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나 잘 하지…GS리테일은 왜 ‘딴짓’에 열심인가 [안재광의 대기만성's]

GS리테일은 온라인쇼핑, H&B스토어, 퀵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한채 사업을 접어야 했다.

편의점 GS25는 최근 매장당 매출을 늘리기 위해 고기 등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늘리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한국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큰 유통 회사는 어디일까요. 그룹으로 하면 롯데, 신세계가 될 것 같은데요. 개별 회사로 하면 ‘의외로’ 이곳이 나옵니다. 바로 GS리테일입니다.

GS리테일의 2월 28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3509억원인데요. 롯데의 유통 계열사 롯데쇼핑(2조1924억원)이나 신세계의 핵심 계열사 이마트(2조879억원)보다 더 큽니다. 아, 물론 시가총액이 40조원쯤 하는 쿠팡이 있긴 합니다만 쿠팡은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으니까 제외하고요.

투자자들은 GS리테일의 주력 사업인 편의점을 좋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돈을 벌어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프리미엄을 쳐주고 있어요.

그런데 GS리테일은 편의점만으론 만족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자꾸 다른 것을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문제는 의도한 대로 잘 안된다는 데 있죠. 쿠팡처럼 온라인쇼핑을 야심차게 했다가 접기도 했고, 올리브영 같은 화장품 유통에 도전했다가 처참하게 깨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새로운 시도를 계속합니다. 경쟁사인 CU가 편의점 이외에 일절 사업을 벌이지 않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요. GS리테일은 왜 편의점만으론 만족을 못 하는 것일까요.


◆GS리테일은 투자 해방구

우선 GS리테일의 그룹 내 입지부터 알아야 상황이 이해가 갑니다. GS는 많이들 아시는 대로 LG에서 떨어져 나온 회사죠. 과거 LG를 창업한 구인회 회장과 그 사돈인 허만정 회장이 동업을 했는데 2005년에 허만정 회장의 후손들이 정유, 유통, 건설 같은 사업을 떼어서 LG에서 나온 게 GS의 시작입니다.

현재 GS그룹을 이끄는 허창수 명예회장, 허태수 회장은 허만정 회장의 손자뻘, 그러니까 3세들이고요. 이분들의 자식인 4세로 경영권이 이양되고 있어요. GS칼텍스의 허세홍 사장, GS건설의 허윤홍 사장 같은 분들입니다.

그런데 GS는 다른 대기업과 지배구조가 달라요. 삼성은 이재용 회장,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 SK는 최태원 회장. 다 총수와 대주주가 일치하잖아요. GS는 단일 최대주주가 없고, 4세까지 내려온 허만정 회장의 후손들이 쪼개서 조금씩 지분을 들고 있습니다.

GS의 지주사 지분 구조를 보면 많아야 4% 수준이고요. 1~2%씩 대부분 쪼개서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영방식도 독특해요. 집단지도 체제 비슷합니다. 형제들이 모여서 합의로 누가 경영할지 정하고요. 중요한 의사결정도 기본적으로 합의가 원칙입니다.

그런데 말이 좋아 합의지 GS에 대주주만 수십 명이나 되는데 다른 의견이 없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든 구조예요.

GS그룹 계열사들이 대체로 굉장히 보수적인 경영을 한다는 평가를 듣곤 하는데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룹의 주력사업도 정유, 발전, 에너지, 건설 같은 무거운 것이라 더 그렇기도 하고요.

그런데 GS리테일은 좀 달라요. 이 회사는 사업이 우선 유통업이죠. 편의점, 슈퍼, 홈쇼핑 같은 소비재 사업이지요. 또 현금을 잘 벌어다 준다는 특징도 있어요.

계열사 중에서 큰형뻘인 GS칼텍스는 기름값이 오르면 떼돈 벌고, 내리면 적자 나는 사업이고요. 발전도 기본적으로 에너지 가격에 수익이 연동됩니다. GS건설도 건설 경기에 따라 이익이 엄청 났다가 적자도 났다가 해요. 근데 유통은 떼돈은 잘 못 벌어도 적자는 거의 안 나는 굉장히 안정적인 캐시카우 사업이에요.

그래서 GS 안에선 나름 ‘해방구’ 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다른 계열사들이 굉장히 보수적일 때도 리테일은 톡톡 튀는 결정을 잘합니다. 실패해도 한번 해본다 하는 식으로 ‘파이팅’이 있어요.


◆사업확장 시도…그리고 잇단 실패


예를 들어 GS리테일이 올리브영 한번 잡아보겠다고 홍콩의 왓슨스를 들여왔는데요. 이게 잘 안되니까 왓슨스 간판 떼고 ‘랄라블라’란 이름으로 직접 하기도 했어요. 랄라블라는 한때 매장 수가 200개 가까이 했었는데 2022년에 다 접었습니다.

GS리테일이 쿠팡이나 컬리처럼 새벽배송도 했었다는 것 아시나요. 모바일 앱 이름이 ‘GS프레시몰’이었어요. 신선식품을 주로 했고 생활용품도 일부 했었는데요. 이 서비스도 작년에 다 접었습니다. 적자가 너무 많이 났거든요. 2022년에 적자만 1100억원에 달했어요.

사실 이런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가장 최근에 컸던 게 요기요 투자인데요. 요기요는 배달의민족 같은 음식배달 앱이잖아요. 순위로 하면 2등이고요. 쿠팡, 컬리 같은 거 하려다가 잘 안되니까 눈을 돌린 게 요기요입니다. 요기요를 통해서 퀵커머스, 그러니까 오토바이로 GS25 편의점이나 GS더프레시 슈퍼마켓 상품을 가져다 준다는 개념이죠.

이건 지금도 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요기요의 기본 사업인 음식배달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죠. 1등 배민에는 한참 못 미치고, 3등 쿠팡이츠는 치고 올라오고. 중간에서 입지가 애매해서 점점 이용자 수가 줄고 있다고 해요.

GS리테일이 요기요 지분 30% 사는 데 3000억원가량 썼는데요. 이 지분에 대한 가치평가를 다시 하면서 작년 말에 1200억원 가까이를 손실 처리합니다. 지금까지 봐선 요기요 투자도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여요.

이 밖에도 너무나 많은데요. 2021년에 약 500억원을 투자한 퀵커머스 기업 부릉은 hy에 넘어갔고요. 160억원을 투자해서 2013년에 인수한 온라인쇼핑몰 텐바이텐도 20억원에 최근 처분했어요. 또 375억원을 투자한 반려동물 관련 온라인몰 펫프렌즈도 대규모 적자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초기 투자는 10개 실패해도 한두 개 터지면 된다는 심정으로 하는 것이긴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 사례가 거의 안 보이니까 너무 투자를 남발한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습니다.
◆편의점 사업은 끝물인가
그럼 GS리테일은 왜 이렇게 투자에 진심일까요. 편의점에서 미래가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요. 한국의 편의점 숫자는 2021년에 이미 5만 개를 넘겼습니다. 인구 1000명당 편의점 1개를 넘어서 지금은 인구 900명당 1개 수준에 다다르고 있어요. 편의점 왕국인 일본과 편의점 숫자는 거의 비슷한데, 인구는 일본이 두 배 이상 되니까요. 한국 편의점이 인구수로 보면 두 배 이상 많다는 의미가 됩니다.

물론 일본 편의점과 한국 편의점을 단순 비교하긴 힘든데요. 일본 편의점의 규모가 훨씬 크고, 파는 물건도 다양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이 과도하게 많다는 데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합니다.

지금도 편의점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2021년에 GS25 점포가 1만5499개였는데 작년엔 1만7390개까지 늘었습니다. CU도 비슷하고요.

GS리테일이 성장을 하기 위해서 현재 할 수 있는 건 3가지로 보입니다.

우선 객단가를 높이는 게 필요하겠죠. 편의점을 더 늘릴 수 없다면 각 편의점에서 매출을 더 일어나게 하는 겁니다. 요즘 편의점 가보면 빵을 대대적으로 밀고 있는데요. 이게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예요.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시장도 일부 가져오고 싶어해요. 또 커피도 팔아서 메가커피, 맘모스커피 같은 저가 커피 시장도 노리고 있고요.

또 하나는 매장을 늘릴 수 있는 해외로 나가는 것인데요. 베트남, 몽골 같은 나라에 이미 나가서 매장을 늘리고 있어요. 근데 해외 진출은 정말 쉽지 않아요. 우선 일본 편의점들이 이미 웬만한 시장은 다 장악하고 있어서 이걸 피해서 나가야 하고요. 또 해외 진출할 때 주로 마스터 프랜차이즈란 방식으로 나가는데. 현지 기업과 손잡고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만 제공하고, 매출의 일부만 로열티와 수수료로 가져가는 형태예요. 이건 매출 늘리는 데 한계가 있죠.

마지막으로 편의점 말고 다른 사업을 하면 되는 것이죠. GS리테일은 객단가 높이기, 해외 진출 다 하고 있고요. 여기에 더해서 다른 사업도 열심히 찾고 있는 겁니다.

편의점이 성장을 다했는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GS리테일의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만큼은 높이 사줄 만한 것 같습니다. 혹시 또 아나요. 어딘가에서 쿠팡 같은 회사가 나올지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아니 투자일 수도 있습니다.

안재광 한국경제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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