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5일(현지시간) 상장 폐지됐다. NYSE는 피스커의 장기간 주가가 1달러 미만에 거래되는 등 상장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상장폐지를 공식 통보했다. 이날 피스커 거래는 멈췄으며 중단 당시 주가는 9센트였다. 연초 이후 95%나 하락했다.
한때 ‘제2의 테슬라’를 꿈꿨던 피스커는 회사 가치가 10조700억 원에 이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시장 경쟁이 심해진 가운데 생산 문제, 기술 결함 등에 따른 당국 조사로 악재가 겹치며 자금난에 처했다.
피스커가 공개한 지난해 매출은 2억7300만 달러(약 3660억원), 부채는 10억 달러(약 1조3400억원)였다. 지난 18일 기존 투자자로부터 1억5000만 달러(2000억원) 지원 약속을 받았으나, 거래 조건 중 하나였던 대형 자동차 기업과의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다.
피스커 상장폐지를 시작으로 ‘글로벌 EV 산업이 치킨게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다수가 출혈 경쟁을 벌인다는 의미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주요 EV 업체들은 가격 인하를 시작했다. 테슬라는 수요가 줄어들자 2022년부터 가격을 인하했다. 포드도 EV 가격을 낮췄고 GM은 손해를 줄이기 위해 출하기준 생산량을 절반 가량 줄였다. 현대차그룹도 EV 할인 폭을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전기차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세계 각국에서 판매된 전기차(순수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1407만 대로 전년보다 33.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은 841만대를 팔아 절반을 넘는 60%를 차지했다.
2024년 1월 발표된 중국 수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전기차 수출량은 전년대비 77% 상승한 120만3000대다. 전기차 수출 중 순수 전기차 수출량은 전년대비 80.9% 늘어난 110만 2000대, PHEV 수출량은 전년보다 47.8% 증가한 10만1000대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