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만 다른 노선 달리는 전기차...‘제2의 차이나 쇼크’ 온다[하이엔드 중국의 습격①]
입력 2024-03-25 07:37:48
수정 2024-05-07 14:15:32
[스페셜 리포트 : 하이엔드 중국의 습격]
지난해 전 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중국이었다. 2022년 독일을 제치고 자동차 수출 세계 2위를 차지한 뒤 1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가장 많은 소비자를 보유하고 있던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이 가장 무서운 공급자로 거듭난 것이다.
세계 패권을 놓고 벌이는 중국과 미국의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승리를 점쳤다. 미국은 반도체와 통신장비 등 첨단산업에 대한 규제로 몇 년간 중국의 숨통을 조였다.
중국의 각종 산업은 이 규제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전통적 강점을 갖고 있는 저부가가치 산업에서도 동남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이 예상은 빗나갔다. 전기차 경쟁에서 중국 비야디(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량 세계 1위(2023년 4분기 기준) 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전기차 시장에는 새로운 플레이어도 등장했다. 샤오미다. 보조배터리와 차량용 공기청정기와 스마트 쓰레기통, 저가 이어폰 등을 만들어 파는 줄 알았던 샤오미는 3월 전기차 판매를 시작했다.
미국의 제재로 망하는 줄 알았던 화웨이는 지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60 시리즈를 내놓고 중국 시장에서 애플을 밀어내고 있다. 팀 쿡 애플 CEO가 최근 상하이로 달려간 것도 화웨이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애플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스마트폰 제조와 관련된 기업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은 화웨이 제품의 높은 경쟁력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세계 TV시장에서는 TCL이 벌써 최고급 시장까지 침투하며 삼성, LG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다. 하이얼은 세계적 가전업체로 성장하고 있고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가 소리 없이 1위 자리에 올랐다.
‘made in china’의 공습이 중저가 시장에서 전 세계 ‘하이엔드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비재 시장뿐 아니다.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는 우주산업에서 중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으며 인공지능 관련된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차이나 쇼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 원자재부터 배터리, 완성차까지 수직계열화
내수를 등에 업고 성장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멈췄지만 중국만 다른 노선을 달리고 있다.
테슬라마저 맥을 못추며 생산 규모를 줄이는 상황에서 중국 자동차 기업 BYD는 오히려 생산 기지를 확장하고 나섰다.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판매량 1위를 차지한 BYD는 멕시코, 브라질, 헝가리를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삼고 공장 건립 계획을 세웠다. 유럽과 북미, 남미 시장에 적극적으로 침투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경쟁력은 원자재부터 배터리,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다. BYD 역시 배터리를 직접 조달하며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생산원가를 절감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희토류, 리튬, 유리, 철강 등 공급망이 받쳐주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질주는 공급 과잉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단순히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장악하는 방식이 아니다. 원자재부터 배터리,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이뤘고 기술 경쟁력 역시 탄탄하다. 마린 자자 포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중국은 이미 기술적 측면에서 우리를 뛰어넘었다”며 “앞으로 벌어질 전기차 경쟁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까지 중국 전기차 업체와 손잡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내년 BYD 차량에 차세대 차량용 칩인 드라이브 토르를 제공할 예정이다.
드라이브 토르는 2022년 엔비디아가 공개한 차량용 컴퓨터로 2000테라플롭스(TFLOPS) 급 연산 성능을 갖췄다. 1초에 2000조번 연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BYD는 연산 성능을 자율주행에 이용하거나 디지털 콕핏과 인포테인먼트 등에 일부 활용할 수 있다.
전통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 브랜드를 가장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짐 팔리 포드자동차 CEO는 “전기차 시장에서 진짜 경쟁자는 테슬라가 아니라 중국 브랜드”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태도도 13년 만에 180도 변했다. 2011년 그는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BYD에 대한 질문에 “그들의 차를 본 적이 있냐”며 “기술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고 비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실적발표 자리에서 그는 “중국 전기차가 미국에 진출할 경우 다른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를 거의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조업체 역시 강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제조업연맹(AAM)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엄청나게 싼 가격대의 중국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 들어오면 미국 자동차 업계는 멸종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글로벌 공세에 나선 중국 브랜드는 BYD뿐만이 아니다. 샤오미는 지난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첫 전기차 세단 ‘SU7’을 공개하며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 3월 12일에는 샤오미 주가가 10% 넘게 급등했다. 샤오미가 중국 현지에서 SU7을 3월 말부터 판매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슈퍼카 업체인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경쟁할 수 있는 168만 위안(약 3억1000만원) 상당의 최고급 전기차도 선보였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신차 발표 행사에서 “향후 15~20년 안에 세계 5위 자동차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오는 노르웨이, 유럽 등에 전기차를 판매하며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간 자국 시장 우선전략을 고수해온 리오토 역시 최근 중동, 중앙아시아에 현지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해 연내 글로벌 인도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화웨이, 알리바바 같은 IT 기업들도 전기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화웨이는 자동차 스타트업 세레스와 함께 EV 아이토 M7 등을 내놓은 데 이어 치루이그룹과 함께 지난해 말에는 룩시드 브랜드 등을 출시하며 도전을 이어갔다. 알리바바그룹은 상하이자동차그룹(SAIC)과 함께 생성형 AI가 탑재된 고성능 전기차 EV 즈지 LS6, LS7 등을 내놨다.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중국이 추격
중국의 공습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폰, 반도체, 가전제품, TV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조용히 점령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JS)은 이를 두고 “제2의 차이나 쇼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1990년대 중국 개혁·개방과 함께 시작된 1차 차이나 쇼크가 저렴하고 노동집약적인 산업 위주였다면 이제는 중국이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점령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차이나 쇼크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 역할을 했던 중국이 이제는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점령하며 ‘중국의 공습’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의 수출액은 5280억1000만 달러(약 702조50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 늘어났다. 1~2월 무역흑자는 1251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선박(59.9%), 자동차(22.1%) 등이 수출 증가세를 주도한 가운데 가전제품(38.6%)과 휴대전화(12.8%) 수출도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특히 중국이 그동안 진출하지 못한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출이 늘자 ‘슈퍼사이클’을 맞이한 조선업계에도 긴장감이 흐른다. 세계 선박 시장점유율 1위는 중국(지난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 중 60% 수주)이지만 한국은 지금까지 고부가가치 선박을 싹쓸이하며 경쟁력을 지켰다. 하지만 중국이 기술력 격차를 좁히며 거세게 추격해오자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친환경·스마트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의 경우 한국과 중국 간 기술 격차는 2012년 6.8년이었으나 2016년에는 절반인 3.4년으로 줄었고, 2020년에는 1년으로 좁혀졌다.
조선뿐만이 아니다.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는 이미 중국이 기술력으로 한국을 한참 따돌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가경쟁력의 척도인 핵심 과학기술 11대 분야에서 한국 기술 수준이 중국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선두인 미국을 100%로 봤을 때 81.5%로 평가됐다.
유럽연합(EU)은 94.7%, 일본은 86.4%, 중국은 82.6%였다. 중국이 한국을 앞지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 과학기술 수준이 제자리걸음 하는 동안 중국은 성장하면서 과학강국이 됐다.
중국이 한국을 압도적으로 앞선 분야는 우주항공·해양(79.2% vs 55%), 인공지능(90.9% vs 78.8%), 차세대통신(93.5% vs 86%), 양자(91.9% vs 65.8%) 등 4개 분야다. 중국과 한국이 20% 넘게 차이 나는 우주항공 분야의 격차는 더 뚜렷하다.
중국은 미국의 뒤를 잇는 우주강국이다. 현재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을 운영하는 유일한 국가일 뿐만 아니라 달 뒷면에 통신망을 구축한 나라도 중국밖에 없다. 중국은 올해도 “과학기술은 국가 성장의 지침”이라고 강조하며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3710억 위안(약 68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지난해 전 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중국이었다. 2022년 독일을 제치고 자동차 수출 세계 2위를 차지한 뒤 1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가장 많은 소비자를 보유하고 있던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이 가장 무서운 공급자로 거듭난 것이다.
세계 패권을 놓고 벌이는 중국과 미국의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승리를 점쳤다. 미국은 반도체와 통신장비 등 첨단산업에 대한 규제로 몇 년간 중국의 숨통을 조였다.
중국의 각종 산업은 이 규제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전통적 강점을 갖고 있는 저부가가치 산업에서도 동남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이 예상은 빗나갔다. 전기차 경쟁에서 중국 비야디(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량 세계 1위(2023년 4분기 기준) 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전기차 시장에는 새로운 플레이어도 등장했다. 샤오미다. 보조배터리와 차량용 공기청정기와 스마트 쓰레기통, 저가 이어폰 등을 만들어 파는 줄 알았던 샤오미는 3월 전기차 판매를 시작했다.
미국의 제재로 망하는 줄 알았던 화웨이는 지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60 시리즈를 내놓고 중국 시장에서 애플을 밀어내고 있다. 팀 쿡 애플 CEO가 최근 상하이로 달려간 것도 화웨이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애플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스마트폰 제조와 관련된 기업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은 화웨이 제품의 높은 경쟁력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세계 TV시장에서는 TCL이 벌써 최고급 시장까지 침투하며 삼성, LG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다. 하이얼은 세계적 가전업체로 성장하고 있고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가 소리 없이 1위 자리에 올랐다.
‘made in china’의 공습이 중저가 시장에서 전 세계 ‘하이엔드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비재 시장뿐 아니다.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는 우주산업에서 중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으며 인공지능 관련된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차이나 쇼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 원자재부터 배터리, 완성차까지 수직계열화
내수를 등에 업고 성장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멈췄지만 중국만 다른 노선을 달리고 있다.
테슬라마저 맥을 못추며 생산 규모를 줄이는 상황에서 중국 자동차 기업 BYD는 오히려 생산 기지를 확장하고 나섰다.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판매량 1위를 차지한 BYD는 멕시코, 브라질, 헝가리를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삼고 공장 건립 계획을 세웠다. 유럽과 북미, 남미 시장에 적극적으로 침투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경쟁력은 원자재부터 배터리,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다. BYD 역시 배터리를 직접 조달하며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생산원가를 절감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희토류, 리튬, 유리, 철강 등 공급망이 받쳐주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질주는 공급 과잉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단순히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장악하는 방식이 아니다. 원자재부터 배터리,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이뤘고 기술 경쟁력 역시 탄탄하다. 마린 자자 포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중국은 이미 기술적 측면에서 우리를 뛰어넘었다”며 “앞으로 벌어질 전기차 경쟁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까지 중국 전기차 업체와 손잡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내년 BYD 차량에 차세대 차량용 칩인 드라이브 토르를 제공할 예정이다.
드라이브 토르는 2022년 엔비디아가 공개한 차량용 컴퓨터로 2000테라플롭스(TFLOPS) 급 연산 성능을 갖췄다. 1초에 2000조번 연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BYD는 연산 성능을 자율주행에 이용하거나 디지털 콕핏과 인포테인먼트 등에 일부 활용할 수 있다.
전통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 브랜드를 가장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짐 팔리 포드자동차 CEO는 “전기차 시장에서 진짜 경쟁자는 테슬라가 아니라 중국 브랜드”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태도도 13년 만에 180도 변했다. 2011년 그는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BYD에 대한 질문에 “그들의 차를 본 적이 있냐”며 “기술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고 비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실적발표 자리에서 그는 “중국 전기차가 미국에 진출할 경우 다른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를 거의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조업체 역시 강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제조업연맹(AAM)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엄청나게 싼 가격대의 중국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 들어오면 미국 자동차 업계는 멸종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글로벌 공세에 나선 중국 브랜드는 BYD뿐만이 아니다. 샤오미는 지난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첫 전기차 세단 ‘SU7’을 공개하며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 3월 12일에는 샤오미 주가가 10% 넘게 급등했다. 샤오미가 중국 현지에서 SU7을 3월 말부터 판매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슈퍼카 업체인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경쟁할 수 있는 168만 위안(약 3억1000만원) 상당의 최고급 전기차도 선보였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신차 발표 행사에서 “향후 15~20년 안에 세계 5위 자동차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오는 노르웨이, 유럽 등에 전기차를 판매하며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간 자국 시장 우선전략을 고수해온 리오토 역시 최근 중동, 중앙아시아에 현지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해 연내 글로벌 인도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화웨이, 알리바바 같은 IT 기업들도 전기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화웨이는 자동차 스타트업 세레스와 함께 EV 아이토 M7 등을 내놓은 데 이어 치루이그룹과 함께 지난해 말에는 룩시드 브랜드 등을 출시하며 도전을 이어갔다. 알리바바그룹은 상하이자동차그룹(SAIC)과 함께 생성형 AI가 탑재된 고성능 전기차 EV 즈지 LS6, LS7 등을 내놨다.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중국이 추격
중국의 공습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폰, 반도체, 가전제품, TV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조용히 점령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JS)은 이를 두고 “제2의 차이나 쇼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1990년대 중국 개혁·개방과 함께 시작된 1차 차이나 쇼크가 저렴하고 노동집약적인 산업 위주였다면 이제는 중국이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점령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차이나 쇼크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 역할을 했던 중국이 이제는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점령하며 ‘중국의 공습’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의 수출액은 5280억1000만 달러(약 702조50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 늘어났다. 1~2월 무역흑자는 1251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선박(59.9%), 자동차(22.1%) 등이 수출 증가세를 주도한 가운데 가전제품(38.6%)과 휴대전화(12.8%) 수출도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특히 중국이 그동안 진출하지 못한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출이 늘자 ‘슈퍼사이클’을 맞이한 조선업계에도 긴장감이 흐른다. 세계 선박 시장점유율 1위는 중국(지난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 중 60% 수주)이지만 한국은 지금까지 고부가가치 선박을 싹쓸이하며 경쟁력을 지켰다. 하지만 중국이 기술력 격차를 좁히며 거세게 추격해오자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친환경·스마트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의 경우 한국과 중국 간 기술 격차는 2012년 6.8년이었으나 2016년에는 절반인 3.4년으로 줄었고, 2020년에는 1년으로 좁혀졌다.
조선뿐만이 아니다.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는 이미 중국이 기술력으로 한국을 한참 따돌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가경쟁력의 척도인 핵심 과학기술 11대 분야에서 한국 기술 수준이 중국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선두인 미국을 100%로 봤을 때 81.5%로 평가됐다.
유럽연합(EU)은 94.7%, 일본은 86.4%, 중국은 82.6%였다. 중국이 한국을 앞지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 과학기술 수준이 제자리걸음 하는 동안 중국은 성장하면서 과학강국이 됐다.
중국이 한국을 압도적으로 앞선 분야는 우주항공·해양(79.2% vs 55%), 인공지능(90.9% vs 78.8%), 차세대통신(93.5% vs 86%), 양자(91.9% vs 65.8%) 등 4개 분야다. 중국과 한국이 20% 넘게 차이 나는 우주항공 분야의 격차는 더 뚜렷하다.
중국은 미국의 뒤를 잇는 우주강국이다. 현재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을 운영하는 유일한 국가일 뿐만 아니라 달 뒷면에 통신망을 구축한 나라도 중국밖에 없다. 중국은 올해도 “과학기술은 국가 성장의 지침”이라고 강조하며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3710억 위안(약 68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