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흑자 전환한 쿠팡, 백화점·마트 앞날은 불투명
중국 쇼핑 앱 급성장에 국내 유통시장 타격 우려돼
2010년 출발한 쿠팡이 2023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쿠팡은 지난해 617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매출이 약 3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7% 상승했다.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이마트의 29조4000억원을 넘어서 유통사 최초로 매출 30조원을 돌파했다.
쿠팡은 2021년 1조8000억원 영업손실을 내는 등 매년 적자 폭이 늘면서 2022년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약 6조2000억원에 달했다. 과연 쿠팡을 비롯한 주요 온라인쇼핑 플랫폼의 수익모델이 성공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지배적이었지만 14년 만에 흑자전환을 만들어냄으로써 성공 신화를 쓰게 되었다.
반신반의해 왔던 쿠팡의 흑자전환은 지속적인 사업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성장동력을 계속 창출한 덕이다. 쿠팡은 특정 품목을 하루 동안만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최소 구매 물량을 넘기기 위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판매 정보를 확산시키는 소셜커머스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생활용품, 식품, 배달 그리고 온라인동영상(OTT)까지 진출하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 것이다.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오프라인 판매 채널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의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대형마트의 앞날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은 아직도 대형마트 영업 규제만이 살길인 것처럼 완화를 반대하고 있지만, 정말로 걱정스러운 것은 오프라인 쇼핑 자체가 조만간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해 2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반면 지난해 국내 취업자 중 판매 종사자는 전년 대비 6만 명이 감소했다. 오프라인 간 경쟁제한은 의미가 없어졌다.
최근 SNS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중국발 쇼핑 앱의 성장세는 더 우려스럽다.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온라인쇼핑 플랫폼이 무차별적 저가를 앞세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작년 국내에서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앱 1, 2위를 차지했다. 국내 온라인쇼핑몰 폐업 건수가 가장 많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중국 쇼핑 앱을 쿠팡, 11번가, 네이버 등 국내 이커머스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현재 이들의 영업방식은 주로 해외에서 직접구매를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에 비해 배송 속도와 상품의 종류, 무게, 크기 등의 제약으로 인해 아직은 경쟁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물류 기반을 확보하고 국내업체들의 배송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게 되면 국내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하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 72시간 이내 배송을 목표로 삼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한국에 물류 인프라를 갖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월 이용자 기준으로 알리는 쿠팡에 이어 2위, 테무는 4위를 차지했다. 가품이거나 질 낮은 제품, 유해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공략하는 중국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저가로 살아남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기업과 유통업계는 결국 높은 기술을 담보로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여 합리적 가격에 판매하는 방법밖에 없다.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