. 기존의 초콜릿 상품을 콘셉추얼하게 재포장하고, 키링이나 인형 등의 소품을 굿즈로 구성해 속은 같지만 겉은 전혀 다른 기획 상품을 만들어 최근 달라진 소비자의 세분화된 선호와 나노 취향 트렌드를 담아낸다.

무엇보다 캐릭터는 소비자와 브랜드가 감정적 연결을 강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컬래버레이션 수단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캐릭터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며, 각종 굿즈 등을 통해 형상화한다. 이 때문에 캐릭터 컬래버레이션은 브랜드와의 정서적 유대감 형성은 물론 브랜드 충성도 및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24년을 뜨겁게 달군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을 살펴본 결과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브랜드 코어 가치가 서로 일치해야 한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아티스트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모두의 커피, 함께하는 이야기, 모든 커뮤니티와 더불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어갑니다’라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사명과도 일맥상통한다.

둘째, 서로 다른 두 브랜드가 상호 보완적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각 브랜드의 타깃층이 합집합으로 결합돼 마켓 사이즈가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고객의 창의적 감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제품에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매력적인 크리에이티브로 탈바꿈함으로써 시장에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다.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이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 브랜드 내러티브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새기길 바란다.



김보람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부장. 사진=인터브랜드


김보람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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