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동이 가능한 시대가 왔지만 ‘능력주의’는 가짜라는 연구 조사가 있다. 하층 출신이 특권층 자녀와 비슷한 수준의 상위 직업을 갖더라도, 특권층 자녀보다 약 16% 적은 수입을 얻는다. 사회문화적 자본이 부족한 탓에 경력 쌓기와 승진 경쟁에서 밀려나 좌절도 많이 겪는다. 또 하층 출신은 의료, 법률, 금융, 회계, 방송 등의 상위 직종에 종사할 확률이 약 6.5배 낮았다.
위 연구는 런던정경대학(LSE)의 사회학자 샘 프리드먼과 다니엘 로리슨의 저서 ‘계급천장’에 담겨있다. ‘계급천장’은 여성의 사회적 성공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에서 따온 말이다. 하층 출신의 계층 이동을 방해하는 사회문화적 요인을 뜻한다.
책은 10만8000명과 엘리트 직종 종사자 1만8000명의 계급을 분석한 데이터에 기반해 작성됐다. 그리고 175건의 인터뷰를 진행해 타고난 조건에 대한 불평등과 ‘능력’의 모호한 개념을 지적한다. 계급 천장을 극복하는 10가지 방법도 제시했다.
현재 사회에선 특권이 특권을 되물림하는 ‘증폭 효과’가 두드러진다. 부유한 부모가 있으면 자녀는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의사 자녀는 의사가 될 확률이 남들에 비해 24배가 높았다. 변호사 자녀가 법조인이 될 가능성은 17배, 방송인 자녀는 방송계통에 종사할 확률이 12배 높았다.
반면 엔지니어들은 비교적 장벽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구되는 역량이 특출난 배경을 통해 전수될 가능성이 작아서다. 즉, 하층 출신의 자녀는 기술을 배우는 게 신분 상승에 유리하다고 풀이된다.
책 저자에 의하면 평등한 사회를 위해선 엘리트 직업 내 출 신계급을 정기적으로 파악해 천장을 만드는 요인들은 제거해야 한다. ‘부모 빽’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무급 및 미공고 인턴십을 일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비공식 후원을 못하도록 투명한 인사 절차를 보장하며, 노동계급 출신들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