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생전에 덴푸라(天ぷら)를 즐기셨다. 이상한 것은 아버지의 덴푸라가 일본식 튀김과 어묵 두 가지 모두에 적용되는 이름이었다는 사실이다. 또 가끔은 어묵을 ‘오뎅’(おでん)이라고도 부르셔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어묵이 덴푸라임과 동시에 오뎅이라고?
의문이 풀린 것은 10여 년 전 나가사키 여행 때였다. 포르투갈에서 유래한 외래어 덴푸라는 일본에서 두 가지 뜻을 지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야채튀김, 새우튀김 등 완성 음식의 호칭임과 동시에 기름에 식재료를 넣어 튀기는 특정 조리방식의 명칭이기도 하다는.
아버지가 어묵을 덴푸라와 오뎅 두 이름으로 부른 데에는 역사가 있었다. 아버지 출생지 부산은 어묵의 메카였다. 식민지 치하 1910년대 찌고(카마보코), 굽고(치쿠와), 튀기는(사츠마아게) 세가지 일본 제조방식이 소개됐다. 그중 튀겨 만든 어묵을 일본인들은 덴푸라로 불렀다. 이렇게 사츠마아게 방식을 고수한 어묵, 즉 덴푸라가 해방 후 ‘부산오뎅’으로 브랜딩 된 것이다. 덴푸라, 오뎅, 어묵의 삼각관계
그렇다면 부산어묵 = 부산오뎅 = 부산덴푸라의 공식이 성립되나? 아니다. 정확히 말해 가운데 있는 부산오뎅이 빠져야 한다. 정작 아버지가 틀린 부분도 덴푸라가 아닌 오뎅이란 단어였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어묵과 오뎅이 동의어처럼 쓰이지만 일본에서 둘은 다른 음식이다.
한국 어묵에 상응하는 일본말은 네리모노(練り物), 생선의 살과 여타 부위를 갈아 반죽을 성형하고 가열한 음식의 통칭이다. 반면 오뎅은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 육수에 무, 곤약, 유두부, 버섯, 달걀, 어묵 등을 넣고 끓인 전골요리를 가리킨다. 한국의 오뎅탕과 차이가 있다면 어묵 이외 다른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 그리고 국물 양이 적고 대체로 국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점 정도다.
한마디로 어묵은 오뎅 요리의 일부이지 동의어가 아니다. 정작 한국에서 오뎅이라 지칭되는 어묵은 일본에서 덴푸라로 불린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덴푸라라는 이름이 두 종류의 상이한 음식에 쓰이니 헷갈릴 수밖에.
일본이 맞고 한국이 틀렸다는 주장인가? 일본이 원조고 한국은 파생이니 원조에 맞추자는 말인가? 둘 다 아니다. 한국에서 오뎅이라는 외래어가 지시하는 대상과 그 말이 유래된 일본에서 오뎅으로 불리는 음식에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면 족하다.
문화와 음식에 맞고 틀림이 어디 있겠나? 굳이 따지자면 일본화된 단어 덴푸라도 포르투갈 원어의 뜻과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의 사용이 잘못됐으니 포루투갈 원어 기준에 맞춰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본에서 오뎅이 무엇이고 덴푸라가 무엇을 지시하는지 제대로 아는 것은 필요하겠다. 수많은 종류의 후라이, 덴푸라, 카츠, 아게들이 난무하는 일본 식당가의 사정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한국 관광객의 ‘명칭 현기증’ 완화를 위해 튀김음식 계보를 간략히 정리해 보겠다.
후라이와 덴푸라의 차이
튀김요리의 통칭은 ‘아게모노(揚げ物)’다. 우리말 ‘튀김’에 제일 가깝다. 아게모노는 크게 세 가지 하위그룹을 거느린다. 조리방식이나 과정으로 구분되는 세 가지가 후라이, 아게, 덴푸라다(표1 참조).
아게모도 하위그룹에 ‘아게’가 다시 등장하니 약간 의아해할 수 있겠다. 이것은 마치 ‘밥’이 식사를 지칭하는 보통명사임과 동시에 쌀을 쪄서 만든 구체적인 음식의 고유명사로 동시에 쓰이는 것과 유사한 경우라고 보면 된다.
표1: 일본 튀김요리 분류
한국과 일본에서 공히 사랑받는 돈카츠는 어느 그룹에 속할까? 후라이(deep-frying) 계열이다. 몇 년 전부터 유행세를 탄 규카츠, 쿠시카츠, 멘치카츠는? 당연히 후라이다. 오래전부터 경양식집 단골 메뉴였던 ‘비후카츠’도 역시 후라이다. 모든 ‘카츠’가 후라이 직계라고 보면 쉽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까스’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통해왔던 ‘카츠’는 허망하게도 영어 커트(cut)의 일본식 발음이다. 커트는 영어 커틀렛(cutlet)의 약자다. 또 커틀렛은 프랑스어 코틀레트 (côtelette)에서 유래했는데 주로 고기에 밀가루와 빵가루를 입혀 튀긴 서양요리를 지칭한다.
커틀렛의 재료로 소고기를 쓰면 비프(beef) 커틀렛이 되는데 비프의 일본식 발음이 ‘비후’여서 비후까츠로 불렸다. 이와 유사하게 돼지고기를 쓰면 한자 돈(豚)의 일본식 발음 ‘톤’이 붙어 톤카츠 (豚カツ)가 되는데, 그것의 한국어 표기가 ‘돈까스’인 것이다.
모든 ‘카츠’류가 ‘후라이’ 계열 소속이니 카츠 = 후라이라는 공식이 성립될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후라이에는 카츠 이외의 다른 음식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고로케와 에비후라이 역시 후라이 계통에 속한다. 에비덴푸라와 차별적인 ‘에비후라이’ 말이다.
후라이는 밀가루, 달걀, 빵가루(팡코, パン粉)로 각각 분리된 튀김 소재에 재료를 버무려 기름에 튀긴다. 반면 덴푸라는 밀가루, 달걀, 찬물을 함께 섞어 만든 반죽에 재료를 담근 후 튀긴다. 즉 첫째 빵가루냐 찬물이냐, 둘째 분리된 소재냐 통합된 반죽이냐로 둘은 갈라선다.
요리 결과도 상이하다. 돈카츠나 고로케에서 볼 수 있듯 후라이류는 짙은 갈색을 띤다. 338도 이상에서 빵가루에 있는 당분이 산화되는 현상이다. 당분은 변색과 함께 고소한 맛이 나오는데 이를 캐러멜화라고 부른다. ‘오징어 게임’의 뽑기가 짙은 갈색을 띠고 치명적 맛을 지니는 이유도 이 캐러멜화 때문이다.
에비덴푸라냐의 선택은 개인 기호에 따라 갈리지만 둘의 식감과 가격차만은 상당하다. 둘 다 각각의 매력과 맛이 있어 선택이 힘들 수 있다. 그래서 핫도그(원래 콘도그) 같은 하이브리드가 탄생했는지도 모르겠다. 조리방법은 덴푸라 쪽인데 빵가루를 입혀 튀기니 후라이 ‘핏줄’도 섞인 셈이다.
덴푸라는 전편에 충분히 설명했으니 ‘아게’로 직행한다. 누가 뭐래도 아게(揚げ)의 대표주자는 카라아게다. 그런데 심지어 일본인들조차 카라아게를 일본식 닭튀김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정확히 말해 후라이, 덴푸라처럼 카라아게도 요리방법의 하나이고 따라서 그 안에 닭이 아닌 다른 내용물이 들어갈 수 있다.
두부(揚げ出し豆腐)가 그 한 예다. 표면을 보면 덴푸라가 아닐까 싶지만 엄연한 카라아게 소속이다. 덴푸라와 달리 카라아게는 반죽을 사용하지 않고 재료 표면에 밀가루나 전분만 입혀 바로 튀긴다. 두부 이외에 생선과 야채 카라아게도 있다.
아게다시 두부나 생선 카라아게는 재료에 양념을 하지 않지만 치킨(혹은 토리) 카라아게는 양념이 짙다. 마늘, 생강, 참기름, 미린, 또 기호에 따라서는 카레가루나 굴소스로 쟁여 둔 닭 조각에 밀가루나 전분을 입힌다. 닭의 날개를 이 방식으로 튀기면 테바사키 카라아게라는 명칭이 붙는다.
양념 카라아게의 파생형도 있다. 카라아게의 ‘사촌’뻘 되는 타츠타아게(竜田揚げ)는 간장과 미린에 재운 후 감자 전분(카타쿠리코)을 입히는 방식을 취한다. 닭고기에 주로 쓰여졌으나 생선 등 다른 재료로도 응용 폭이 넓어졌다.
밀가루나 전분조차 입히지 않고 재료를 있는 그대로 튀기는 방법도 있다. 수아게(素揚げ)로 불리는 이 방식도 엄연한 아게의 한 가족이다. 유부초밥에 쓰이는 유부, 아부라아게(油揚げ)가 대표적인 수아게다.
수아게는 보통 물기가 없는 음식에 적합하다. 야채 중 수아게의 사례가 얇게 썬 단호박이다. 한국의 라면사리도 또 다른 예라 할 수 있다. 건면을 제외한 대부분의 봉지라면은 밀가루면을 기름에 그냥 튀겨서 만드니까.
최근 부쩍 카라아게(唐揚げ)의 한자 당(唐)을 두고 말이 많다. 중국 당나라를 지시하는 한자이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다수는 포르투갈의 덴푸라가 아닌 여타 튀김방식은 중국 원형의 전수물이라 주장한다. 카라아게가 당 시대에 넘어왔다는 확증은 없으나 중국을 지시하는 대명사로 쓰인 한자 ‘당’은 타당하다고 말한다.
한편 일본어 카라로 발음되는 또 다른 한자 빈 ‘공 (空)’이 기원이라는 주장도 근자에 제기됐다. 재료를 튀길 때 밀가루나 전분 이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구체적 근거도 실체도 없다. 단지 일본 자위대 공군(空軍)의 대표음식으로 ‘발탁’된 후 더 강세를 보일 따름이다.
실상 일본 내 반중정서가 자아낸 ‘웃픈’ 현상으로 보인다. 외국인들도 아끼는 자국 음식에 중국 국호가 떡하니 붙으니 썩 유쾌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서적 저항을 사실 왜곡에까지 끌고 간다면 중국 영향력 확장에 대해 초조한 속내만 더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만다.
아닌게 아니라 일본의 오랜 수도 교토와 나라는 당나라 수도 장안의 축소판이었다. 고궁, 사원, 정원, 탑에서부터 일반 가정집, 분재, 연못, 도시구획까지 모두 당나라의 그것을 모방했다. 중국의 앞선 문명을 존중하고 배우려는 일본 선대들의 열망이 집약됐다.
그렇다고 교토와 나라를 중국 ‘짝퉁’이라 주장하는 극단주의자는 찾기 힘들다. 문화와 역사에는 발원만큼 소중한 것이 계승과 향유이기 때문이다. 원조를 수용, 변형, 발전시키는 2차 창의력이야말로 일본의 거대한 자산 아니었나. 설령 일본 카라아게가 당나라 튀김의 변형이라 한들 어떤 못난이가 그 이유로 덜 사랑하고 배척하겠나!
최정봉 사회평론가, 전 NYU 교수
의문이 풀린 것은 10여 년 전 나가사키 여행 때였다. 포르투갈에서 유래한 외래어 덴푸라는 일본에서 두 가지 뜻을 지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야채튀김, 새우튀김 등 완성 음식의 호칭임과 동시에 기름에 식재료를 넣어 튀기는 특정 조리방식의 명칭이기도 하다는.
아버지가 어묵을 덴푸라와 오뎅 두 이름으로 부른 데에는 역사가 있었다. 아버지 출생지 부산은 어묵의 메카였다. 식민지 치하 1910년대 찌고(카마보코), 굽고(치쿠와), 튀기는(사츠마아게) 세가지 일본 제조방식이 소개됐다. 그중 튀겨 만든 어묵을 일본인들은 덴푸라로 불렀다. 이렇게 사츠마아게 방식을 고수한 어묵, 즉 덴푸라가 해방 후 ‘부산오뎅’으로 브랜딩 된 것이다. 덴푸라, 오뎅, 어묵의 삼각관계
그렇다면 부산어묵 = 부산오뎅 = 부산덴푸라의 공식이 성립되나? 아니다. 정확히 말해 가운데 있는 부산오뎅이 빠져야 한다. 정작 아버지가 틀린 부분도 덴푸라가 아닌 오뎅이란 단어였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어묵과 오뎅이 동의어처럼 쓰이지만 일본에서 둘은 다른 음식이다.
한국 어묵에 상응하는 일본말은 네리모노(練り物), 생선의 살과 여타 부위를 갈아 반죽을 성형하고 가열한 음식의 통칭이다. 반면 오뎅은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 육수에 무, 곤약, 유두부, 버섯, 달걀, 어묵 등을 넣고 끓인 전골요리를 가리킨다. 한국의 오뎅탕과 차이가 있다면 어묵 이외 다른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 그리고 국물 양이 적고 대체로 국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점 정도다.
한마디로 어묵은 오뎅 요리의 일부이지 동의어가 아니다. 정작 한국에서 오뎅이라 지칭되는 어묵은 일본에서 덴푸라로 불린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덴푸라라는 이름이 두 종류의 상이한 음식에 쓰이니 헷갈릴 수밖에.
일본이 맞고 한국이 틀렸다는 주장인가? 일본이 원조고 한국은 파생이니 원조에 맞추자는 말인가? 둘 다 아니다. 한국에서 오뎅이라는 외래어가 지시하는 대상과 그 말이 유래된 일본에서 오뎅으로 불리는 음식에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면 족하다.
문화와 음식에 맞고 틀림이 어디 있겠나? 굳이 따지자면 일본화된 단어 덴푸라도 포르투갈 원어의 뜻과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의 사용이 잘못됐으니 포루투갈 원어 기준에 맞춰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본에서 오뎅이 무엇이고 덴푸라가 무엇을 지시하는지 제대로 아는 것은 필요하겠다. 수많은 종류의 후라이, 덴푸라, 카츠, 아게들이 난무하는 일본 식당가의 사정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한국 관광객의 ‘명칭 현기증’ 완화를 위해 튀김음식 계보를 간략히 정리해 보겠다.
후라이와 덴푸라의 차이
튀김요리의 통칭은 ‘아게모노(揚げ物)’다. 우리말 ‘튀김’에 제일 가깝다. 아게모노는 크게 세 가지 하위그룹을 거느린다. 조리방식이나 과정으로 구분되는 세 가지가 후라이, 아게, 덴푸라다(표1 참조).
아게모도 하위그룹에 ‘아게’가 다시 등장하니 약간 의아해할 수 있겠다. 이것은 마치 ‘밥’이 식사를 지칭하는 보통명사임과 동시에 쌀을 쪄서 만든 구체적인 음식의 고유명사로 동시에 쓰이는 것과 유사한 경우라고 보면 된다.
표1: 일본 튀김요리 분류
한국과 일본에서 공히 사랑받는 돈카츠는 어느 그룹에 속할까? 후라이(deep-frying) 계열이다. 몇 년 전부터 유행세를 탄 규카츠, 쿠시카츠, 멘치카츠는? 당연히 후라이다. 오래전부터 경양식집 단골 메뉴였던 ‘비후카츠’도 역시 후라이다. 모든 ‘카츠’가 후라이 직계라고 보면 쉽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까스’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통해왔던 ‘카츠’는 허망하게도 영어 커트(cut)의 일본식 발음이다. 커트는 영어 커틀렛(cutlet)의 약자다. 또 커틀렛은 프랑스어 코틀레트 (côtelette)에서 유래했는데 주로 고기에 밀가루와 빵가루를 입혀 튀긴 서양요리를 지칭한다.
커틀렛의 재료로 소고기를 쓰면 비프(beef) 커틀렛이 되는데 비프의 일본식 발음이 ‘비후’여서 비후까츠로 불렸다. 이와 유사하게 돼지고기를 쓰면 한자 돈(豚)의 일본식 발음 ‘톤’이 붙어 톤카츠 (豚カツ)가 되는데, 그것의 한국어 표기가 ‘돈까스’인 것이다.
모든 ‘카츠’류가 ‘후라이’ 계열 소속이니 카츠 = 후라이라는 공식이 성립될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후라이에는 카츠 이외의 다른 음식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고로케와 에비후라이 역시 후라이 계통에 속한다. 에비덴푸라와 차별적인 ‘에비후라이’ 말이다.
후라이는 밀가루, 달걀, 빵가루(팡코, パン粉)로 각각 분리된 튀김 소재에 재료를 버무려 기름에 튀긴다. 반면 덴푸라는 밀가루, 달걀, 찬물을 함께 섞어 만든 반죽에 재료를 담근 후 튀긴다. 즉 첫째 빵가루냐 찬물이냐, 둘째 분리된 소재냐 통합된 반죽이냐로 둘은 갈라선다.
요리 결과도 상이하다. 돈카츠나 고로케에서 볼 수 있듯 후라이류는 짙은 갈색을 띤다. 338도 이상에서 빵가루에 있는 당분이 산화되는 현상이다. 당분은 변색과 함께 고소한 맛이 나오는데 이를 캐러멜화라고 부른다. ‘오징어 게임’의 뽑기가 짙은 갈색을 띠고 치명적 맛을 지니는 이유도 이 캐러멜화 때문이다.
에비덴푸라냐의 선택은 개인 기호에 따라 갈리지만 둘의 식감과 가격차만은 상당하다. 둘 다 각각의 매력과 맛이 있어 선택이 힘들 수 있다. 그래서 핫도그(원래 콘도그) 같은 하이브리드가 탄생했는지도 모르겠다. 조리방법은 덴푸라 쪽인데 빵가루를 입혀 튀기니 후라이 ‘핏줄’도 섞인 셈이다.
덴푸라는 전편에 충분히 설명했으니 ‘아게’로 직행한다. 누가 뭐래도 아게(揚げ)의 대표주자는 카라아게다. 그런데 심지어 일본인들조차 카라아게를 일본식 닭튀김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정확히 말해 후라이, 덴푸라처럼 카라아게도 요리방법의 하나이고 따라서 그 안에 닭이 아닌 다른 내용물이 들어갈 수 있다.
두부(揚げ出し豆腐)가 그 한 예다. 표면을 보면 덴푸라가 아닐까 싶지만 엄연한 카라아게 소속이다. 덴푸라와 달리 카라아게는 반죽을 사용하지 않고 재료 표면에 밀가루나 전분만 입혀 바로 튀긴다. 두부 이외에 생선과 야채 카라아게도 있다.
아게다시 두부나 생선 카라아게는 재료에 양념을 하지 않지만 치킨(혹은 토리) 카라아게는 양념이 짙다. 마늘, 생강, 참기름, 미린, 또 기호에 따라서는 카레가루나 굴소스로 쟁여 둔 닭 조각에 밀가루나 전분을 입힌다. 닭의 날개를 이 방식으로 튀기면 테바사키 카라아게라는 명칭이 붙는다.
양념 카라아게의 파생형도 있다. 카라아게의 ‘사촌’뻘 되는 타츠타아게(竜田揚げ)는 간장과 미린에 재운 후 감자 전분(카타쿠리코)을 입히는 방식을 취한다. 닭고기에 주로 쓰여졌으나 생선 등 다른 재료로도 응용 폭이 넓어졌다.
밀가루나 전분조차 입히지 않고 재료를 있는 그대로 튀기는 방법도 있다. 수아게(素揚げ)로 불리는 이 방식도 엄연한 아게의 한 가족이다. 유부초밥에 쓰이는 유부, 아부라아게(油揚げ)가 대표적인 수아게다.
수아게는 보통 물기가 없는 음식에 적합하다. 야채 중 수아게의 사례가 얇게 썬 단호박이다. 한국의 라면사리도 또 다른 예라 할 수 있다. 건면을 제외한 대부분의 봉지라면은 밀가루면을 기름에 그냥 튀겨서 만드니까.
최근 부쩍 카라아게(唐揚げ)의 한자 당(唐)을 두고 말이 많다. 중국 당나라를 지시하는 한자이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다수는 포르투갈의 덴푸라가 아닌 여타 튀김방식은 중국 원형의 전수물이라 주장한다. 카라아게가 당 시대에 넘어왔다는 확증은 없으나 중국을 지시하는 대명사로 쓰인 한자 ‘당’은 타당하다고 말한다.
한편 일본어 카라로 발음되는 또 다른 한자 빈 ‘공 (空)’이 기원이라는 주장도 근자에 제기됐다. 재료를 튀길 때 밀가루나 전분 이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구체적 근거도 실체도 없다. 단지 일본 자위대 공군(空軍)의 대표음식으로 ‘발탁’된 후 더 강세를 보일 따름이다.
실상 일본 내 반중정서가 자아낸 ‘웃픈’ 현상으로 보인다. 외국인들도 아끼는 자국 음식에 중국 국호가 떡하니 붙으니 썩 유쾌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서적 저항을 사실 왜곡에까지 끌고 간다면 중국 영향력 확장에 대해 초조한 속내만 더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만다.
아닌게 아니라 일본의 오랜 수도 교토와 나라는 당나라 수도 장안의 축소판이었다. 고궁, 사원, 정원, 탑에서부터 일반 가정집, 분재, 연못, 도시구획까지 모두 당나라의 그것을 모방했다. 중국의 앞선 문명을 존중하고 배우려는 일본 선대들의 열망이 집약됐다.
그렇다고 교토와 나라를 중국 ‘짝퉁’이라 주장하는 극단주의자는 찾기 힘들다. 문화와 역사에는 발원만큼 소중한 것이 계승과 향유이기 때문이다. 원조를 수용, 변형, 발전시키는 2차 창의력이야말로 일본의 거대한 자산 아니었나. 설령 일본 카라아게가 당나라 튀김의 변형이라 한들 어떤 못난이가 그 이유로 덜 사랑하고 배척하겠나!
최정봉 사회평론가, 전 NYU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