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기밀 유출에 HD현대 임원 개입 정황"…법정 가는 '특수선 양강'

2023년 6월 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에서 참가자들이 한화오션 부스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군사기밀 유출 논란과 관련해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 임원의 개입이나 지시없이는 불가능한 조직적 불법 행위"라고 거듭 주장하며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KDDX 사업 입찰을 앞두고 국내 특수선 시장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5일 한화오션은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KDDX 사업 기밀 유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경찰청 고발에 대한 경위와 입장을 밝혔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2022년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가능 여부를 논의했고,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를 제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지난 4일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된 정황을 수사하고 처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전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5일 서울 장교동 본사에서 ‘HD현대중공업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고발 관련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안옥희 기자



이날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군사 기밀을 불법 취득해 비인가 서버에 저장하는 심각한 보안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없었다"며 "이러한 불법행위가 반복되지 않고, 방위산업의 정의와 공정을 확보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한화오션이 고발한 대상은 HD현대중공업의 당시 임원들이다. 구 변호사는 "형사판결문을 통해 드러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의 탐지·수집·누설 범행의 방법은 임원 등 경영진의 개입 없이는 계획과 실행이 불가능하다"면서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고위 임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 수년간 군사기밀을 탈취해 회사 내부에 비밀 서버를 구축·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며 "방사청은 임원 개입과 관련 조금 더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제재를 할 수 있다고 했고, 이러한 증거가 확인이 될 경우 추가적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고발을 통해 임원 개입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진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화오션이 확보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별사볍경찰 조서.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은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확보한 판결문, 공무원 형사재판 증거목록, 공무원 형사사건 기록 등을 임원 개입의 증거로 제시했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이뤄진 피의자신문조서 등에는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군사 비밀 문서를 열람하고 촬영한 후 이를 상급자들에 보고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화오션이 확보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별사법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군사비밀을 열람하고 동영상 촬영해 활용한 것에 대해 상급자들이 다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피의자(HD현대중공업 직원)가 "맞다"고 대답했다. 이를 피의자, 부서장 중역이 결재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시인한 내용도 담겼다.

또한 군사기밀을 몰래 촬영한 행위에 대해 임원으로부터 질책받았느냐는 수사관의 질문에는 "질책 받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한화오션이 확보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별사볍경찰 조서.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 조치가 경쟁업체간 이권 다툼 문제가 아니라 방위산업의 신뢰가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구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입건된 총 25명 중 절반이 HD현대중공업 직원, 나머지 절반이 군 관계자"라며 "일부 직원의 일탈로는 이런 대규모 보안 사고가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꼬리 자르기'시 은폐 시도에 면죄부를 준다면 절대 안되기 때문에 경찰청에 추가 조사를 요청한 것이고, 불법행위에 상응하는 후속 조치가 있어야 방산업계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고 K방산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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