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결합한 디지털 트윈의 진화[테크트렌드]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은 자동차, 유통, 물류, 반도체 제조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머신러닝 방식 AI에 이어 대규모언어모델(LLM)이 등장하면서 AI의 활용도가 늘어남에 따라 이제는 디지털트윈에도 AI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적용 분야의 확장과 AI 도입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3D 모델링, 시뮬레이션을 넘어선 디지털트윈디지털트윈 기술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일각에서는 물리적 사물과 시스템의 동적 SW 모델이라 규정하는가 하면,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하는 장비 업계에서는 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각종 센서나 계측 데이터를 통해 얻은 정보를 실제 장비, 공정, 공장 등과 실시간 동기화시킨 가상의 재현 모델로 보기도 한다.

IT 서비스 기업들은 핵심을 짚어 디지털트윈을 보다 간명하게 정의한다. 아마존(Amazon)은 디지털트윈을 물리적 객체의 가상 모델로 소개하며 IBM은 물리적 실체를 정확하게 반영해서 만든 가상 모델이라고 규정한다. 이처럼 다양한 정의들을 종합하면 디지털트윈 기술이란 장비, 공정, 공장 등 현실에 존재하는 물리적 객체의 형태, 성질, 가동 상태 등과 관련된 정보를 담은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해서 현실 세계를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 유사하게 구현하는 기술을 뜻한다. 디지털트윈의 적용 범위는 작게는 개별 설비에서 크게는 전체 공장 또는 국내외 모든 사업장까지 포함할 수 있다.

디지털트윈 기술이 등장하기 전부터 사용되어 온 3D 모델링이나 시뮬레이션 등도 넓은 의미에서는 디지털트윈 기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트윈은 실제 장비 일체를 가상 공간에 1대1로 구현하고, 특정 공장 또는 모든 공장을 구현 대상으로 삼는 점에서 3D 모델링이나 시뮬레이션보다 훨씬 고도화된 기술이다. 더군다나 3D 모델링이나 시뮬레이션에 비해 적용 범위가 훨씬 넓고,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하며, 데이터의 흐름이 양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디지털트윈이 시스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3D 모델링, 시뮬레이션의 적용 범위는 제품의 형태나 특정 프로세스 등에 한정된다. 또한 디지털트윈은 여러 장비에 달린 센서들이 실시간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시스템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해당 인사이트를 다시 시스템 운영 과정에 반영함으로써 시스템 가동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반면 시뮬레이션은 기존 데이터를 이용해서 가상의 프로세스를 반복 재현하므로 실시간 데이터와 무관하고, 데이터의 흐름도 일방향에 진행된다.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서 시스템 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디지털트윈은 시뮬레이션보다 훨씬 다양한 문제를 연구할 수 있고, 제품 개선에서 시스템 전반의 개선에 이르는 다양한 목적을 추구할 수 있다.
시간·비용 절감 효과를 바탕으로 확산되는 디지털트윈디지털트윈은 사용자에게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첫째, 건축물 구축이나 제품 생산 등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공장이나 오피스 빌딩을 실제로 짓기에 앞서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 먼저 구축하고 운영 과정을 사전 테스트함으로써 설계상 결함이나 운영상 오류를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다. 실제로 건축한 다음 결함을 개선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설비나 공장 가동의 효율성을 보다 쉽고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다. 디지털트윈이 제공하는 실시간 정보와 인사이트를 이용해서 각 장비나 공정 가동상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적화함으로써 최상의 성능을 유지하고 가동 중단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설비·공정의 고장 가능성을 예측해서 최상의 가동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각종 개발, 양산 시나리오를 디지털트윈으로 만든 가상의 공장에서 실행해서 문제의 초기 징후와 가능한 해결 방안을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함으로써 문제 발생을 방지하거나 실제 발생한 문제의 해결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에 주목해서 디지털트윈을 적용하는 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건물이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계획하고 진행 상황을 실시간 파악하는 데 디지털트윈 기술을 적용하고 있고, 오피스 빌딩의 공조 관련 모니터링에 적용하기도 한다. BMW 등을 비롯한 제조업체들은 공장 설계에서 구축, 시설물의 유지 관리 등에 디지털트윈을 적용하려는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물류 분야에도 도입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항만 터미널에는 디지털트윈 솔루션이 적용되어 있어서 직원이 컴퓨터나 웹 브라우저로 제공되는 디지털 3D 모델을 통해 실시간으로 작업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또한 UAE의 수도인 아부다비 시 정부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 디지틸트윈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건물의 외부 형태를 포함한 디지털 지리정보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는 ‘아부다비 디지털트윈’ 프로젝트는 항공 사진과 라이다(Lidar) 스캐닝으로 얻은 지리 데이터 및 게임 엔진 등을 통합한 3D 모델링으로 도시를 시각화하고, 다양한 도시 계획의 효과를 사전에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AI와 디지털트윈의 만남BMW와 TSMC는 적극적으로 디지털트윈에 AI 솔루션을 결합하고 있다. BMW는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로 명명된 BMW의 차세대 전기차를 생산할 헝가리 데브레첸(Debrecen) 공장 구축 프로젝트에 엔비디아(NVIDIA)의 옴니버스(Omniverse) AI 솔루션을 결합한 디지털트윈을 적용하고 있다.

그 결과 BMW는 실제 공장의 완공 시점인 2025년에 2년 앞선 2023년부터 차세대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디지털트윈을 통해 실제 공장 구축에 앞서 가상의 공장을 만들고 가상의 차량을 생산한 것이다. BMW는 가상의 공장에 다양한 양산 시나리오와 물류 시나리오를 적용해서 각종 시뮬레이션을 실시함으로써 공정 및 양산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AI 시스템은 로봇을 차체 조립 공정에 통합하고, 양산 공정의 흐름을 최적화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옴니버스 AI 시스템은 직원이 이동하면서 공정 프로세스의 세부 계획과 최적화에 대해 공급업체와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BMW는 AI와 디지털트윈 기술을 이용해서 공장 건설 계획 수립과 실제 건설에 드는 시간을 총 3년에서 2년으로 1/3 정도 단축할 수 있고, 본격 양산을 준비하는 기간도 최대 30%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1위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는 디지털트윈과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TSMC는 지난 2017년부터 AI 인력 영입과 내부 인력 양성을 병행해 왔고 작업 일정 수립, 인력 및 장비의 생산성 관리, 공정 및 기계 제어, 로봇 제어 등의 분야에 점차 AI를 적용해 왔다.

AI를 이용하면 약 3000대의 장비로 구성돼 월 30만 장의 웨이퍼를 가공할 수 있는 대규모 생산 라인의 최적화 계획을 1분 내에 계산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AI를 공장의 생산관리시스템에 적용해서 실시간 작업 계획 수립 및 결함 방지, 자율 수율 예측 및 최적화 기능까지 구현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TSMC는 2023년 5월에는 LLM 방식의 자체 AI인 tGenie를 공개했다. TSMC는 tGenie를 이용해서 SW 코딩이나 번역, 업무 보고 등의 작업을 지원하고 생산, 자재, 판매, 인력 관리 등 다양한 부서에서 관리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재고관리, 가격, 이직률 등 각종 예측 업무에도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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