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식사비 지출 월평균 40만7000원으로 전년대비 7.9% 증가
작년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6%대인데 반해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1.8%에 불과했다. 4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4분기 국내 전체 가구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은 월평균 395만9000원이다. 전체 소득은 월평균 497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2.8% 늘었지만 이자·세금 등을 뺀 가처분소득은 전년대비 1.8% 늘었다.
반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대표적인 먹거리 지표인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각각 6.8%, 6.0% 올랐다.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각각 3.8배, 3.3배다. 농축수산물은 3.1% 증가했다.
작년 식사비 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전체 가구 소비자지출은 월평균 278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5.7% 늘어난 가운데 식사비 지출은 월평균 40만7000원으로 7.9% 증가했다.
먹거리 제품 가격이 지난해 줄줄이 인상된 탓이다. 빵, 과자, 아이스크림, 생수 등의 가공식품과 햄버거, 치킨 등 외식 품목 가격이 잇따라 올랐다. 식품기업과 외식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인건비, 물류비, 임대료 상승 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가공식품 세부 품목 물가 상승률은 드레싱이 25.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잼(21.9%), 치즈(19.5%), 맛살(18.7%), 어묵(17.3%) 등 순이었다. 평소에 서민 소비가 많은 설탕(14.1%), 소금(13.0%), 아이스크림(10.8%), 우유(9.9%), 빵(9.5%), 생수(9.4%), 라면(7.7%) 등도 높은 편이었다.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에서는 커피(외식)(1.7%)를 제외한 38개 품목 물가 상승률은 피자가 11.2%로 가장 높고 햄버거(9.8%), 김밥(8.6%), 라면(외식)(8.0%), 오리고기(외식)(8.0%), 떡볶이(8.0%), 돈가스(7.7%)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농·축·수산물은 과일이 9.6%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5.3배에 달했다. 사과는 24.2%로 무려 13.4배였고 귤(19.1%), 복숭아(11.7%), 파인애플(11.5%), 딸기(11.1%), 참외(10.5%) 등의 물가 상승률도 10%를 웃돌았다. 농산물 중에서는 채소와 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각각 4.8%, 5.4%로 조사됐다.
그러나 일부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눈속임 인상, 꼼수· 편법 인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과 가격은 유지하지만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의 논란이 일었다. 소비자의 인식을 교묘하게 이용해 묶음상품을 낱개 상품보다 더 비싸게 파는 '번들플레이션(Bundleflation)' 제품들도 속출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불합리한 가격 인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줄 것을 소비자 단체에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꼼수' 가격 인상 신고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인상 요건이 있을 때는 득달같이 가격에 반영하고 인하 요인이 생기면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며 "기업들이 실적이 좋을 대는 다 같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되도록 올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편의점·마트 자체브랜드는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은 늘린 '역(逆)슈링크' 제품으로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 고물가 상황에 소비자들의 부담을 낮추고 알뜰 소비족을 겨냥해 매출 증대 효과를 노린 것이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